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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정 Mar 13. 2023

끝나지 않는 사고의 연속(3)

수습 편

우리는 댄이 소개해준 차량 수리센터를 갈까, Moses Lake점 혼다 서비스센터로 갈까 고민하다 혼다 서비스센터로 가기로 했다. 차량수리비용을 어차피 혼다에 청구하는 게 서류상으로 편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남편은 우리가 차 수리를 받았던 혼다 시애틀 지점에 전화를 걸어 어제의 끔찍한 사고를 설명했다.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댄이 아침 일찍 지점에 우리의 상황을 전달한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고마워요 댄...) 매니저는 우리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너무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다. 그리고 혼다 측에서는 우리의 책임이니, 차수리비, 숙박비와 음식비는 모두 지불하겠다고 한다. 오케이.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 나와 남편은 점점 억울하기 시작했다.      


남편 : 근데 00아 쟤네가 한 제안은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는 죽을뻔했고 1년 뒤에 이 차를 다시 되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건데... 사고 난 차량은 되팔 때 값이 떨어지잖아.      

나 : 그..러게? 생각해 보니 우린 이것 때문에 여기에 발도 묶였고, 차도 똥값이 됐는데 그거의 대한 보상은 따로 받아야 하지 않을까?      


사고 이후 우리의 감정은 롤러코스터처럼 휘몰아쳤다.      


*사고 이후 우리의 감정의 변화 

 : 사고로 인한 놀람 -> 몸이 멀쩡한 것의 대한 안도 -> 지나가던 미국할아버지의 도움에 감사 -> 왜 우리가 이런 사고를 당한 걸까 억울함 -> 그리고 분노... 


남편 : 하..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화나네 우리 이거 좀 알아보자. 


그때부터 우리는 하루에 몇 시간은 매니저와의 통화로 입씨름을 했고, 결과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범위는 앞서 말한 것 (음식값, 차수리비, 호텔비등의 기타 부대비용)만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아니 용납할 수가 없었고, 미국에서 오래 살아봤다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남편친구 1 (뉴욕대 로스쿨생) : 나 같아도 엄청 억울하겠다. 근데 일단 신체적인 손상이 없으면 어려울 수도 있어 미국은 정신적인 손해배상의 대한 판례가 적거든.. 그리고 실제 소송을 하게 되면 주가 달라서 왔다 갔다 힘들 거야.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인변호사랑 외국인 변호사에게 상담해 봐. 

남편친구 2(미국거주 10년 차) : 형 절대로 그냥 저 돈만 받지 말고 소송 직접 들어가. 말도 안 되지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했는데..!! 차도 솔직히 자기들이 바꿔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친구 3,4,5 (나머지 유학생들..) : 위로.. 


그리고 친구 1의 말대로 시애틀에 있는 변호사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상담 결과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미국에서는 신체적 손상이 없는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승소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모두들 하나같이 운전자끼리의 사고가 아니고 차량 수리지점의 실수로 인한 사고는 굉장히 드문 사건이라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사건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렇게 2-3일이 지났고,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Moses Lake에 혼다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도대체 언제 차량 수리가 끝나는지.. 이 상태로 다시 집으로 갈 수는 있는 건지를 몇 차례나 물었다. 차량수리는 최소소 1주일이 걸릴 예정이며 그것도 내부의 중요 부분만을 손보는 데 그 정도 걸린단다. 하.. 머리가 지끈거린다. 


더 머리가 아팠던 일은 이 소식을 들은 남편이 이 차로는 도저히 버지니아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결론을 내리며 갑자기 차를 사자는 말에서 시작됐다. 남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리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여기서 중고차를 다시 구입하고, 이를 다시 1년 뒤에 되팔자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는데, 나는 지금 생각해 봐도 도저히 어떻게 하면 그게 이득을 볼 수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주장으로 우리는 하루를 꼬박 실랑이를 벌였다.)


남편왈 : 00아, 들어봐. 난 이제 솔직히 그 차에 뭐가 씐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어. 운전할 때마다 사고 장면이 떠오를 거 같아. 그리고 지금 우리 차량 메카닉 수리만 1주일 째야. 이럴 바엔 차를 여기서 새로 하나 사자. 그리고 쟤네가 사고 난 우리 차를 사게 만들고 만약에 초과되는 금액이 생기면 그건 우리가 부담하자. 그리고 어차피 1년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 새 차를 되팔면 그게 훨씬 이득이야.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새 차를 구매하려면 적어도 천만 원 이상 우리의 돈이 더 들어갔었고, Moses Lake는 시골이어서 중고차 시장도 다양하지 않았으며, 새로 차를 산다 한들 내년에 팔았을 때 차가격이 적어도 몇만 불 이상 받아야 본전일까 말까 했다. 나는 남편이 큰 사고와 더불어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자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최대한 설득에 나섰다.  


나 : 오빠.. 자 잘 봐.. 우리 지금 달러로 새 차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없어. 오빠도 알겠지만 지금 달러 환율 최고가잖아.. 이런 상황에서 우리 돈을 다시 환전해서 목돈을 깨자고? 그리고.. 우리가 1년 뒤에 되파는 이 중고차 가격이 우리가 예상한 가격보다 낮게 팔릴 수도 있잖아. 

남편 : 내가 매니저랑 상담했는데 돈은 문제없을 거 같아. 여기서 신용카드를 만들면 프로모션이벤트가격으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할부로 구매가능하대! 그리고 중고차 매니저가 내년에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적어도 XXXX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거래.

나 : 아니 그 말을 믿어?

남편 : 00아 지금 휴대폰으로도 대충 비교해 보니깐 저 사람말이 거짓말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사자!  

몇 시간 서로 옥신각신한 뒤... 

나 : 그래.. 나도 지친다.. 난 차도 잘 모르고 오빠말이 맞겠지..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우리는 그렇게 자동차 수리점에서 차량수리를 받다가 갑작스럽게 차를 구매하게 되었고 그놈에 뭔지 모르겠는 프로모션 혜택을 받기 위해 갑자기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다. 서류를 작성하면서 속마음은 '아니 차량 수리하러 왔다가 갑자기 차를 왜 사지? 그것도 우리 목돈을 깨면서.. '라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난 도저히 남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서류작성을 마치고 카드발급을 기다리던 그때.... 매니저가 하는 말 


매니저 : 미안 너네 외국인이라서 신용카드 회사에서 카드 발급이 안된다네?

나 :! (아싸)

남편 : (아쉽) 


매니저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정말 아싸를 외쳤던 것 같다. 이젠 별 수 없다. 그냥 며칠 더 기다려서 차량수리가 끝나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이 차를 끌고 버지니아로 가야 한다. 카드발급을 하지 않고 정가격으로 목돈을 깨기에는 정말 무리였기 때문에 남편도 내 말에 동의하며 우리는 그렇게 이틀을 더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차량수리가 끝이 났다. 물론 전부 수리된 건 아니지만 이 지긋지긋한 워싱턴주를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우리는 떠나는 날 댄에게 수습이 다 되었다는 내용과 고맙다는 감사를 전한 뒤 다시 차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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