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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프라이즈 Nov 02. 2022

슈프림, 마침내 '국내 상륙'할까?

상표권 이슈부터 예상 매장 위치, 그리고 우리의 기대까지

'슈프림 한국 상륙'은 패션 신에서 꽤나 오랫동안 화두에 오르내린 흥미로운 이슈다. 스트리트 웨어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어디에도 정식 매장을 내지 않는 게 그들이니. 물론 앞서 몇 차례에 걸쳐 국내 매장 오픈 루머가 전해지기도 했는데, 금방 수면 아래로 사라지기만 했다. 그때마다 한국에 공식 매장이 들어서지 않는 이유는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팬들의 아쉬움은 더없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과거와 사뭇 다른 몇 가지 정보가 더욱이 상세하게 공개된 만큼. 이번 콘텐츠에서는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모으는 '슈프림 한국 상륙'과 관련한 내용을 풀어본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다면 슈프림의 권위와 위상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터이니, 그에 대한 소개는 건너뛰도록 하겠다. 본격 본론으로 들어기 전에 일러두는데, 슈프림의 이번 한국 상륙 소식은 이전과는 궤를 달리한다. 흘러가는 상황과 분위기만 봐서는, 이번에는 '진짜'다. 아래는 지금까지 다수의 매체를 통해 공개된 이번 루머와 관련한 몇 가지 사실, 그리고 우리의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상표권 등록의 새로운 진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상표권'은 슈프림의 한국 상륙을 막아온 주된 걸림돌 중 하나다. 슈프림이 국내에서 상표권 등록을 시도한 건 지난 2013년이 처음. 당시 브랜드 운영사 <챕터 4 코프.>가 직접 출원인으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SUPREME이 단순 '최고의'를 뜻하는 단어기에 식별력이 없고, 이미 SUPREME이 포함된 상표가 다수 등록돼 있는 선출원주의에 따른 것이다. <챕터 4 코프.>도 그냥 한 번 가볍게 던졌는지, 불복심판 등과 같은 추가적인 이의제기 없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18년, <챕터 4 코프.>가 다시금 슈프림의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상표권을 몇 차례에 걸쳐 출원하고, 이와 함께 2010년부터 등록되어 있던 가짜 SUPREME 상표 중 하나를 불사용에 의한 취소심판 청구해 등록 취소를 받아냈다. 꽤나 공격적인 행보에 또다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불이 지펴졌으나, 이후 업데이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금새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이 끈질기고 끈질긴 소식이 다시 시작됐다. <챕터 4 코프.>가 2018년 출원한 상표가 올해 9월 2일 마침내 '출원공고'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출원공고란 심사 결과 상표 등록을 거절할 이유가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고지된 날로부터 2개월간 이의신청이 없으면 마침내 상표권이 공식 등록되는 마지막 단계다. 이의신청이 없다는 가정 하에, <챕터 4 코프.>의 슈프림 상표권은 11월 2일부터 대한민국 특허청에 오르고 국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기 시작한다. 



첫 번째 매장은 어디에?



최대 장애물인 상표권 이슈에서 실마리를 찾았겠다,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된 대목은 '그렇다면 국내 첫 번째 매장은 어디가 될 것인가?'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에 따르면 이미 부지 선정을 마쳤다는데, 어디까지 일부에게만 공유된 대외비.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크게 서울 성동구 성수동으로 기우는 추세다.


성수동은 현시점 한국에서 가장 하입한 동네다. 각양각색의 카페들을 비롯한 수많은 맛집은 더할 나위 없고, 피치스나 아더에러와 같이 큰 인기 브랜드 또한 가득 위치하고 있다. 근래에는 럭셔리 하우스 또한 발을 들이는데, 디올은 꽤나 큰 규모의 컨셉 스토어를 선보이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으며 에르메스는 디뮤지엄에서 가방 전시를, 샤넬과 루이비통은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여하튼 핫플인건 알겠는데, 슈프림에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슈프림'인데 말이다. 바로 위 문단보다 중요한 사실로 성수동은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꽤나 가까이 한다. 1세대 스케이트보더 출신인 이은혁 대표가 설립한 카시나의 매장이 들어서 있으며,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보이는 세이버 스케이트샵이 자리 중이다. 인근 뚝섬한강공원에는 X게임장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성수동 외에도 언급되는 지역. 국내 스트리트 패션의 본고장 중 하나로 꼽히는 압구정, 성수동과 더불어 핫한 동네로 소문난 한남동이 대표적이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가 전해질 전망이니 기다려보도록 하자.



국내 유통은 누가?

