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와 핸드폰 안에는 흥미로운 세상들이 가득 넘친다.
나는 인생의 지루한 시간을 자비롭게 마취시켜 주는 그 공간 속에서
마치 영원할 듯 이어진 데이터의 바다를 손가락하나로 밀어나가며 흥미로운 신대륙을 수고 없이 항해한다.
예쁘고 멋지고 귀엽고 웃기고 신기하고 충동적이고 자극적이다.
현재를 잊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땡큐다.
조금 더, 더, 조금만 더- 마실수록 목이 마르는 소금물인 양 벌컥벌컥 들이키며 점점 심해지는 갈증을 느낀다.
자극적인 양념에 절여지는 나의 순간들은 지치고 공허해진다.
나는 모든 데이터를 뒤로 한채
작고 하얀 문을 지나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선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고
예의 그 낮은 진동소리가 고르릉 거리며 들려오는 곳.
나의 전혀 새롭지 않은, 오래 함께한 네가 한가로이 누워있는 곳.
어떤 세상에 시달렸든 간에 상관없이
언제나 내 영혼에 휴식이 되어주는 그곳.
나의 늙은 고양이의 곁에 가만히 - 너는 소란스러운 걸 싫어하니까- 지친 생을 뉘이고 너의 등줄기를 따라 현실의 촉감을 손끝으로 쓰다듬는다.
내가 어느 우주에서 헤매어도 나의 닻이 되어주는 너.
오래된 나의 위안, 오래된 나의 고향, 오래된 나의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