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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Mar 23. 2024

직장인 딸에게 의대를 가라고 하는 아빠

아주 사적인 나만의 일기 그리고 나에게 쓰는 편지


※ 우선 이 글은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어떠한 부정적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 전혀 아님을 

서두에 먼저 밝히며 순수한 일상의 일기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야, 너도 이참에 의대 들어가라


네?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정원이

우리 집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아빠의 다소 상기된 목소리는

진담이 어느 정도 섞여있는 듯 느껴졌다.




제가 직장 n년차인건 아빠도 아시죠? 하하



물론 다른 딸들이었다면

그저 농담으로 웃고 지나쳤을 이 한 마디가

파워 F 성향인 나에게는

한동안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한동안 우울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내 맘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서다.


처음에 아빠한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사실 너무 기뻤다.

되고 안되고를 떠나

지금까지 부모님이 내게 그렇게 가능성을 믿고 지지해 주는 말을

해 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할 때 

부모님은 걱정으로 늘 "잘못되면 어떡하니?" 하며

보수적으로만 말씀해 왔고

늘 나의 고집과 반항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인정욕구가 충족되자마자

짧고 강렬한 아드레날린이 치솟은 동시에

내 마음은 그만큼이나 큰 폭으로

깊은 우울감이 내리쳤다.


사실 아빠가 내게 그렇게 한 말의 배경에는

절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그리고 최근의 의대 정원 이슈보다는,

'아빠 친구 아들'이 마흔이 넘어 올해 드디어

의사가 된 상황에서 

아빠도 우리 딸도 그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솔직히 대학 졸업 후 부지런히

사회생활을 하며 달려온 나의 지난 시간이 

아빠 친구 아들의 시간보다 못한 평가를 받은 것만 같아 

열등감이 폭발했다.


둘째는 그러게 왜 부모님은 그때 나를 대학원에 보내주지 않고

이제 와서 나에게 이런 것을 바라는지에 대한 원망감이 들었다.


셋째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그렇지, 50이 지나면 나는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지?, 하는

불안감 말이다. 


마지막은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말에 깊이 빠지고

아직도 열등감과 원망감 등 여러 유치한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함이었다.


그냥 머리를 비우려고 해도

한 동안 많이 심각했다.

그냥 그랬다.


복잡한 생각 끝에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길은 모두 옳았다



왜냐하면 과거를 되돌아보았을 때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가 되는 순간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내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은

남과 비교하는 마음, 

부모님에게 더 자랑할 만한 딸이 못된 것 같은 열등감과 같은

그런 부분이었지

실제로 내 인생에서 잘못된 부분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비록 의사는 내 길이 아니고

내 인생도 아직 대박을 터뜨린 건 아니지만

마흔이 넘어 의사의 꿈을 이룬 아빠 친구 아들처럼

나 또한 대기만성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상 아주 사적인 나만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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