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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를 닮은 베트남 사람들

by 미쓰하노이



미즈링, 느낌표를 쓰면 어떡해?



베트남 현지 파트너사에 보내는 회사의 공식메일에

미즈링은 장문의 베트남어에 느낌표를 거침없이 붙여 나갔다.


구글 번역기를 돌리니,

대략 이런 내용이다.


귀하와 오늘 만나 반가웠습니다!
당신의 답변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건 마치 뭐랄까

한국으로 치자면

카톡도 아닌 공식 이메일에

"오늘 봬서 반가웠습니다~~^^!!!" 뭐 이렇게 쓴 느낌이랄까.

같은 문장이라도 베트남어로 쓰면 한국어보다 2배 이상 길다.

(아마 여느 다른 나라의 언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 긴 문장들의 끝에 느낌표가 더해지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글을 보는 단숨에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비단 미즈링의 메일만이 아니었다.

답신 오는 베트남 회사들의 그것에도 '결연함(?)'이 느껴지는

느낌표를 매우 자주 볼 수 있었다.


사실 비즈니스 문서를 포함한 베트남의 공식문서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일하게

느낌표나 이모티콘 등은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다 보면

느낌표나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것도 정말 많이-


카카오톡에도 최근 읽은 글을 꾹 눌러 하트나 엄지 등으로

리액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는데

베트남 국민 메신저인 잘로(Zalo)에서는

한국보다 먼저 말풍선 리액션 기능이 있었다.


한국은 진지한 대화를 위해 단순히 '읽었다'

파란색 체크표시 기능이 있는 반면

베트남은 모든 리액션 이모지가 감정표현이다.

한국과 다르게 '화남' 리액션이 있는 게 웃음 포인트다.



[한국 카카오톡(위)과 베트남 잘로(아래) 메신저의 말풍선 리액션 차이]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글에서조차 감정을 표현할 정도로

감정표현이 한국 사람보다 풍부하다.

잘 웃고, 잘 목소리를 키우고-

본인들은 화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화하는 것을 보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ENFP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선비의 국가에서 온 한국사람들이 보면

탈 동양의 느낌마저 든다.


아마 말에 6개의 성조나 가지고 있는 언어의 이유도 있겠고,

서양의 문화를 일찍 받아들여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문장에서마저 미즈링의 목소리를 들으며

느낌표가 참 베트남 사람들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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