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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12. 2023

더 이상 걱정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Please don't do that!
(제발 좀 그러지 마세요!)





오늘도 악몽을 꿨다.

최근 나를 지속적으로 힘들게 한 거래처가 나오는 꿈이었다.

꿈인 줄 알았으면 한국어로 시원하게 쏟아부을(?) 걸..

꿈에서도 예의를 갖추며 말하다니..


최근 며칠간 아니 몇 달간 그 거래처는 

() 신사적인 약속 불이행과 밤낮 없는 연락 등으로 

나를 매우 괴롭혔고 

그 때문에 나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면전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싶었고

그간의 정신적 피해보상 청구까지 하고 싶은 수준이었다.

 


고통받고 있는 내게

친구 K가 그랬다.




이 순간만 조금만 잘 견디면
내년에는 아마 기억조차 나지 않을 거야




하긴, 정말 그럴 것이다.


베트남에 나오기 전 

한국에서 나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라는 상황을 겪으며

거래처들의 일방적인 계약종료 공문을 줄통보받았다.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었다.


9시만 되면 주식시장이 개장하듯 전화기에 전화알람이 울렸고

하루에 약 100여 통이 넘는 전화를 받으며

나는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고 정신적으로 말라갔다.

마치 그 모든 상황이

내 잘못인양 큰 압박감을 느꼈고 

하루살이처럼 마음 졸이며 생활했다.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년도 내후년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기대할 것 없는 똑같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외주재원 기회가 왔을 때

이것은 내가 구원받을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한국 밖에는 파라다이스가 있을 것처럼 생각하면서 말이다.


파라다이스는 없었지만

해외에서 정신없이 적응해 나가며 

국내에 있었던 일들은

다행히 아주 빨리 잊게 되었고

가끔 내가 왜 그때 굳이 그렇게 전전긍긍했을까

이유조차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여기에서 또 다른 

걱정과 불안 괴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최근 악몽을 계속 꾸다

문득, 

나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어떤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되돌아보면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불안과 걱정이 없었던 시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 때, 사회 초년생 때

왜 굳이 그렇게 많은 걱정 속에 

나를 돌보지 못하고 내 속에 갇혀서 시간을 보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말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곱씹고 곱씹어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내몬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태생적으로 걱정보따리를 짊어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이 전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조금 뻔뻔하게 그 보따리들을 모두 내려놓고 살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나는 더 이상 걱정하며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와는 달리 태생적으로 모든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장항준 감독님@핑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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