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두바이 승무원의 비행일기
/ 한차례 폭풍 같은 비행을 하고 비행기는 다시 두바이로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돌아올 때 승객 수는 이전 비행에 비해서 작아 여유로운 비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보딩 포지션은 기내 한가운데서 승객을 맞이하고 빠르게 탑승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포지션이었다.
특히 오버헤드빈에 짐이 가득 차면 해당 칸을 닫아서 승객들이 짐을 넣는 것에 혼란이 없도록 하게 해당 업무를 함으로써 보딩 시간을 줄여 딜레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업무 중 하나이다.
승객들이 가져온 짐이 많지 않았다 보니 빠르게 정리를 할 수 있었고 비행기는 두바이로 향하는 속도를 올리고 순항 중이었다.
/승무원은 반복적인 업무를 얼마나 효율성 있게 하는지에 달려있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있다. 승무원은 반복적인 업무를 매일 새롭게 만나는 팀들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지에 달려있다. 손이 느린 동료를 만나면 그들을 도와 조금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서툰 친구들이 있다면 내가 채울 수 있는 부분은 채워주는 것이다. 또 반대로 내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다른 크루가 채워 서로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한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 팀워크를 잘 발휘한 경험이 있어?라는 질문이 왜 빠지지 않는 질문인지 일을하면서 알 수 있었다.
이번 크루 중에서 아주 손발이 척척 맞는 크루를 만났다.
그는 이미 전직이었고, 큰 항공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보니 센스가 넘치는 친구였다. 더불어 케이팝을 매우 좋아하는 친구라 서로 갤리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즐겁게 일을 했다.
/ 그는 술에 진심인가보다
한참 서비스를 준비하던 와중 한 승객이 다가와 맥주를 구매하겠다고 했다. 우선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빠르게 승객을 보았다. 왜냐면 조지아에서 두바이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자신들이 두바이에 오기 전 이미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 승객에게서 약간의 알코올 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 혹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어딜 다녀왔는 지로 시작해서 가벼운 이야기로 주제를 던졌고, 혹시 술을 마시고 비행기를 탔는지도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그 승객은 공항에서 와인을 한 병 마셨다고 했고, 그러면서 자신이 조금 취하긴 했지만 맥주 한잔 정도는 마실 수 있다고 진실의 약이라도 먹은 것 마냥 취중진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와 동료는 서로를 쳐다보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에게 맥주를 한 캔 주는 순간 돌이길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트레이닝 때 배운 술에 취한 승객을 대하는 4D 액션을 하기로 했다. Delay - Distract - Dilute - Deny를 통해 승객에 술에 취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마법의 문장이다.
"우리가 지금 서비스를 막 시작할 참이라 혹시 괜찮다면 이 서비스가 끝나고 술을 주어도 될까?"
나는 그에게 우선 얼음 물을 전달하며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시원한 물에 기분이 좋았는지 나중에 달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서비스를 하는 동안 지체되는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였고, 그는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가 술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비스가 끝남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터뷸런스로 인해서 차후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승객들에게 좌석벨트를 매어줄 것을 안내하고 승무원들도 다음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시 갤리로 찾아왔고 자신이 아까 요청한 술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취해 보였다. 대화에서 술 냄새가 나길 시작했고 몸을 못 가누는 듯 휘청임으로 술을 더 이상 마시면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
"지금 당장 자리로 돌아가서 벨트를 매어주길 바라 지금 터뷸런스가 오고 있는 상황이고 위험한 상황이야. 얼른 돌아가서 자리에 앉아줘. 그리고 상황이 끝나면 너의 자리로 찾아갈게"
"아? 이 정도는 괜찮아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러시안이거든! 너네부터 앉아"
자신의 어깨를 으스대며 이 정도쯤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나와 동료들에게 보냈고 이젠 더 이상 웃음으로 응대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였고 단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자리에 앉아 벨트를 하지 않으면 너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어. 얼른 돌아가서 앉아줘."
"정말 괜찮다니깐? 나 러시안이야! 그리고 나 물 좀 줄래?"
"Stop sir and go back to your seat"
무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하니 그는 멋쩍은 듯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벨트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동료는 그 승객은 현재 취한 것이 맞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술에 대해 요구를 할 것으로 확인되니 어떡하면 좋을까라는 대화를 나누었고 맥주가 아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 터뷸런스가 끝났고 그 승객에게 찾아가 나는 그의 상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지금 기분은 어때?"
"나 괜찮아 약간 취하긴 했지만 맥주 한잔 정도는 마실 수 있어"
"두바이는 왜 가는 거야? 혹시 여행으로 가는 거야?"
"어 나 사실 러시안 사람인데 조지아 여행하고 두바이 여행하고 다시 내 나라로 돌아갈 거야. 비행기 내리자마자 친구 만나기로 했어"
이때였다. 대화를 통해서 그에게 술을 서비스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았다.
"사실 너에게 맥주를 너무 주고 싶은데 네가 조금 취해 보여서 혹시나 이 맥주로 인해서 더 취해버려서 너의 여행을 망쳐질까 걱정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쎈 러시안이야 나는 술을 더 마실 수 있어"(반복적인 말)
"내가 우선 너한테 오렌지 주스랑 물을 줄게 그리고 이걸 마셔보고 진짜 맥주를 더 마실 수 있다면 알려줘 그때 내가 술을 제공할게
나도 너에게 술을 판매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지만 너를 생각해서 이니 이거 마시고 알려줘"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그는 설득당했다. 그리고 그는 오렌지 주스와 물을 마시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승객 좌석 쪽으로 가보니 그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쿨쿨 자고 있었다. 드디어!!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잠을 자면서 더이상의 실랑이는 일어나지 않게되었고 비행기는 두바이에 착륙을 하였다.
/ 어떤 일이 생기든 그 마음은 비행기에 두고 내리기.
비행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시니어가 나에게 했던 말이있었다. 네가 비행을 하다 보면 많은 일들이 발생할 텐데, 그 일을 집으로까지 끌고 오지 말고 감정적인 부분은 두고 오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마음에 담아두었는데 오늘에게서 그러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이번에서 들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을 생각했고, 감정적으로 겪은 힘든 일을 오늘의 비행기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저절로 수고했어 오늘 도라는 노래를 흥얼거렸고 나를 위로했다.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지치는 비행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동료들은 그럼에도 우린 잘 해내었다며 서로를 칭찬하고 위로했다.
마음을 리셋하며 나의 11월 비행 스케줄은 끝이 났고 다음 12월을 기다렸다.
-November Endling by Je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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