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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찡의 유전자 Sep 06. 2023

넓은 공정

대학교의 역할에서 개인의 권리까지

나는 현재 UC버클리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도착한 지, 약 2주-3주 정도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많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느낀 것이기 때문에 이 생각은 쉽게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다. 쓰고자 하는 주제는 대학교의 역할과 그 바탕이다. 내 블로그에서 이와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글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 중 하나에 재학 중이다. 한 학기 등록금은 약 500만 원 정도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국가장학금 제도도 굉장히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단 장학금 대부분도 소득분위를 산정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UC버클리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 전체적으로도 장학금 제도는 굉장히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조사한 내용도 아니고 현지 학생들에게 들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 룸메이트 또한 부유한 집안이 아님에도 현재 UC버클리에 재학 중이다. 그리고 국가에서 비용을 대준다고 한다. 이를 보아,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한국과 미국 모두 장학금 제도는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다. 개인의 권리이다. 한국의 경우 기부 입학 등의 문화와 제도는 공정성의 이유로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민 사건 등과 같은 스펙 쌓기 논란도 이루어지며 공정성의 입지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아직 기부입학 제도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 때 대학교 랩에 돈을 주면 논문이나 연구 실적에 이름을 적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이에 대해 딱히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앞서 말했다시피 장학금 제도가 활성화되어 저소득층 계층도 명문대에 학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고 입학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서라고 한다. 이를 한국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난다. 우리는 현재, 저소득층, 지방에 있는 학생 등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다. 그리고 장학금 제도도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스펙/입학의 공정성에는 한없이 민감하다. 


이 내용에 대한 논리는 세금이다. 장학금은 공짜가 아니다. 누군가의 자본이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고소득층 사람들이다. 의무와 권리는 하나다. 미국의 경우는 의무에 따른 권리를 부여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강자에게는 한 없이 의무만을 요구하며 권리는 부여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라는 좁은 판에서부터 적용된다. 과연 이런 상황이 진정 공정한 상황일까? '공정'이라는 가치를 들이밀고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며 타인에게 의무만을 지우는 상황이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길인가? 입시라는 관점에서는 작금의 상황이 공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심을 갖는 가치는 아마 공정일 것이다. 하지만, 공정은 누구나 알다시피 객관적이지 않은 가치이다. 누구에게는 공정한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다. 지금 사회는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각자 자신의 공정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선한 공정'을 기준으로 너무나도 다양한 사건, 상황을 판단한다. 하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각 케이스마다 들이대는 공정이라는 가치에는 일관성이 없다. 우리는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공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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