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ie Park Nov 09. 2022

갓 블레스 유

플라이두바이 - 비행 일기

/ 타지키스탄 -두샨베로 비행을 다녀왔다.

애뉴얼 리브가 끝나고 첫 비행이었다. 나는 낮비행을 선호하는 얼리버드 성향이라 밤 비행을 불호한다.

하지만 이번 11월은 밤 비행의 축복이 내린 듯 대부분의 비행들이 밤 비행이다.


스케줄을 말하는 김에 이번 11월 달의 스케줄을 잠시 읊어본다면

'두샨베-모스크바(3)-바레인(2)-아스타나-도하-티빌리시-스탠바이'

구 소비에트 연방 위주의 비행으로 러시아어를 잘하지도 못하는 내게 어떻게 이런 스케줄이 만들어졌나 싶었다.

더불어 이번에도 나에게 로스터의 신의 손길은 닿지 않았고 레이오버의 꿈은 또 사라졌다.

12월엔 그의 은총이 내리길 바라본다 그렇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잠재워둔 것을 꺼낼지도 모르겠다.

/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로 수도가 두샨베이다.

아랍에미레이트 연방에서 플라이두바이가 유일하게 비행하는 도시라고 들었다.


더불어 타지키스탄 국민의 98%가 무슬림이다 보니 Umrah를 가기 위한 단체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그들의 루트는 두샨베-두바이-제다이기 때문에 처음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빳빳한 새 여권을 나에게 넘겨주거나,

비행기표 두 장을 모두 보여주며 긴장감과 미소를 들어내는 순박함 가진 승객들이 하얀 천으로 몸을 두르고 많이 탑승한다.


레어(?)한 취항지이다 보니 이번 비행도 어김없이 빈 좌석이 하나 없는 만만 석이었다.

보딩패스 체크 - 세이프티 데모를 마치고 비행기가 올랐다.


3시간 비행이라 서두를 필욘 없었지만 여유를 부린다면 모든 것이 늦어질 수 있는 비행이기 때문에

서둘러 Buy on board를 밀어 기내 판매를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순박한 승객들은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anything purchase for snacks, drinks, noodles”를 외치는 나를 쳐다보기 바빴다.


수확 없는 캐빈 런웨이를 마치고 밀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번 밀에는 치킨 파스타 또는 베지테리언 밀이 있었는데 승객들이 영어를 대부분 하는 방법을 몰라 걱정이 되었지만

이번 함께 일한 크루 중 타지키스탄 출신 크루가 있어 우선 당장 필요한 단어들을 서비스 시작 전 배웠다.


그는 나를 보고 웃으며 "오? 너 우리말로 서비스해보려고? 그럼 나는 좋지!! 알려줄게!"라고 했고


"치킨 파스타는 - 마카로니 무르크

야채 밥 - 브리니크 삽자못"


두 단어를 인스턴트로 배웠고 열심히 승객들한테 외쳤다.

결과는 알아들을 리가 있나..

정말 외치기만 하고 음절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보니 다들 날 쳐다보고 물음표가 담긴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도 눈치껏 알아들은 승객들이 내 말에 빵 터져서 웃으며 모든 이들에게 전달을 해주었고

다들 그제야 내 말을 이해한 듯이 미소를 보내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했고 나는 그거에 맞춰 서비스를 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은 승객들이 있고 바디랭귀지로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러한 승객들이 너무 많은 경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다른 서비스를 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재고가 많은 식사를 승객들에게 랜덤으로 주기도 한다.


이렇게 랜덤 식사를 제공한 날은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서비스를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각나며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대부분의 승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그날 크루 중 그 언어를 할 줄 아는 승객이 있다면

틈틈이 배워 승객들에게 써먹는다. 외국인인 게 완전히 티 나는 내가 그들의 언어를 하면 사실 굉장히 좋아해 주신다.


그렇게 나름 순로조운 서비스를 마치고 티/커피 서비스를 하는데 이때 정말 발바닥에 불나게 캐빈을 성큼성큼 달렸다.

승객들이 대부분 티를 마시길 원했고 티가 빨리 동나는 바람에 빈 주전자를 다시 티로 채우기 위해 기내를 왔다 갔다.


서비스가 끝이 나고 서비스를 담당한 타지키스탄 출신 크루가 말하길

자신의 나라는 티를 많이 마시기도 하고 자신의 나라에서 온 승객들이다 보니 추가로 티를 요청하는 승객들에게 한잔 두 잔 리필을 해주다 보니 금세 동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에서 온 친숙한 이방인들은 어떻게 지나 칠 수 가 없다는 게 너무 이해가 가면서도

함께 일하는 크루 입장에서는 그믄!!이라고 어금니 물고 속으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우당탕탕 서비스를 마치고 두샨베에 도착했고, 레이오버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새로운 승객들과 함께 두바이에 돌아왔다.


/ 너에게 은총과 행운이 가득하길


이번 비행에서 볼뽀뽀를 받는 일이 있었다.

두바이에 돌아와 승객들께서 하기할 때 나는 누구보다 큰 미소와 상냥한 Good bye를 한다.

여러분의 여행에 즐거움과 행복한 시간들만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플라이두바이에 대한 긍정적인 마지막 인상을 남겨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김없이 이날도 마쌀라 마(good bye), thank you, good bye를 외치며 승객 한분 한 분을 보내드리는 과정에서

나이가 지긋한 여성승객 분께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며 자신의 손을 내 머리에 대시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치고

나를 꼭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셨다. 알아들을 수 없지만 나에게 좋은 말과 기운을 주시는 게 느껴졌고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그때를 시작으로 내손을 꽉 잡아주시는 분, 볼에 뽀뽀를 하시는 분, 나를 안아주시는 분, 어깨를 토닥이시는 분 등


아주 다양한 인사를 통해 감사함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타지키스탄 출신 크루에게 했더니 승객들이 너를 많이 좋아했나 보다고 하면서

그거 다 너한테 god bless you 한 거라고 말을 해주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어 나도 그들의 길에 언제나 신의 은총이 가득하길 빌었다.



- 당신의 기도로 나의 새로운 꿈이 이뤄지길 by Jennie

insta @jennieya_a


작가의 이전글 가끔 그런 날이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