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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강 May 27. 2024

E28. 교동짬뽕

 요한복음 1장에 보면 예수가 열두 제자를 부르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빌립이 나다나엘에게 나사렛 예수를 소개한 후에 나다나엘을 데리고 예수한테 나아온다. 요한복음 1장 47절에 ‘예수께서 나다나엘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리켜 가라사대 보라 이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이어서 48절에 ‘나다나엘이 가로되 어떻게 나를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보았노라.’ 나다나엘(Nathanael)은 아마도 다른 성경 구절에 바돌로매(Bartholomew)로 소개되는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여기서 예수가 나다나엘을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 처음 보았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하는 궁금증이 필자에게 한동안 있었다. 성지순례 도중 가이사랴 빌립보에 들렀을 때 가이드 목사님의 설명으로 그 궁금증을 풀었다.

     

 이스라엘 지방은 여름에 덥고 건조하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낮에 나무 그늘에 가서 쉰다. 보통 이스라엘에서는 수종으로 무화과나무를 많이 심는데 그 나무가 자라면 잎이 풍성하여 대낮에 넓은 그늘을 제공한다. 학교에 무화과나무를 심어 그 나무가 커지면 당시의 흔한 풍경으로 그 나무 그늘에 평상을 설치하고 앉아서 옛날 성경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나다나엘이 요즘으로 치면 초등학교 시절 교정의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을 때 예수가 그를 보았다는 말이다. 즉 나다나엘이 어렸을 때부터 영민하다는 동네의 소문을 듣고 예수가 평소에 그를 유의해서 관찰했다는 이야기이다. 예수의 다른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 출신이 대부분인데 나다나엘은 정식으로 율법 공부를 한 지식인이었다.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이렇게 교정에 나무를 심었다. 필자가 다니던 시골의 초등학교에서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쭈욱 미루나무를 심었는데 어릴 때는 그 나무가 크게 보였다. 나이 들고 찾아가 보았을 때 나무는 더 크게 자랐지만, 학교나 운동장이 왜 그렇게 작게 보이던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학교를 존중하였다. 교육을 중시하여 중앙에 성균관이라는 교육기관을 두어 인재를 양성하고 성균관의 위치는 왕궁 근처에 두었다. 고을마다 향교를 설치하고 군역이나 조세를 면제해 주었다.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여 나이 든 사람이 향교나 서원의 학생으로 등록하여 군역과 조세를 회피하는 폐단이 있었다. 이러한 폐단 등으로 백성의 원성이 잦자 조선시대 말기에 정권을 잡은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1829~1898)은 서원을 철폐해 버렸다.

      

 그런 향교가 설치되어 있는 동네를 교동(校洞)이라고 불렀는데 같은 지명이 전국에 여럿 산재해 있었다. 강화도의 교동에 우리나라 최초로 향교가 고려시대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한자로는 교동(喬桐)이라고 쓴다. 아마도 그 당시에 아름다운 오동나무가 그 섬에 있었나 보다. 필자는 강화도 교동에 간 적이 있는데, 옛 향교 자리에 커다란 오동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등이 있었다. 서울특별시 양천구에 목동(木洞)이 있다. 근처에 오목교(梧木橋)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에 오동나무가 많았었나 보다. 오동나무를 한자어로 오(梧)나 동(桐)이라고 표현한다. 벽오동(碧梧桐)이란 말에서는 두 글자를 다 쓰고 있다. 여기서 벽(碧)은 푸르다는 뜻으로 ‘벽안(碧眼)의 미녀’ 같은 말에 나온다. 벽오동으로 거문고나 옷장을 만드는데 옛날에 딸애를 낳으면 집 근처에 오동나무를 심었다가 나중에 자라면 베어 딸애가 시집갈 때 장롱(欌籠)을 짜서 함께 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교동짬뽕이라고 이름난 음식이 있다. 교동에 있지 않는 음식점의 간판에 이 글자를 써 놓은 걸 가끔 본다. 교동짬뽕의 원조 음식점은 강원특별자치도의 강릉시에 있나 본데, 그 지방에서 짬뽕 국물을 맛있고 시원하게 잘 만들어서 인기가 있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인 ‘중국집’에 있는 음식인 짜장면과 짬뽕이 중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서민 음식이 되었다. 일단 음식 가격이 저렴하여야 하고 맛이 있어야 잘 팔린다. 일반인이 한 끼 때우러 가서 자주 시키는 면 음식으로 맵지 않은 음식으로는 짜장면, 매운 음식으로는 짬뽕을 주문한다. 다른 메뉴를 시켰어도 짬뽕 국물 좀 더 달라고 하면 그냥 무료로 준다.

     

 맛있는 짬뽕이란 무엇인가? 짬뽕은 국물 맛이라고, 돼지고기를 볶아서 국물을 내기도 하고, 갖은 채소를 삶아 국물을 내기도 하고, 오징어 조개 바지락 등 각종 어패류를 넣고 끓여 국물 맛을 낸다. 짬뽕 중에 굴짬뽕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겨울에 뜨끈뜨끈하게 먹으면 시원하고 맛있다. 이 요리는 보통 고춧가루는 안 들어가는데 싱싱한 굴로 국물 맛을 내는가 보다. 맛있는 짬뽕을 파는 업소는 나름대로 비법의 조리법인 레시피(recipe)가 있고 요즘은 그것을 특허로 등록해 두어 보호를 받고 있을 정도이다. 요즈음 중국집이나 대중음식점에 가면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있다. 짬뽕과 짜장면을 트레이에 반반씩 주는 요리이다. 이런 유의 반반 메뉴로 볶음면과 짬뽕을 반반씩 주는 볶짬면이 있다. 치킨집에 가면 양념치킨 반에 소금구이 치킨을 반반씩 주는 반반치킨이라는 메뉴가 메뉴판에 적혀 있다. 이런 반반 메뉴가 더 있을 터인데, 완전히 상상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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