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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Jazz] 꿈의 파도와 교향악의 협연

"Waves Upon Waves" _Snarky Puppy + MO

by KEN

장르를 초월한 꿈의 파고를 연주하다. (스나키 퍼피와 메트로폴 오케스트)



0.

오랜만에 재즈 감상이다.


SNS를 통해 스포티파이(Spotify)가 지속적으로 손짓을 보냈었다. 그간 몇 개의 주력 스트리밍 서비스를 간소화시키면서 모두 정리했던 플랫폼이었으나, 그 다양성과 차별성에 조용히 이끌리어 결국 다시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제일 앞열에 이들의 곡을 추천한다. 스나키 퍼피와 메트로폴 오케스트가 연주한 "Waves Upon Waves". 이들의 연주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용을 찾아 보고 듣고 써서 옮겨본다.


자, 본격적이고 구체적으로 감상해 보자.



1.

협연


스나키 퍼피(Snarky Puppy)와 메트로폴 오케스트(Metropole Orkest)의 협연은 현대 인스트루멘탈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적 시도 중 하나로 손꼽힌다. 두 집단의 첫 협업인 2015년작 Sylva는 펑크·재즈 퓨전 밴드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결합이 단순한 실험적 충동에 머물지 않고, 완성도 높은 하나의 음악적 세계로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듬해 201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Best Contemporary Instrumental Album’을 수상하며 그 성취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Sylva의 성공 이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두 거대 앙상블은 2025년 발매작 Somni를 통해 다시 한 번 조우한다. ‘Somni’는 카탈루냐어로 ‘꿈’을 의미하며, 이 프로젝트는 2025년 1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3일간 6회에 걸친 라이브 세션으로 청중 앞에서 녹음되었다. 총 74명의 연주자가 참여한 이번 작업은 스나키 퍼피 멤버 20명, 메트로폴 오케스트 단원 54명으로 구성된 압도적 스케일을 갖는다. 이는 Sylva가 마련한 기반 위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예술적 지평을 탐색하겠다는 공동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2.

음악


"Waves Upon Waves"는 장대한 프로젝트 Somni의 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이자, 앨범 전체의 개념적 씨앗이 된 작품이다. 스나키 퍼피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마이클 리그는 이 곡의 초기 아이디어를 사실 Empire Central 세션 당시 이미 구상해 두었으나, 그 특유의 꿈결 같은 성질 때문에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위한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며 아껴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곡은 ‘깨어 있음과 잠 사이를 부유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되었다는 전언이다. 청중을 Somni가 탐색하려는 내면의 심리적·정서적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주제적 방향성을 열어주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전해진다.




3.

작곡가 마이클 리그


스나키 퍼피와 마이클 리그의 작곡 테마는 이번 협업을 통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듯하다. 이전 협업작 Sylva가 숲과 자연환경이라는 외부 세계에 초점을 두며 외향적이고 영화적인 환경 서사를 펼쳤다면, Somni는 마이클이 일본의 한적한 시골에서 한 달간 고독하게 작업하며 구상한 결과물로, 내면의 심리적 영역 즉, 꿈과 무의식을 향해 깊이 침잠하는 인상을 준다.


이 주제적 전환은 단순한 소재 변경을 넘어, 마이클의 작곡이 광활한 풍경 묘사를 넘어서 보다 복잡하고 심층적인 심리적 내러티브를 시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꿈이라는 영역을 다루기 위해 요구되는 정서적 모호성과 유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74명 앙상블의 섬세하고 복합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다시 말해, Somni는 단순히 Sylva에서의 규모를 확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통한 내면 탐구의 깊이를 한층 더 확장한 시도라 할 수 있겠다.


"Waves Upon Waves"는 제목이 암시하듯 끊임없이 고조되고 이완되는 유동적 형태를 구현한다. 곡은 현악기 섹션이 도입부를 부드럽게 감싸며 몽환적인 텍스처를 형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서정적 층 위로 스나키 퍼피 특유의 견고하고 펑키한 일렉트릭 베이스가 단단한 기반을 제공하며, 거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속에서도 밴드의 펑크적 정체성을 선명히 유지하도록 돕는다.


곡의 역동성은 유체적 파동이 반복적으로 일렁이는 듯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금관 섹션이 가세하고 스나키 퍼피의 리듬 섹션이 점차 힘을 실어주면서 음악은 고조되지만, 완전히 깨어 있지도, 완전히 잠들지도 않은 이행기적 긴장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말하듯, 곡은 의식의 경계면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음악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절정을 지나 돌연 끝나고, 오르간의 잔향만이 조용히 지속된다. 이는 꿈에서 막 깨어날 때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단절을 상징하며, 흐린 의식 속에서도 감정적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4.

솔리스트


음악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배경 위에서 스나키 퍼피 멤버들의 즉흥 연주가 선명하게 부상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재즈 플레이를 들려준다. 이 곡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솔리스트로는 트럼펫과 플루겔혼을 맡은 제이 제닝스와 마이크 메이저, 그리고 테너 색소폰의 크리스 불록과 밥 레이놀즈가 있다. 이들의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질감 속에서도 재즈적 활력을 잃지 않으며, 곡의 중심 에너지 흐름을 견고하게 유지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순간은 바이올리니스트 재커리 브록의 솔로다. 메트로폴 오케스트의 고전적이고 부드러운 현악 텍스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의 일렉트릭화된 왜곡된 바이올린 사운드는 곡의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시키며, 꿈의 영역이 지닌 비이성적이고 변형된 측면을 강렬하게 부각한다는 평가다.


