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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Aug 21. 2024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아주심기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나는 익숙한 삶의 방식으로 살지 않고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고 있다.

나에게 있었던 여러 일들이

나를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의 양육방식과

주변의 환경은 한 인격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된다.


나의 부모는 항상 바빴다.

아빠는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존재였고 나는 엄마랑 닮았다.

엄마는 감정적 교류를 잘하는 따뜻한 사람이지만

정작 내가 보호를 받고 싶을 때는 내 곁에 없었다.

그래서 내 안엔 두 가지 양극단이 생겼는데

하나는 통제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하나는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생각과 결정 전에 이럴 것이라는 전제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관계를 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을 때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사실은 의존 욕구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타인을 밀어내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삶의 형태가 변화하는 시간은

3-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삶이 변화되는 지금의 시점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있다.


나를 들여다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아가는 여러 환경들 앞에서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왜 원하는 회사에서는 연락이 안오는지

사람의 결정과 나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거라면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대로가 아니라, 흘러가는대로 선택하면 되는 걸까?

지금의 나의 고민들은 현재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라 답이 없는 것일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완벽주의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비어가는 통장 잔고와 밀려오는 세금 고지서가 눈 앞에 있다.

그러나 과거의 고통 앞에서 내가 인식할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려

부단히 애를 쓴다.


생계를 위한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지금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다.

내일은 대학원 정규 등록 마지막 날이다.

힘을 더욱 빼야겠다.


“양파는 모종심기에서 시작된다. 가을에 씨를 뿌를 두었다가 발로 잘 받고

건조와 비를 피해서 멍석을 덮어두었다가 싹을 틔우면 걷는다.

싹이 어느정도 자랄 때까지 키워서 미리 거름을 준 밭에 옮겨 심는데

이것이 아주심기다.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의미이다.

아주심기를 하고난 다음에 뿌리가 자랄 때까지 보살펴주면

겨울 서리 발에 뿌리가 들떠 말라죽을 일도 없을 뿐더러

겨울을 겪어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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