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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Nov 21. 2024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면

김미경 선생님의 딥마인드

디자이너, 공연기획, 컨벤션기획, 독서지도사, 유치원교사, 마케팅, 연구원, 강사 다양한 직업들을 하면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왔다. 열심히 살았지만 늘 근근이 유지하며 살아왔다. 중증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세금을 꼬박꼬박 잘 냈고, 상담실도 다녔다. 이혼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제주도에 숨어 있었어도 꾸준히 프리랜서 일을 했다. 공황장애로 지하철에서 쓰려져도 꾸역꾸역 회사를 출근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글을 계속 쓰는 것과 내가 꾸려갈 안전한 가정, 그리고 적당한 돈이었다.


온라인을 활용하여 돈을 버는 강의를 들었다. 거기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돈은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타인을 향해 있지 않고 돈만 많이 버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왜 편안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여러 고민을 했다.


앞으로 내가 평생 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상담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남을 살리면서도 돈을 버는 일이 무엇일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나와 대화를 하고 나면 위로를 얻는 것이 좋았다.


융의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중년기가 되면 보이는 것에 쓰는 에너지를 내면을 채우는 일로 향하게 된다는 것을 읽었다. 30대인 나에게 40대 친구들이 있는 것이 내가 경험한 삶의 우여곡절에서 나오는 여유로움 때문인 것일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왜 여전히 알 수 없음 투성이 인가.


김미경 선생님이 유튜브에서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됐다. 잇마인드를 보고 달려가다 보면 나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잇마인드에 끌려다니며 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내 중심은 어떤 엔진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답게 산다는 게 뭘까.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열심히 살아도 통장에는 빵빵빵이 찍힌다. 보통 내 나이면 회사에서 팀장, 과장급이 되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나는 회사에 다시 들어가 나를 갈아 넣으며 살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하루를 낭비하는 것도 아닌데 이 깊은 헛헛함은 왜 한 번씩 찾아오는 것일까.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다. 평소와 같았으면 본가에 가거나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엄청 후회를 할 것 같으면서도 아빠가 나에게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가족들이 나를 좀 보살펴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에 괜히 외로워진다.


그러다 문득 좋은 사람을 만나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누군가를 만나면 이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을 것 같은 30대 초중반의 나이니까. 상담실 다니면서 내면이 단단해지면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점점 길러지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도 했다. 나르시시스트 관련된 영상에 남겨진 댓글들엔 나르시시스트에게 당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글들이 남아 있다. 왜 나는 저 착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걸까. 그러면서도 '쟤'도 하는데 왜 나는 이럴까 하는 좌절감에 빠져있다가 머리를 흔들고 일어나서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한다.


내 감정을 침몰하는 배처럼 그대로 두지 않으려 애쓰는 것으로도 힘에 너무 부딪친다. 무슨 일이든 다 이룰 수 있다고 마음이 먹어지면서도 순간순간의 우울감과 비교의식이 나를 박스 안에 가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다 자기의 인생에 대해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왜 나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좋은 날은 또 오겠지. 감사한 것들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두서없는 나의 글에도 힘을 얻는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왜 인생은 이토록 힘이 들어가야 살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또 하나님을 의지하고 주님의 긍휼만을 구하며 살아낸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으니까. 안 괜찮아도 살아내다 보면 또 답을 찾을 거라 믿으면서 또 살아낸다. 우직하게 매일을 내딛고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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