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이름




통영의 마을 이름은 모두가 꽃이다

다시몰 사발개 다랑골 도리골 미늘 발개

달아 동피랑 새바지 담안 가오치

다시 입 속에서 그 이름들 우물거리면

멍게향이 슬슬 올라온다.

가만히 그 이름들 소리 내어 읽어보면

혀 위에서 자음과 모음이 돌돌 굴러서

도르륵 도르륵 몽돌 구르는 소리가 난다

따뜻한 봄날 하얀 모래사장에

그 이름들 써 보면

꽃꽃꽃

하면서 석화가 마구 피어오른다



통영은 경상도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반도와 150여 개의 섬이 어우러진 도시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여서 통영이라고 통제영이 자리 잡기 이전에는 두룡포라 했다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에서 일부 통영을 소개되기도 하고 백석 시인이 '난'이라는 여인을 찾기 위해 세 번 들런 곳이기도 하다

백석 시인의 시를 무척 좋아하던 내게 통영 방문은 정말 많은 의미를 남겼다 마을을 둘러보던 중 마을의 이름들이 정말 예뻤다 항구도시라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지만 나폴리보다 더 예쁜 이름들을 가졌다

통영 중앙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지만 이곳은 백석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 난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걷던 거리의 일부가 포함된다 백석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 이곳에서 통영 해저터널이 있는 곳까지 걷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 군수물자보급을 위해 만든 터널이지만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곳의 언덕 뒤쪽에는 디피랑이 있다 경상도 말 그대로이고 표준어로 하면 뒷벼랑이다 동피랑과 마주한 디피랑에 서면 통영 중심항인 강구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구안은 한산도대첩지라 한때는 이곳은 한산대첩축제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통영에서 마을버스들이 지나는 버스 정류소 팻말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마마을이름들이 마치 사람이름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수로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