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붕어집사인지
안녕하세요. 집에서 돈만 까먹는 삼수붕어 필명25입니다. (저번 주말은 레드벨벳 콘서트 간다고 집 밖에서도 돈을 까먹었습니다.) 언제나 고양이 3마리와 함께 4인분의 돈을 쓰고 있죠. 오늘은 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금쪽이 탈출을 못한 전적을 보여드릴 건데 너무 놀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보시는 순간 ‘얘가 왜 붕어라고 자칭하는구나.’를 아실 수 있습니다.
1. 김치볶음밥 위에 김가루 붓다가 안 나와서 훅 쏟기
밑에 밥보다 김이 많아요. 한 번 쏟아지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김가루는 마치 인생 같죠. 엄마가 본인 밥그릇으로 옮겨 달라 해서 겨우 같이 짬처리했습니다.
2. 빨랫감 구분 못하고 세탁기에 잘못 넣기
제가 탈색머리라서 아무리 드라이를 열심히 해도 티셔츠 어깨가 축축해지는데요. 수건을 두르고 앉아있으면 어깨가 자꾸만 앞으로 가서 자세가 안 좋아집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축구 유니폼이나 운동복으로 나온 기능성 티셔츠를 입는 것이었죠.
엄마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겸사겸사 회사 근처에서 외식이 잦아지는데, 그럴수록 빨래는 산더미처럼 쌓여요. 정 안 되겠으면 엄마가 빨랫감 구분만 해놓고 붕어한테 돌려달라고 합니다.
히지만 그날은 아침에 너무 바빠서 엄마가 빨랫감 구분도 못하고 나간 어느 날이었죠.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정리 안 되는 걸 보면 미쳐버리는 붕어는 엄마 대신 빨랫감을 골라서 세탁기를 돌리기로 합니다. 결과는 예… 그냥 빨래 바구니부터 세탁기 입구까지 후루룩 집어넣었던 뭉텅이 사이에 제 기능성 티셔츠가 껴있었지 뭡니까… 엄마 미안.
3. 세탁방 없이 베개를 세탁기와 건조기에 넣고 돌리기
건조기 산지 몇 달 안 되었을 때 저랬지 뭡니까… 베개 커버를 안 벗기고 넣으면 괜찮겠지 싶어서 돌려놓고 누워있었습니다.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세상에… 하얀 솜덩어리가 나풀나풀거려서 깜짝 놀랐어요. 바로 일시정지 누르고 기도메타에 들어갔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퇴근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죠.
“어… 엄… 마?”
“왜.”
“음… 내가 있잖아… 그… 건조기를 돌리다가 베개가 안에서 터졌지 모야…”
“하… 내가 돌리지 말라했다이가. 다들 세탁망 없으면 손빨래하고 자연건조시키지.”
“어… 미안해… 나는 베개 커버 지퍼 열고 돌리면 괜찮을 줄 알았지.”
“끊어라.”
집에 온 엄마가 붕어 딸의 흑역사를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야, 야, 건조기 안 터진 게 다행이다.”
“엣헴… 그만 놀려…”
“두고두고 놀릴 거다. 건조기 사자마자 유리문 부술 뻔했구먼. 이거 니가 정지시킨 거가?”
“응. 혹시나 싶어서 보니까 뭐가 휘날리더라고.”
“니 잠들었으면 클났다.”
우리 고양이들이 사고 치는 이유는 붕어 집사를 닮아서 그런가 봐요. 그 집사에, 그 고양이… 백수 4마리 뒤처리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