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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정 Mar 02. 2023

끝나지 않는 사고의 연속(2)

천사를 만나다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공군 대위는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가봐야 할 것 같다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무슨 소리에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국인 할아버지(이름: 댄)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차량 수리를 도와주었다.

      

댄 : 그래.. 그렇지!! 그렇게 나사를 조이고 다음에는 이걸 끼워봐~!  

남편 : (할아버지 말씀대로 열심히 하는 중)     


남편은 댄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타이어를 재조립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때, 드디어 남편과 댄은 동시에 "오 이제 얼추 다 된 거 같은데?" 라며 나에게 차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댄 : 일단은 지금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해놓은 거고.. 내가 이 근처에 사니깐 아는 차량 정비소에 데려다줄게. 근데 지금은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서 문은 닫았을 거야. 여기서 7 mile만 더 가면 Moses Lake라는 곳이 있거든? 일단 거기로 가서 오늘은 얼른 자도록 해. 참 그리고 너희 이거 며칠 전에 차량 정비받은 내역서 있다고 했지? 그거 나한테 사진으로 전송해 줘. 내가 내일 아침에 거기에 전화해서 너희 상황을 대신 이야기해 줄게.    남편, 나 : 댄... 정말 고마워요.      

댄 : 속력은 20~30 mile로 유지하고 내가 앞장설 테니깐 비상등 키면서 따라와! 

     

우리는 댄의 조언대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차를 몰고 갔다. 6~7 mile밖에 안 되는 거리였는데 10분 동안 우리는 혹시라도 차바퀴가 빠지진 않을까? 이대로 정말 운전해도 되는 걸까? 불안에 떨며 차를 몰았다. 그리고 Moses Lake 도착. Exit로 나간 뒤 우리는 바로 보이는 주유소에 정차해서 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댄 : (남편 이름을 부르며) 어때? 괜찮은 거 같아? 내가 봤을 때 내부 점검은 한번 꼭 받은 뒤에 출발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외부 수리까지 하면 기간이 길어지니깐 여기서 절반정도만 수리를 받고 집으로 가도록 해! 그리고 많이 놀랐지? 인생이 참 그런 거 같아. 불행은 꼭 내가 예기치 못할 때 오더라고... 나도 젊은 날에 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왜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몰랐거든.. 참 힘든 시간이었어.. 그런데 삶이란 그런 거 같아 어떤 시련도 어떤 행복도 영원한 건 없더라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야.. 난 그 이후로 내 앞에 어떤 시련이 와도 두렵지 않았어. 자식을 잃은 슬픔만큼 더한 슬픔은 없었지.. 그리고 하느님께 맹세했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만나면 위로하겠다고..       

나 : 댄...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감사함을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답할까요..      

댄 : 그럴 필요 없어.. 보답을 하고 싶다면.. 너희도 인생을 살면서 나중에 어려운 이웃을 보았을 때 지나치지 말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눈물이 또 터져 나왔다. 원래도 눈물이 많지만, 남들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면서 운 건 처음이었다. 댄은 천사인 걸까? 나는 한국에서도 그리고 미국에 도착해 로드트립을 떠나며 사고가 난 차량을 수없이 봐왔다. 살면서 흔히 보던 사고장면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나도 조심해야지... 어떡해 저 차..'라며 스쳐 지나가기만 한 부끄러운 날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아무 조건 없이, 그리고 갑자기.. 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댄은 우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카드 한 장 주었다.


지금도 카드지갑에 넣어놓고 다니는중


남편 : 댄.. 정말로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고속도로에서 연락도 잘 안 되는 보험사만 하염없이 기다렸을 거예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댄 : 그러지 않아도 돼! 얼른 들어가서 푹 쉬고 내일 아침에 연락 줘!


뜨거운 눈물은 멈출 줄 몰랐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호텔로 들어갔다. 그날, 벅찼던 감동은 지금도 때때로 생각난다. 우리는 그렇게 두 번째 사고가 났고 거기서 천사 같은 댄할아버지를 만났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신께 기도했다. 감사하다고.. 살려주셔서 감사하고.. 이런 사람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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