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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hnnap Apr 23. 2024

〈꿈꾸는 로봇 마젠타〉


36. 한없이 이상한 말을 떠들어 대는 마젠타가 있어서 좋았다.


 초등 5~6학년 수준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워낙 책을 잘 안 읽던 그때의 나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흥미로워 할 만한 지점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전반부의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일종의 자선단체인 월드아이로부터 레오의 집에 학습도우미 로봇 마젠타가 배송된다. 레오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으며, 마젠타는 본래 반려로봇이라 할머니의 친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들의 세상에선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일자리를 다수 차지했고, 티엔 바이오라는 약은 늙은이를 젊은이로 되돌려 영원히 살게 한다. 저소득층인 레오에게는 쿠폰의 형태로 식량이 배급되는데, 레오는 할머니 약을 구하기 위해 배를 곪으며 약과 교환할 쿠폰을 세이브한다.

 레오의 그런 상황을 아는 같은 구역의 문제아 태훈은 마젠타를 티엔 그룹 침투작전에 빌려주면 할머니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병세가 악화되는 할머니를 보며 레오는 걱정이 깊어간다. 마젠타를 빌려주면 업그레이드를 위해 함께 한 기억을 지워야 하며, 마젠타를 범죄 행위에 가담시키는 데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는 끝내 동의한다. 그리고 책의 주제의식을 담은 후반부가 이어진다.


 지금의 내가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현실의 사정을 반영하여 마련된 완결적인 세계관이었다. 레오에게 적용되는 노동 기준, 지방 정부에서 지원하는 부족한 수술 보조금, 사용자가 변경될 경우에 반려로봇에게 적용되는 기억 관련 정책 등은 읽으면서 충분히 있음직한 세계에 이야기가 기반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또한 드론 캅과 로봇 개, 호버보드와 전류탄 등과 같은 미세한 풍경들도 좋은 작명 센스와 함께 그림까지 제시되어서 좋았다. 또한 초기 안드로이드에 있어 연속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자의식의 바탕이 되는 해마가 칩으로서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꿈을 꿀 수 있다는 설정이 좋았다.

 영생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호/불호가 많지 않은 인물들을 통해 표현되며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그 와중에 주제가 분산되어 흐트러지는 느낌 없이 마젠타를 중심으로 적절한 속도로 이야기가 나아간다.

 열두세 살의 나라면 역시 그림을 좋아했을 것 같다. 몰입감을 지원하는 요소로서 적절한 간격으로 중간에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어떤 장면을 그림으로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판단도 대체적으로 잘 이뤄졌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인물들의 피부색이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구분 없이 황색에 가깝고 레오의 집이 있는 13구역에 로봇동산이 있다 보니 메이플스토리 커닝시티가 연상되었다.


 마지막으로 해마를 보유하여 자의식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갖는 연속성은 오히려 인간이 일생동안 겪는 경험보다 복합적일 거라 생각했다. 미묘한 감정들을 전부 느낄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인간보다 고등한 존재는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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