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쌀쌀한 11월 어느 날에 연어 초밥을 포장해 집으로 향했다. 허기진 상태에서 가을의 정경 따윈 안중에 없었다. 입을 가득 채울 부드러운 연어에 정신이 팔려 한 발 한 발 서둘러 내디뎠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연인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동남아 사람들로 보이는 그들은 계절에 어울리는 멋진 옷을 차려 입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타국에서 맞는 가을이란 얼마나 새롭고 아름다울까, 잠시 그들을 둘러싼 거리를 감상했다.
다만 그들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스치는 순간 목격한 그들의 모습 때문이다. 그들은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남성은 자신의 팔들을 겹쳐 혼자 팔짱을 끼고선 내키지 않는 듯 몸을 뒤로 젖히고 있었다. 여성은 남성이 팔짱을 낀 그 비좁은 틈으로 손을 끼워 넣고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여성의 얼굴에 환한 즐거움이 묻어났지만 남성은 숨길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듯 자신의 언짢은 기분을 표정에 드러내고 있었다.
거리에서 그들은 물리적으로 서로에게 가까우면서도 어떤 면에선 전혀 얽힌 구석 없이 각각 존재했다. 그 상이한 태도가 그들에게 자연스럽다 못해 지루해 보이는 탓에, 그것은 연인의 장난스런 놀이라는 탈을 쓸 수 없었다. 그들을 휘감은 냉소를 느끼며 그들이 여지껏 동일한 자세로 해왔을 데이트를 떠올렸다. 와중에도 내 다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나아갔고, 찰나 내 머리엔 연어가 반절, 이 커플의 애환이 반절을 차지했다.
2.
종잡을 수 없이 푸근해진 11월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엘 가고 있었다. 행인들은 거리에 떨어진 은행을 피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하늘이 푸르기에 제법 앙상해진 나뭇가지를 함께 눈에 담으며 산책을 즐겼다. 저 앞에선 한 노부부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신사의 옷차림이 눈을 끌었다. 체크무늬 목도리에 남색 재킷과 검은 양복바지를 입은 그는 매우 멋스러웠다. 검은색 헌팅캡이 왜소한 몸집에 잘 어울렸으며 들뜨지 않고 차분한 모습에서 중후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를 찬찬히 본 뒤에 아내로 보이는 사람에게로 눈을 옮겼다. 마침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이 되어 그들이 자리를 떠날 참이었다.
여성은 차렷 자세로 뻣뻣하게 서있는 남성의 팔을 잡고 부축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남성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 어딘가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굼뜬 몸으로 재촉에 이끌렸다. 아이처럼 아내의 몸짓에 자신을 내맡기곤 어떤 곳으로 당장의 한 발을 내딛는 모습이었다. 남성은 이끌림 끝에 그 자신의 몸이 당도할 목적지를 알고 있었을까? 거기까지 보인 뒤 그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주름 하나 없는 단정한 옷매무새엔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겠구나, 그들이 지나왔을 거리를 혼자 걸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