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명이오 Jul 01. 2023

공냥이들 집냥이가 되던 날

초바와 요뜨의 아기냥 시절 공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니, 다가오는 상황을 그대로 음미하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고양이들을 데려오는 계획도 그랬다. 뭐 하나 계획대로 된 과정이 없었다. 엄마, 아빠, 내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계획은, 공장 먼지 묵은 털을 달고 있는 우리 세 마리를 하나씩 잡아서 동물병원에 목욕 겸 검진을 맡기는 것.


 “어, 엄마.”


 “오야, 내가 병원에 연락했는데, 거기서는 고양이한테 마취를 안 하면 목욕을 못 시킨다고 하대? 그리고 마취 시간 때문에 한 번에 셋 다 하는 건 힘들다더라. 최대 오전에 한 마리, 오후에 한 마리 이렇게 된다고.”


 “그럼 최소 이틀은 잡아야 하나? 비용은 얼마나 든대?”


 “애들마다 조금씩 다르다더라. 7만 원부터 시작한다는데, 내 생각에는 쟈들은 꼬질꼬질하니까 넉넉잡아 마리당 10만 원은 할 것 같다. 뭐 예방접종이랑 이것저것 다 하면 큰 거 한 장은 들어가겠지.”


 “그래. 뭐, 데려오려면 어쩔 수 없지…”


 목욕을 왜 집에서 안 시켰냐면, 우리 세 마리를 그전에도 중성화 수술 때문에 잠깐 집에 데려왔을 때, 한꺼번에 셋을 씻기니 너무 힘들었고 기름때도 덜 빠졌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힘이 세서 물을 받아놓은 대야에 넣는 단계부터 불가능했다. 사지를 쭉쭉 뻗어 어떻게든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하는데, 겨우 달래서 씻기니 욕실 사방에 공냥이들 구정물이 한가득이었다.


(생후 2개월 초바와 요뜨)


(초록색 공장 바닥 위에서 뛰놀던 공냥이들. 지금 보니 너무 아기다.)


 그때는 신입이가 초바와 요뜨를 낳고 젖 떼는 시기가 되어서 신입이가 또 임신하기 전에 중성화를 하기 위해서 서둘렀다. 겨울 내내 같이 살면서 초바와 요뜨도 중성화를 시키고 다시 공장으로 데려다줬다. 세 마리가 가정집에 몇 달만 있었음에도 우울해하는 모습이 눈에 잘 보여서, 과연 남은 생을 가정집에서 적응하고 살 수 있을지는 걱정이 많았다.


(아기 매트 위에 집사가 직접 뜨개질한 숨숨집을 놔줬더니 사이좋게 누워 있다. 이때 나름 열심히 씻겼는데도 뒷발 기름때는 안 빠지더라…)

(귀 뒤집는 집사의 장난을 받아주던 아기 초바)


 그리고 이 계획의 대전제. 한 마리씩 데려오는 과정에서 남은 고양이들이 변화를 눈치채면 사람을 경계하게 시작하니, 가장 예민한 초바부터 데려오기. 우리 민첩한 전략가 초바만 잡힌다면! 그다음에 신입, 요뜨는 물 흐르듯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바를 엄마랑 아빠만 잡으라고? 니가 공장 왔다 가는 게 아이고?”


 “병원이 집 바로 옆이니까 엄마랑 아빠가 잡고, 아빠만 잠깐 운전해 와서 병원에 맡기면 내가 집으로 데려오는 거 아니었어?”


 “그러자고? 어… 초바를 아빠가 잡을 생각은 못했는데. 일단 알겠다. 잡아봐야지.”


 그 계획은 대차게 실패했다. 초바가 사무실에서 자고 있을 때, 아빠가 장갑을 끼고 스멀스멀 다가가 초바를 들어서 엄마가 잡고 있는 캐리어에 넣고 지퍼를 잠그려는데, 초바가 해적 통아저씨 게임처럼 캐리어에서 훅 솟아올랐다고…



 “엄마, 어떻게 됐어?”


 “~~(상황 설명) 아무튼 초바가 그래갖고 아빠가 요뜨라도 차에 태우고 가는 중이다.”


 “어? 그럼… 초바는 괜찮아?”


