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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Jun 16. 2024

아빠가 은퇴를 선언했다



내년 여름까지만 일하고
이제 은퇴할 거야



자영업을 하는 아빠에게서

이런 '은퇴 예고'가 나올 줄은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국 나이로 벌써 일흔이 된 아빠에게

'은퇴'란 이미 십여 년 전쯤 이루어졌을 법한 

당연한 것이었지만

막상 이 말을 들으니


'언제라도 그만둬, 그동안 고생 많았잖아'라는 말보다는



내가 과연 부모님을 온전히 부양할 수 있을까



하고 덜컥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그런 생각부터 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지금 하시는 일이 큰 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내가 드리는 용돈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실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문득 서른보다는 마흔이 가까워진 나이에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지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보다 더 놀라운 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늘어난 듯한 부모님의 나이였다.


스무 살이 되던 겨울, 재수를 마음먹으며

부모님께 쓴 편지에 이번 한 번만 밀어주면 

평생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썼던 것을 기억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는 걸까.



연금 받고 생활하면 괜찮아



얼굴에 스치는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이내 아빠는 덧붙였다.


모두들 완벽하진 않지만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걸까.


문득 나의 재정적 은퇴는 언제가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으로는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하기가 힘들어질 때면

누구의 부양 없이도 혼자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하루살이처럼 지내는 일상에

아빠의 선언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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