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기억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맞을 거다.)
담임 선생님이 삼일 운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숙제를 내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홉 살 아이들에게 꽤 어려운 질문이었다.
숙제 확인을 마친 선생님은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고서는 내가 쓴 글을 읽게 했다.
삼일운동은 유관순처럼
일반 사람들에게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아직도 이 문장을 기억하는 것은
이 문장에 스스로 감동해서가 아니라
뒤이어 선생님이 반 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이 아홉 살에게서 나올 줄 몰랐다,
뭐가 되어도 될 아이라고 나를 칭찬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포인트에 선생님이 감동하셨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삼일절이 되면
늘 내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고
또 한 번씩 곱씹게 된다.
그때 나는 나라를 구하는 것은
전장의 장군이나 왕처럼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런 역할을 모두가 할 수 있었던 삼일운동에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어 의미 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쉬는 날로 기다려지는 삼일절에
나는 또 어떤 기회를 갖고 있는지
잠시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