 “몰라. 지금 경계하고 장난 아이다. 애가 너무 불안해해서 문 열어주니까 그 뒤로 사무실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사람한테 오지도 않아. 마당에서 한 10m 거리 두고 째려본다.”


 “하… 초바가 힘들어서 어떡해. 일단 알겠어. 요뜨는 내가 오후에 데리러 갈게. 나중에 신입이라도 데려오지.”


 “신입이도 지금 가출했는지 안 보인다.”


 “뭐? 신입이가? 언제부터 안 보였어?”


 “아침부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데. 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가 잠깐 외출했겠지. 엄마도 지금 머리 아프다. 이사 준비가 너무 바빠서 나중에 얘기하자.”


 “알았어…”




 “안녕하세요~ 여기 동물병원인데요. 요뜨 아까 마취 풀려서 조금씩 걷고 하거든요. 지금 집으로 데려가셔도 될 것 같아요.”


 “네, 원장님. 지금 내려갈게요.”




 “오셨어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우와~ 요뜨야! 일어났어? 누나랑 집에 가자.”


 입원실에서 비틀거리며 걷던 요뜨를 본 순간 너무 깨끗해서 다른 집 고양이인 줄 알았다.


 “원장님, 초바가 안 잡혀서 오늘은 요뜨만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버님 말씀으로는 신입이도 어디 나갔다면서요? 음,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쵸? 언제든 애들 잡히면 연락 주세요. 요뜨는 마취 풀릴 때까지 밥을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지켜봐 주세요. 아마 본인도 잘 안 먹으려고 할 거예요.”


(마취 덜 풀려서 동공이 커진 요뜨)


 요뜨 집냥이 만들기는 너무 수월하게 성공!




 신입이가 공장에서 일주일 넘게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토요일 근무 때 나도 부모님을 따라 나가서 현장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뜨가 우리 집으로 가서 며칠 안 보이자 신입이가 2주 만에 다시 돌아왔다. 정황으로만 추측했을 때, 아마 그때부터 요뜨랑 영역 싸움이 심해서 떠났나 보다.


(부모님 야근할 때 마당에서 꽃구경하던 신입)


 “이야, 얘들은 딱 2주만 되면 알아서 돌아오네. 어이, 신입이, 이리 온나. 아저씨 좀 보자. 니 왜 가출했는데? ‘인간들아, 이제 같이 못 살겠다. 공장 이사해 갖고 내 밥은 얻어먹고 살겠나? 에이, 내는 새 집 찾아 떠난다.’ 이런 뜻이가? 응?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드만. 니가 우리한테 그럴 수 있어?”


 “먀오~”


 “‘매오’는 무슨 ‘매오’ 인마… 아저씨 서운하구로 니가 어떻게 그러는데. 인자 우리 집에 가자.”



 그렇게 신입이도 집냥이가 되었다.




 “ㅇㅇㅇ(필명25), 병원에 얘기해 놨으니까 내일 오후에 약 좀 찾아와리.”


 “응? 약? 무슨 약?”


 “저, 초바 있다이가.”


 “에? 초바 어디 아파?”


 “아니. 쟈는 경계가 너무 심해서 그냥은 못 잡으니까 간식에 섞어 줄 수면제 처방받았다고. 니가 찾아온나. 알겠제?”


 “수면제? 그게 돼…? 어떻게 했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안 된다 하셨지! 근데 원장님도 우리 사정 아시니까 겨우 처방받았다. 내가 솔직하게 얘기했지. 어? ‘당장 이번달까지 공장 비워줘야 되는데 초바가 너무 안 잡혀요. 저도 집에 털 날리는 거 싫고, 반려동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나 몰라라 하고 이 동네에 두고 오면 몸은 편하겠지만, 그래도 양심상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되니까 골치 아파도 애들을 데려오려는데 부탁드립니다.’라고.”


 “역시 엄마도 은근 우리 고양이들을 좋아한다니까.”


 “좋아하기는 무슨! 마지못해 하는 거다.”


 “와… 근데 이거 완전 동물농장에서만 보던 포획 작전 아니야? 초바가 약 섞은 간식을 먹긴 하겠어?”


 “몰라. 일단 다 해봐야지. 어쩔 거고? 골칫덩거리들 놔두고 올 수도 없고.”




 초바 포획 작전은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공장 지키는 공냥이 시절 세 마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