봄날, 산앵도 꽃을 보면 정말 앙증맞다 연붉은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아니 서로 엉겨서 피어 있는 가지를 보면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산 초입에 씨가 날려 자란 것 같은 장딴지만큼 오는 눈에 점을 찍어둔 산앵도나무가 꽃이 지고는 초록 열매를 달았다 오고 가면서 눈길을 주고받으며 점점 자라 어느 틈엔가 붉게 자라서 보석처럼 빛이 난다
어릴 적에는 연못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잉어 붕어를 키우고 연못가에는 딸기가 지천으로 밭을 이루고 연못 옆에는 커다란 산앵도나무가 있었다. 잘 자란 열매를 따서 먹을 즈음이면 송충이가 꼭 앵두에 함께 붙어 있었다 송충이기 무서워서 앵도를 따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어린 마음에 앵두 맛을 보고 싶어서 송충이를 나뭇가지를 꺾어 집어내어버리고 손을 뻗어 따 먹는 앵두는 정말 달콤하고 맛이 좋았다.
예전에는 앵두 따먹기의 경쟁이 치열했다 초등학교가 끝나면 동네 아이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우리 집 마당으로 몰려와서는 과일을 따 먹고 그네를 타고 놀았다. 자연히 입에 들어오는 양이 적으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이 남아 있어서인지 아무도 따지 않는 열매를 오가며 보다가 주인 없는 나라 산 초입에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산앵도를 한 줌 따서 주머니에 넣고는 집에 와서 씻어서 먹었다. 옛 생각만큼 맛이 있지는 않았다.
지금은 아무도 경쟁자가 없다 혼자서 몇 번을 먹다가 재미없어서 그냥 술을 부어 버렸다. 100그램 정도 들어가는 작은 올리브 병에 반도 차지 않는 울리 술을 언젠가는 요리할 때 쓰려고 저장한다. 먹고 뱉은 씨앗은 베란다 어느 화분 밑으로 들어갔다 언젠가는 또 새순을 올릴 것 같다
같은 것을 두고도 세월과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해도 맛이 이렇게 다르다니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