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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람 Oct 19. 2022

타이가와 메넬라오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 하나만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메넬라오스를 꼽을 거다. 왠지 생소한 대답에 '이ㅅㄲ 이거 또 힙한 척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메넬라오스를 알게 된 이후 줄곧 '이ㅅㄲ 이거 진짜 불쌍하네'라고 생각해왔다. 자 그럼 여기서 밝혀야할 것이, 그럼 메넬라오스는 누구인가다? 그는 '스파르타'의 국왕이었고,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동생이었으며, 트로이 전쟁 당시에는 전쟁의 원인이된 파리스와의 1대 1 데스매치에서 승리한 자다. 그러니까 파리스. 파리스 이 자가 어느 남자의 부인을 데리고 도망쳐서 벌어진 전쟁이 트로이 전쟁이었지 아마?


맞다. 메넬라오스는 파리스에게 부인을 빼앗긴 바로 그 사람이다.


부인도 뺏기고 싸움까지 졌다면, 어후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도 다행히 부인을 데려간 파렴치한 놈과의 결투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그리스vs트로이의 전쟁 또한 그리스가 승리했으므로, 그는 세상 루저에서 세상 승리자로 명예를 회복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나, 사실 그의 명성이 정말 전처럼 회복 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전쟁, 그 이후의 기록을 잘 찾아보기가 힘들다. 분명 빼앗긴 부인 '헬레네'를 되찾아, 스파르타로 돌아갔다는데,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다시 행복하게 살았으려나...


그리고 여기 메넬라오스를 닮은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 타이가(Tyga). 한 때는 서부힙합의 계승자로,릿한 스타일과 칠한 바이브로 서부의 왕이 될 뻔한 사내. 무엇보다 카일리 제너와의 공개 열애로 지구촌 남정네들의 모든 시기 질투를 다 받은, 연정훈 같은 사내 되시겠다. 하지만 타이가는 마치 메넬라오스의 환생인양,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시작했는데, 카일리 제너가 그의 곁을 떠나 '힙합계의 새로운 신' 트레비스 스캇에게 정착하면서 그의 불행사는 시작되었다.


쉬메일과 주고받은 음란한 사진이 유출되기도 하고(=그의 은밀한 성적취향이 공개된 것이다), 내는 곡마다 히트를 하던 과거와는 달리, 그 자신 본연의 매력을 찾지 못하고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의 역량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으며, 카일리 제너와의 결별으로 그의 형부인 칸예와도 소원해져 타이가의 커리어에는 암흑이 드리워오고 있었다...


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2018년 타이가는 <Taste>라는 노래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마치 지기만하던 전쟁에서 처음으로 이겨, 그 전세를 역전시키는 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처럼 말이다. 아아 그래도 어떻게 이미 유부녀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카일리 제너를 트레비스 스캇으로부터 다시(?) 데려올 수 있겠냐마는, 아무튼 루저의 길만 걷고 있던 타이가가 다시 승세를 탔다는 소식은, 정말로 다시한번 인생 리얼 정말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닌게, 정말로 <Taste>의 리뷰창에는 "어이~ 타-태식이 돌아왔구나~" 라는 식의 리뷰가 한가득이다!


이쯤되면 정말로 '힙합은 인생이다'라고 말해도 될 듯 한데, 이런 식으로 인생에 무언가를 끼워맞추는 예컨대 '야구는 인생이다' 따위의 말은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므로, 이런식의 미사여구는 만들지 않겠다. 하지만 오늘날의 타이가는 인생이 참 알 수 없다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으며, 사랑의 아픔과 인생을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아무튼 나와 당신이 메넬라오스든, 타이가든 언젠가 한번씩은 마주칠 그 시련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그 시련을 선사한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길 바랄 뿐이다. 물론 그 전에 타이가 같은 실력과 그리스 같은 군사력이 있어야하겠지. 듣고싶다 정말 듣고 싶다. "어이~ 람-태식이 돌아왔구나~" 라는 말.  


타태식이의 <Taste>로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LjxulQ1bE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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