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1.
쇼핑몰, 건설, IT 다양한 업종의 사장을 만났다. 대게 인맥, 자본으로 영업해서 회사를 키웠다. 경영을 배우진 않았지만 사람 상대하며 얻은 눈치와 촉이 있었다. 말 잘 듣는 직원을 뽑아 월급 이상으로 최대한 활용했다. 노동 대비 수익은 괜찮았다. 문제는 기반이 없으니 이슈 하나에 휘청거렸다. 누가 자기 사업을 뺏어갈까 불안해하며 직원을 감시하고 채찍질했다. 가스라이팅 하는 사장의 심리가 궁금했고 이를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을 때 사장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2.
남의 손으로 내 일을 처리한다. 당장 돈이 되는 것을 찾는 일에는 누구보다 부지런했다. 반면 성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남이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했다. 스스로 배울 의지도, 방법도 모르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뽑아 통으로 맡기고 자기는 빠졌다. 대게 맨땅에 헤딩이거나, 다양한 부서, 거래처 지원이 필요한 일이었다. PM은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욕먹고 책임 져야 했다. 처음엔 이것만 끝내면 되겠지? 마음먹지만 조금씩 더 큰 똥을 가져왔다.
3.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적당히 선을 넘나들며 모르는 척 일을 시켰다. 직원 표정을 살피며 할만하지? 잘하고 있지? 힘 빠지는 이야기를 하고 반응을 지켜봤다.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상황을 대입해 봤다. 업무 범위, 난이도, 프로세스를 모르는데 일을 시킬 수 있을까? 절대 안된다. 전체적인 과정, 대응 방안은 있어야 일을 맡길 수 있다. 그동안 퇴사한 직원들로 경험치가 쌓였다. 어느 정도 일을 던지면 해낼 수 있는지 안다. 일을 던지고, 직원이 하게 만들며 성과를 내지 못해도 자기는 손해 보지 않는 판을 짜놓고 일을 시작했다.
4.
목표는 높이 잡는다. 사업은 시장의 영향받는다. 잘 되다가 벽에 부딪치는 시점이 온다. 직원 수, 사업 아이템은 그대로지만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당근보단 채찍을 선택한다.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잡아놓고 못하면 꾸짖는다. 경험이 없는 초년생은 자기 탓인 줄 안다. 죄인이라도 된 양 야근 하고, 자기 사비를 털어 성과를 내려 한다. 사장은 이런 직원을 좋아한다. 혼을 내지만 그만두진 못하게 한다. 어르고 달래가며 옆에 두고 노예처럼 부린다.
5.
가스라이팅 본질은 되니까 하는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요구를 받으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NO 하지 못하면 처음엔 해주다가 왜 이러냐. 인력을 충원해 주겠다. 식으로 약점을 파고든다. 모르는 사이 발이 담겨 사장의 요구대로 돌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장은 "봐. 하니까 되잖아." 미소 짓는다.
6.
사람에겐 생존본능이 있다. 위험하거나 모른다고 판단되는 일은 못한다. 작게 시작하거나,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검증이 돼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한번 해봤더니 된다. 판을 짜고 제대로 이용한다. 사장들에게서 가스라이팅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해는 된다. 사회는 경쟁이다. 회사가 돈을 남기려면 경쟁사보다 잘해야한다. 마찬가지 사장이 돈 벌려면 직원을 잘 굴려야 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이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업가에게 가스라이팅은 하나의 전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