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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가 Apr 12. 2024

꿈을 노래할 수 있는 사회

평범을 빚어낸 사회

<희망이란 그림자에 가려진 꿈>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큰 꿈을 꾼다. 그런 나의 어린 시절 꿈은 의사였다. 나에겐 그렇게 큰 꿈도 아니었다.

학창 시절엔 선생님과 친구 부모님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엄친아로 치부되던 나는, 그저 '사자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 배웠고 별다른 이유 없이 의사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떤 책에서 '희망이 아닌 꿈을 좇아야 한다.'는 구절을 보았다. 그제야 지금껏 나의 꿈은 그저 장래'희망'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다급히 온전한 나의 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꿈은 무엇이며 어떻게 꿔야 하는가를 배운 적 없다. 그렇게 나의 꿈이라 여겨지던 것은 철저히 내가 믿어왔던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바람에 불과했다.


꿈이 없다는 현실이 애참하기만 하였다. 그렇다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란 사실이 위로가 되어주지도 않았다.

어른이 그린 꿈이라는 그름에 색칠만 하는 사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끔찍하고 잔인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한 청년의 꿈>


나는 성인이 되고서야 나만의 온전한 첫 꿈을 찾을 수 있었다. "매일 더 행복하지도 덜 행복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하루들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때는 2021년 6월 군복무 시절로 돌아간다. 여름이지만 유난히 선선한 바람이 살결에 기분 좋게 스치던 하루였다. 몇 송이의 구름이 따가운 햇빛마저 가려주던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 그 사고만 없었다면 말이다.


불의의 사고였다. 전역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항상 따듯하기만 했던 형은, 하늘이 그리도 예뻤는지 기어코 하늘에 다가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맑기만 했던 하늘은 머지않아 자욱한 담배연기에 뒤덮여 찾아볼 수 없었고, 모두가 절망에 빠진 이곳은 기댈 곳 없는 지옥이었다.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고자 '책'을 유일한 탈출구로 삼았다. 애써 서로 좋은 표정 짓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당시 읽었던 책은 '윤동주의 전집'이다. 일주일 동안 읽고 또 읽으며 그의 모든 글이 외워질 때쯤, 나는 단지 '평범한 하루들의 연속인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가 가장 행복하고 이상적인 삶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무엇을 바라는 것마저 불행한 삶이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다시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어차피 주워 담을 필요 없는 눈물들에 가진 모든 것을 그때처럼 똑같이 쏟아내길 바랄 뿐이다. 너무 뜨거워 녹아내리지는 않는가 멀리서 지켜볼 뿐이겠지.


"여행은 되돌아보았을 때에만 매력적이다."라고 폴 서룩스는 말했다. 그렇지만 윤동주는 삶이 고통과 비애로 물들었음에도, 항상 모든 것에 의미를 찾고 사소한 하나에도 빠짐없이 사랑을 노래했다.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았던, 그저 평범한 미래를 그리던 어느 20대 청년의 못 다 이룬 꿈은 이제 나의 꿈이 되었다.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죽어가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을 꿈이라는 이름을 빌려 다시금 바라본다.



<꿈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우리 사회가 꿈을 꾸기 어려운 사회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틀에 박힌 교육과정에서 정해진 답만을 요구하고 불필요한 질문은 거부하는 시대. 이것이 꿈이 있는 미래를 그리기 위한 최선의 교육과정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진정 꿈이 있는 국가의 모습도 아니어야 한다.

결국 꿈도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상상할 수 있는 자만이 그릴 수 있고, 아름다움도 그 크기에 비례할 것이다. 사전에선 '실현될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를 꿈이라고 정의한다.


헛된 기대마저 품을 수 없는 사회만큼 불행한 사회를 본 적 있는가?


꿈을 노래할 수 있는 사회가 유행처럼 번졌으면 좋겠다. 꿈이 그 자체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의 꿈이 헛된 기대에 그치는, 그런 허무맹랑하기만 한 꿈이었으면 좋겠다.


헛된 기대를 안고 잠들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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