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열 번째 장 ( coming )
열
10편을 쓰는데 얼마나 걸린지 아니.
고작 4일.
일주일 중 너를 마지막으로 만나는 요일의 끝자락에서
네 분야를 혼자 파고들다 늦은 새벽2시 집으로 귀가했다.
그때 문득 네 생각이 날 때 마다 시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만 내려놓은 채 책상에 놓인 맥북을 집어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차가운 카페라떼와 함께 새벽 6시까지 써내려간 나를 아니.
나는 그날 결국 밤을 새고 출근을 했고, 네가 없던 요일
그곳의 큰 사람에게 오늘 왜그렇게 피곤해보이냐는 물음을 들었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유월부터
네 생각을 하지 않고는 주말을 보내는 방법을 잊어버린듯 했거든.
기나긴 주말을 너를 못 본채로 넘겨야하는 괴로움을 예상하는 첫날.
이거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네가 없는 시간들을 보내기가 힘들 것 같았어.
솔직히 이 글들을 네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해.
근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내가 너에게 빠졌듯이 말이야.
혹시나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기로 결정할 때
내가 이미 너를 피해버린 전적이 있어서
혹시나 네가 믿지 않을까봐
그런 순간이 오면 보여줄 만한 내 마음이 없을까
그런 마음에 남기는거기도 하거든.
곧
열 장이 지나면
에필로그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이
그건 네가 남겨주길 바란다고 했었지.
솔직히 이렇게 빨리 열 장을 채울진 몰랐거든.
우리는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할 것 같으니까
에필로그는 올해의 날씨가 추워질 때쯤
써지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결국 지금은 없다는 말이야.
에필로그.
그건 네가 있어야 쓸 수 있으니까.
없이 마무리 하려고 해.
카드
실은, 네가 신경쓰이고 나서부터
나한테 새로운 취미가 생겼거든.
너로 인해 나는 새로운 걸 참 많이 해보게 되었어.
타로카드 말이야. 솔직히 통계학이라는 사주도 안믿는데
내가 타로를 믿을 줄은 몰랐거든.
난 내 인생은 내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거라는 주의였어.
근데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정말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그러니까 결국 너로 인해서 타로를 몇 번 봤다는 말이 하고싶었던 거거든.
근데 신기하게도 너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맞추더라고.
20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말이야. 많이 봤지. 알아...
그만큼 네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고싶었어.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뭐라고 나왔는지 아니.
다 다른 사람에게서 봤는데 네가 날 많이 좋아한대.
내가 너의 이상형에 딱 들어맞아서 네가 날 포기하려다가도 못 한대.
그리고 지금은 네가 나에게 다가올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고민을 하고 진중하게 다가오느라 힘들거라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나보고선 자신감을 가지고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나의 타고난 진중한 면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게 좋을거라고
하나같이 모두 그렇게 말 하더라고.
그리고 말이야. 가을과 겨울이래.
새드 엔딩은 없더라고. 우리 사이에.
솔직히 가을과 겨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라
네게 보여줄 내 모습들이 많은 계절이기도 하거든.
그래서 나는 올해의 가을 겨울이 너무 기다려져.
이렇게 적으면서도 나도 내가 웃기긴한데 말이야.
20번이 모두 똑같은 결과인게 신기해서 안 믿을 수가 없었어.
특히, 12월에 난리가 날 거라는데 난 그 말이 참 듣기 좋더라.
근데 문제는 너 말고도 대쉬해오는 사람들이 많을거라고 해서 조금 겁나.
네가 나를 인기많은 사람이라 여기고 포기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네 과거의 마음을 살펴볼 땐 모두 그런 카드들로 나왔거든.
그리고 내가 빵 터진 대목이 몇가지가 있는데 말이야.
그게 실제 네 행동들과 일치했던 시기였거든.
너무 귀여웠어서 나 지금 언급하고 싶거든. 그럴게.
여차하면 네게 절대로 보여주지 말아야겠어.
네가 염탐을 하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했대.
근데 그게 얼마 못갔대. 근데 나 이 시기 언젠지 알거든.
너 딱 3일 동안 그러다가 다시 염탐을 시작했잖아.
나는 이 해설을 듣고 오히려 너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면 믿을래.
네가 너무 귀여워보이기 시작했었거든.
성격이 급한 네가 내 속도를 맞춰주느라 애쓰는 것도
내 손을 잡고싶은 행동을 잘 참지도 못하면서 끝까지 참던 모습도
언제나 내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던 네 따뜻한 마음도
네 질투가 티 났던 순간들도 너무너무 귀여웠거든.
그랬다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고 싶은데
정말로 올 겨울이 되면 그러고 있을까 궁금해지네.
근데 말이야. 혹시 아니여도 괜찮다고 말해두고 싶거든.
네가 얼마나 애썼는지 이 시들을 적어내리면서 알게되었으니까.
내가 타이밍을 못 잡았다면 그건 순전히 내가 감당할 몫이니까
혹시라도 만약 네가 너무 그리우면 이 시를 답습할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네가 너무 힘들어서 정리해버린대도 말이야
나에게 너무 미안해하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은건데...
후회
지나간 후회는 내가 할테니까
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미련없을 때까지
해보라는 말도 해주고싶은데
그 끝에 남는 감정의 파편들은
내가 감당할테니까
나 혼자 감당해도 괜찮으니까
아픈 건 나 혼자 할테니까
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미리 해두고 싶은건데
닿을 길이 있을까
딱 한 편만 더
내일 너를 보고 와서
딱 한 편만 더 쓰고 마무리 할까.
아니면 오늘 이대로 일단락 할까.
이 다음 이야기들은
2부로 넣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분량은 내가 정하는거니까.
마지막 고백
만약에 말이야.
네게 마지막 고백을 해야하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말이야.
온 종일 한 사람 생각을 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줘서
정말로 심장이 저릿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줘서
설레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알게 해줘서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거든.
고마워.
본래대로
이 1부를 마무리하면 말이야.
조금 서둘러서
열개의 챕터를 고운 포장지로 감싸서 마무리 짓는 이유는 말이야.
더 이상 주말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더 이상 네 생각으로 주말을 날려버리지 않으려고
우리의 관계가 무엇으로 정의되든 지금의 나는 내 일에 집중해야
훗날 너와 함께할 여유도 더 확보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본래의 나로 돌아가기 위함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
이것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면
오늘 나는 네 생각을 셧다운하고
일에 몰두할 거거든.
쏟아냄
이제 너를 꽤 많이 쏟아낸 것 같아.
어느정도 미련이 남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 만큼.
네가 나를 다시 채우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제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거든.
그럼에도 말이야.
솔직한 예감으론
긍정이거든.
The end of the first part
2023.06.18.
writer by h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