그렇다면, 누가 국내 유통을 맡게될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슈프림의 모회사가 VF 코퍼레이션'이라는 점. 반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굵직한 브랜드들을 소유하고 있는 패션 대기업 VF 코퍼레이션은 2020년 11월 슈프림을 약 2조 원 대에 인수했다. 무론 슈프림이 대기업 산하에 종속되는 모양새가 썩 좋게만은 보이지는 않았더라 여러 걱정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나쁘지만은 않다. 여전히 창립자 제임스 제비아가 브랜드 운영에 관여하고, 심지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트레메인 에모리'를 선임했으니. 슈프림의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되어 가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유통사로 'VF 코리아'가 유력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VF 코리아는 현재 반스와 팀버랜드 브랜드의 국내 직진출 사업을 전개 중. 다만 어디까지나 예상으로, 실제 유통사와 그 운영 방식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우리의 기대점



한국에서 슈프림을 구매하는 일은 '극악무도' 그 자체다. 국내 직배송을 지원하지 않아 배송대행지를 사용해야 하고, 심지어는 미국 온라인 스토어 접속을 위해 VPN 지참은 필수일 정도. 그 과정이 듣기만 해도 어지럽다면 거래소나 중고장터, 혹은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편집 매장으로 향해 구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대부분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대에 판매된다는 점은 참고하자. 


슈프림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위와 같은 복잡한 이야기도 안녕이다. 더 이상 슈프림을 위해 비행기 표를 끊거나, VPN을 결제하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매장에서 최신 드롭의 실물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며, 온라인 스토어를 이용해 우리 집 문 앞까지 안전하게 배송 받을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구매가 무척 쉬워질 것으로 비춰지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 확실히 그 과정이 이전보다 편해지는 점은 분명하지만, 매장 앞에는 발매 며칠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될 터이고, 온라인에서 노린다면 손가락은 봇보다 빨라야 할 테다. 어느 정도의 구매 환경이 주어지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이나저나 매한가지.


일말의 부정도 없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현재 한국을 휩쓰는 '짝퉁' 슈프림이 다수 소탕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울 거리 곳곳에 줄기차게 이어지는 짝퉁은 뉴욕에 거점을 두는 오리지널 슈프림의 국내 진출을 가로막았던 주된 이유 중 하나. 슈프림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국내에 들어오기에, 지금까지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 가짜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것을 기대해본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던 국내 론칭이 가능한데, 왜 이렇게 늦었나(?)". 상표권은 분명 큰 장애물이었음이 확실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우리가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로 부르며 그토록 열망하는 슈프림을 되돌아보자. 94년도 라파예트 거리에서 첫 매장의 문을 열었을 때부터 브랜드의 모든 것은 스케이트보드와 그 중심의 서브컬처로 귀결됐다. 매장 입구에 문턱을 없애 뉴욕의 모든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었고, '크루 티셔츠' 문화를 브랜드의 기초이자 전부로 삼았다. 그런데, 한국 스트리트 패션의 현주소는 어떤가. 문화에 기반하고 그 문화를 가꾸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은 소수, 인플루언서와 매체의 흐름에 틈타 흘러가는 브랜드와 브랜드 팬들이 대부분 아닌가. 스트리트 패션의 접근은 잘못되었고, 업친데 덮친격 레플리카(짝퉁)은 곳곳에서 판친다. 슈프림에게 지금까지의 한국은 '문화 불모지'에 불과했을 테다. 


그래서 슈프림 한국 진출은 단순 '이제 슈프림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를 넘어 보다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뒤로하고, 이제는 서브컬처의 깊이와 강도가 일정한 수준까지 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땅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포함한 문화적 활동을 이어가고, 보존하며, 널리 알리기 위해 분투한 이들, 그리고 이에 동참한 많은 팬들이 다 함께 일궈낸 결과물이다. 슈프림은 현재 미국에 4개, 유럽(런던, 파리, 밀라노, 베를린)에 4개, 그리고 일본에 6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그다음이 서울이라면 이는 15번째가 된다. 


막연히 이런 상상을 해본다. 서울의 상징이 담긴 박스 로고 티셔츠를 구매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매장 앞에 길게 펼쳐진 행렬, 한국 기반 스케이트보더가 슈프림의 룩북과 캠페인에 등장하는 모습. 요컨대 슈프림의 국내 진출을 통해 한국의 서브컬처는 또 다른 도약을 맞이할 테다. K-스트리트 패션 팬들의 위력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는가.



Image by © Shoeprize / Supreme / Highsnobiety / VF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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