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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우 Nov 16. 2022

춥지들 않으세요?

이렇게 추운데.


 종일 추위에 이가 달그락거렸다. 강의실에서도 건물 뒤편에서도 손을 패딩 주머니에 찔러 넣고 몸을 한껏 움츠렸다.




 졸면서 보낸 하루다. 추워서 졸린 건지 졸려서 추운 건지, 혹은 친구 말대로 몸이 좋지 않아 졸리고 추운 건지 알 수 없다. 외투를 목까지 걸어 잠그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에어팟을 재빠르게 끼웠다. 오늘 김장을 시작했을 본가의 소식이 궁금해 전활 걸었다.




 엄마께선 하루종일 큰댁 밭에서 배추를 뽑았다고 하신다. 김장 시작이라는 말이,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부터가 아니라 배추를 밭에서 뽑는 것부터를 의미하는 거였구나. 상경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시골의 김장을 잊은 내가 깍쟁이 같아 조금 웃음이 나왔다.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셔서인지 전화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생기를 띠었다. 내내 춥더란 말 한마디에 엄마께선 쌍화탕을 데워 마시고 자라고 세 번 당부하셨다.




집에 쌍화탕 있니.

들어가자마자 마셔라.

잊지 말고 꼭.




 고개를 들어 거리를 보니 몇 사람은 목을 휑하게 드러내는 두터운 니트만 입고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적의 급격한 냉기가 저렇게 별 것 아닐 수 있다니. 이미 기온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나로선 여간 부러운 모습이 아니다.




 근데 정말 춥지들 않으세요? 이렇게 추운데.




 급격히 쌀쌀해진 날에는 완전 굴복해 버리고 마는 거다. 더 이상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느끼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과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구석에 앉아 오늘 새벽까지 붙들고 있던 실용서를 마저 읽고, 집으로 쏜살같이 뛰쳐왔다. 아늑한 복층 소파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 하루간 시달린 추위를 되돌아 보니 또다시 오한이 감돈다. 내일은 현관문을 나서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할 테다.




 그러고 보니 쌍화탕을 잊고 복층엘 올라와 버렸다. 세 번의 당부도 이런 사정엔 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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