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도전기(4)
11월 1일, 달력을 넘기듯 깜짝 반전이 찾아왔다!
그 후로 며칠 동안 A주식은 호재를 터뜨리며 그동안 파 들어간 지하에서 지상으로 조금씩 조금씩 기어올라가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수익률은 -18% ~ -15% 수준에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상으로의 안착은 쉽지 않은 모양새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움직이는 기계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자동차, 오토바이, 경운기, 트랙터, 포클레인,...
초등학교 시절 너무나 운전을 해보고 싶어 큰삼촌 승용차에 몰래 들어가 핸들을 좌우로 비틀다가 핸들이 잠겨 고장 낸 줄 알고 밤새 잠 못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중학생 때 나보다 더 큰 작은집 아저씨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나갔다가 어머니가 놀라시고 우시면서 나를 찾아다니시던 기억, 이웃집 아저씨가 경운기 시동을 걸어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운전하다 논두렁에 처박혔던 기억까지...
6년간의 해군 장교 생활에서는 크고 작은 군함들도 운전해보았으니(직접 운전은 아니고 명령어로 지시하면서 군함을 조함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비행기 빼고는 웬만한 것들은 다 운전해 봤다고 아들한테 자랑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알바로 무슨 일을 해볼까?" 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나의 눈에 지나가는 '지게차'가 들어왔다.
무거운 물건을 받침대 같은 두개의 쇳덩어리로 꼽아 번쩍 들고는 움직이는 자그마한 지게차의 움직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바로 3일이면 취득이 가능하다는 3톤 미만 지게차 운전면허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단 3톤 미만으로 짧게 경험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3톤 이상과 다른 중장비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까운 중장비학원에 등록했다.
정말 오랜만에 오전부터 중장비학원에 나가 지게차 운전을 배우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실습생들을 만나보니 에너지 넘치는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이틀간 6시간의 실습과 마지막 하루 6시간의 이론교육을 끝으로 짧은 교육과정이 끝나고 나는 바로 수료증을 받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면허증을 만들기 위해 차량등록사업소로 향했다. 1년 이상 공부해서 따낸 자격증을 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고 뿌듯해서 아내에게 상장을 받은 아이처럼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나 지게차 몰아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굴삭기'나 '대형 화물차' 운전면허도 따보고 싶어~"
아무튼 자격증 하나가 생기니 급하면 물류센터에 나가 알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백수가 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면서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 백수의 삶에 근육이 붙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앞으로 백수 생활에 잘 적응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다시 조금씩 샘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