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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유 Apr 21. 2023

엄마 장래 희망은 뭐야?


 그럼 엄마 장래 희망은 뭐야?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마음만으로 뭐든 되고 싶던 그런 때가 내게도 있었다.

여섯 살 때쯤이었나. 당시 유행하던 춤과 노래를 동네 어른들께 선보이며 신나게 재롱을 부렸던 때가 있다.

그때 어른들은 모두 우리 동네 가수 났네. 잘한다 잘해.” 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런 날엔 진짜 가수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몸을 흔들어댔다.

학창 시절 땐 장래 희망을 적어 학교에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나중엔 세분화되어 내가 원하는 장래 희망과 부모님이 원하는 장래 희망을 따로 적어 내기도 했다.

날마다 달랐던 장래 희망은 아직도 빛바랜 내 생활 기록부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마음만으로 정했던 장래 희망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현실에 맞춰 정해지기 시작했고 먼 나중엔 꿔왔던 꿈들이 전부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멀어진 꿈들을 까맣게 잊고 난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십 년 넘게 쉬지 않고 일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할 수 있었고 캠퍼스의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어도 그때의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나도 어느덧 결혼 십 년 차에 접어들었고 예민한 등 센서에 매일 안아 재우던 딸아이도 일곱 살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일어난 딸아이와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딸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장래 희망이 무슨 말이야?”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거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 그렇구나. 그럼 엄마 장래 희망은 뭐야?”     


장래 희망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진 확실히 기억나는데 고등학교 때 장래 희망을 적어 낸 적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치면 이십 년 만에 듣는 질문이었다. 난 한참 생각하다가     


“엄마 장래 희망은 작가야. 엄마가 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어. oo 이 장래 희망은 뭐야?”

“음. 난 아직 없어. 정하기 어려워. 근데 엄마 작가 맞잖아. 브런치 작가잖아.”     


맞다. 일곱 살 아이에겐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겠다. 만약 딸아이가 가수를 꿈꾸던 여섯 살의 나처럼 뭔가가 되고 싶다고 쉽게 말했으면 이것이 어려운 질문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마음만으로 뭐든 될 수 있는 나이에 딸아이는 나름 솔직하고 신중했다.




내게 장래 희망을 물어 봐주는 유일한 존재이자 엄마를 작가라 말해주며 내 자존감을 한껏 끌어 올려 주는 고마운 딸아이의 질문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라고 말한 내 대답이 과연 옳은 답이었을까.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다 커버린 내게 아무런 선입견 없이 장래 희망을 물어본 아이와 지금도 간절히 작가를 꿈꾸고 있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대답인 건 분명했다. 마음만으로 뭐든 될 수 있던 그때처럼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도 주저 없이 꿈꿔보고 싶어졌다. 오늘도 난 누가 내 글을 봐줄까 하는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글을 쓰다가도 내 글이 좋다는 그 짧은 댓글 하나에 생기가 도는 방구석 작가이자 방구석 시인이지만 어딘가에 연재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딸아이의 말로 글을 쓰는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내년에 난 출간 작가가 되어있을까. 미래의 내 모습이 어릴 적처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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