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과권원장 Nov 14. 2022

오늘의 환자, 일곱 번째

단골손님

우스개 소리로 식당에서 남자 단골손님이 왔을 때

주인이 아는 체하면 그 식당에 다시는 안 가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또, 미용실에 갔을 때 미용사가 시시콜콜한 대회를

시도하는 것도 남자 손님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몇 년 동안 다닌 미용실에 갔을 때

인사만 하고 앉으면


“저번처럼 자를게요. ”


“네”


쓱싹쓱싹 윙… 알아서 자르고 끝.

이런 상황이 가장 마음이 편하고, 그래서 지금껏

이 미용실을 계속 다니게 되었다.




오늘의 환자는 P 씨이다. 고혈압약을 타러 다니는데,

위의 상황과 똑같다. 혈압 측정하고 진료실에 들어오면


“안녕하세요, 오늘 혈압은 좋으시네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세요? “


“다 좋습니다. ”


“그럼 저번 하고 똑같이 약 처방해드릴게요. “


이쯤 되면 이미 P 씨의 엉덩이는 들썩들썩, 벌써 마음은

진료실 밖으로 나가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가지 물어보고 진료를 마치려고

해도 이미 반쯤 엉거주춤 일어나 있는 P 씨를 보면

더 이상 대화가 어려울 것 같다.




P 씨는 약 복용을 규칙적으로 잘하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비롯한 고혈압 관리 측면에서 필요한 검사를 하자고 하면 잘 따르는 모범 환자이다.


의사로서, 그를 볼 때면 응원의 의미로 격려도 하고

혹시나 어떤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단골 식당의 손님처럼, 주인이 반가운 마음에

너무 아는 체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나는 오늘도

깔끔하고 신속하게 그를 보내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의 환자, 여섯 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