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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Mar 29. 2023

투썸

몽글 025

회사 동료가 어젯밤 친구 통화를 하느라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무슨 대화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그녀는 친구의 투썸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그 이야기를 듣느라 세 시간을 통화했다고 했다. 이어서 두 명과 동시에 썸 타는 것을 투썸이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의 인식도 변해갔다. 세상 유교걸인 나도 투썸을 한 번씩 했으니까. 보통 내 상대들은 이랬다. 내가 더 좋아하는 한쪽과 나를 더 좋아하는 한쪽. 애정결핍지도 모를 나는 연락 사이의 텀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싫었다. 어느 한쪽에서 내가 외로움을 느낄 때 다른 한쪽에서 채워주는 투썸이 좋았다. 그렇다고 두 명을 동시에 사귀지는 않았다. 나의 투썸은 늘 시작도 전에 끝이 났으니 말이다.


나는 아직도 완벽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못났던 과거에서 어쨌든 계속 발전해 나가 보려 했지만, 매번 실패와 후회만 가득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그를 놓치고 말았다. 나의 투썸은 내가 더 좋아하는 한쪽에서 내 손을 놓으면, 나를 더 좋아하는 한쪽의 손도 내가 놓아버렸다. 이상한 심리이다. 이것은. 내가 받은 상처를 되돌려주려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더 이상 보상심리를 가지지 못해서일까? 한쪽에서 받지 못하는 사랑을 다른 한쪽에서 채우다가, 더 이상 사랑을 줄 수 없어서 남은 한쪽도 끊어내는 것 아닐까. 나를 좋아해 주는 쪽에서 위로를 받다가 잘 될 수도 있지 않가.


그런데 나는 그것을 못했다. 마음 없이 만나는 것을 하지 못했다. 나를 좋아해 줘서 연인 관계를 시작했다가는 나는 연기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감정을 연기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마음 없이 만나는 것은 오랫동안 내가 하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게 어쩌면 당연하고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간 것일 거다. 나에게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해줬다. 어린 왕자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나도 좋아해 주면 그 기적은 일어날 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 기적을 만들지 못했다. 아무나 사랑하고 싶었던 올해, 그러나 는 사랑받을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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