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붕어 아니고 원숭이로 살겠습니다
나무 밑동에 원숭이를 잡으려 설치한 덫이 있다. 원숭이의 손이 들어갈 만큼만 코코넛 뚜껑을 깎아낸다. 구멍 안에 바나나를 넣어 코코넛을 나무 밑동에 고정시킨다.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코코넛으로 다가온 원숭이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코코넛 안에 손을 훅 집어넣는다. 여기서 함정은 원숭이가 손바닥을 펼쳤을 때는 구멍 안에 자유롭게 손을 넣었다 뺄 수 있으나, 원숭이가 주먹을 쥐면 구멍에서 손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원숭이는 언제든 손에 힘을 풀기만 하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코코넛에 손이 꽉 낀 채로 발버둥 친다.
인간도 과거의 상처나 후회에 사로잡혀 원숭이처럼 자신만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기차는 끊임없이 앞으로 가고 있지만, 내가 역방향 좌석에 앉아 있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진행형으로 보이는 아이러니에 사로잡힌다. 이제는 정말 나의 시선을 돌릴 차례다.
사실 원숭이가 갖고 싶어 했던 바나나는 어쩌면 멀쩡하지도 않고 이미 썩어 문드러진 바나나였을지도 모른다. 원숭이는 그저 그것이 탐스러운 바나나일 것이라는 자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실을 분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썩은 바나나를 놓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끊임없이 연습해도 남아있는 인간적인 상처는 받고 산다. 그것조차 나의 인간미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