이러한 악기적 대비는 깨어남과 수면 사이의 긴장이라는 곡의 주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그렇게 들리는지?^^



5.

Snarky Puppy


여기서, 스나키 퍼피 연주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스나키 퍼피는 2004년, 마이클 리그가 University of North Texas 재즈 스터디 프로그램에서 결성한 이후 댈러스 지역의 가스펠·R&B 커뮤니티와 활발히 교류하며 음악을 보다 펑키하고, 직관적이며, 육체적 감각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시켜 왔다고 알려져 있다. 고정된 멤버 체계를 두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 집단으로 움직이는 이들은 현재까지 무려 다섯 차례의 그래미 수상 경력을 보유하며 현대 빅밴드 재즈 퓨전을 주류 청중에게 성공적으로 소개한 대표적 집단으로 평가된다.


리더이자 핵심 작곡가인 마이클 리그는 현대 재즈계에서 보기 드문 대중적 지명도를 확보한 밴드 리더이기도 하다. 그의 작곡 방식은 전통적인 악보 중심의 접근이라기보다는, 먼저 그루브에서 출발해 섬세한 아이디어를 끌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초기 스케치는 가볍게 설계해두고, 이후 멤버들은 이 스케치를 귀로 익히며 라이브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즉흥성과 개성을 더해 곡을 완성해 간다.


리그가 이러한 방식에 도달하기까지는 팻 메스니,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같은 거장들과의 협업 경험도 있지만, 특히 흑인 교회 음악과 가스펠 문화에서 배운 리듬적 깊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음악적 철학은 전통 재즈의 엘리트주의적 경계를 허물고, 복잡한 음악 속에서도 멜로디와 기쁨을 통해 대중이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스나키 퍼피의 예술적 성취는 바로 이 지점—리그의 엄격한 사전 설계와 멤버 각자의 라이브 즉흥성이 만들어내는 의도적 긴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주 언급된다. 리그의 초기 설계는 각 파트를 구조적으로 정밀하게 짜 맞춤으로써, 최대 74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도 필요한 완벽성과 정확성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스나키 퍼피는 모든 프로젝트를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녹음하는 전통을 지속하며, 재즈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자발성과 현장성을 끝까지 지켜내고자 한다.


바로 이 방식이 Sylva에 대한 초기 비평에서 높이 평가되었던 음악적 정교함과 라이브 퍼포먼스의 즉흥성, 그리고 현장성이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결과를 만들어낸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6.

Metropole Orkest


메트로폴 오케스트는 1945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풀타임으로 재즈와 팝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빅밴드 특유의 리듬적 민첩성을 구현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이 유연한 음악적 체질 덕분에 엘라 피츠제럴드, 브라이언 이노, 그레고리 포터, 야콥 콜리어 등 장르를 가로지르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 왔다.


지휘자 쥘스 버클리는 스나키 퍼피와 메트로폴 오케스트의 협업을 예술적으로 이끈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단순한 지휘자의 역할을 넘어, 편곡자이자 큐레이터로서 오케스트라 음악의 문법을 새롭게 작성하는 인물이다. 버클리는 “장르가 충돌하더라도, 개념이 강력하면 어떤 음악도 가능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작업하며, 오케스트레이션을 기존 음악의 배경으로 배치하기를 거부한다. 대신, 아티스트의 사운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내고 있다.


버클리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메트로폴 오케스트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며, 오케스트라의 국제적 명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메트로폴 오케스트는 그루브, 스윙, 블루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말 그대로 ‘재즈 감각을 가진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이 특별한 음악적 토대가 있었기에 스나키 퍼피와 같은 펑크·퓨전 지향 밴드와의 협업에서 유례없는 시너지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7.

평가 및 정리


공개된 신곡 "Waves Upon Waves"는 강렬한 시네마틱 톤으로 발표 직후부터 비평가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초기 분석가들은 현악기의 장엄한 스케일, 풍부하게 층을 이룬 금관 섹션, 그리고 스나키 퍼피 특유의 견고한 펑크 베이스라인이 이루는 절묘한 균형을 높이 평가했다. 일부 팬들은 이 조합이 마치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차세대 사운드트랙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장르를 뛰어넘는 서사성과 대형 스케일을 지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스나키 퍼피는 현대 재즈 아티스트 중에서는 드물게, 대중적인 재즈 밴드라는 위치를 확고히 구축한 팀이다. 전 세계 주요 공연장을 연이어 매진시키고, 다섯 차례의 그래미 수상 경력을 쌓아온 이들은 이제 재즈계 내부를 넘어 광범위한 대중 청중에게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스나키 퍼피메트로폴 오케스트의 "Waves Upon Waves"는 마이클 리그가 제시하는 복잡하고 내향적인 꿈의 세계로의 첫 초대장이다.


"Waves Upon Waves"는 이 장대한 음악적 여정의 첫 파고이며, 앞으로 펼쳐질 Somni의 세계가 현대 음악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더불어 행복한 감상을 할 수 있게 되어 즐거울 따름이다.



(사족) 그들의 모든 곡이 다 괜찮지만,

Wave Upon Waves에 이어

"It Stays With You" 또한 매우 감각적인 리듬을 들려줍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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