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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Apr 12. 2023

사랑받을 수 없었고, 사랑할 수 없었다.

몽글 027

올봄,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를 보고 아무나 사랑하고 싶어졌다. 코로나19가 발발된 후로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니, 어느새 서른 중반이 되어있었다. 나의 젊음과 나의 사랑은 누가 지켜주나.


아무튼, 나는 아무나 붙잡고 사랑하고 싶어졌다.


마음에 이끌려 '아무나'를 만났다. 시작 없이 시작된 만남에,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끝을 내뱉었다. 이미 마음을 줬는지도 모른 채로, 상처받을 나 자신이 싫어 상대를 퀴며 끝을 냈다.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고 상대방의 마음을 의심했다. 끝이 나고서야 사랑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랑받을 수 없었고, 사랑할 수 없었다. 성숙되지 못한 못난 마음에서 비롯되어 스스로에게 준 상처는 치유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또 다른 '아무나'를 만났다. 최대한 마음을 안 줘야지. 이번에는 마음을 안 주려고 마음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하려 했다. 사랑의 시작은 사소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인지, 그 사소함으로 인해 안 줬겠지 했던 나의 마음은 이미 나를 떠나 '아무나'에게 가있었다. 보이지 않는 상대의 마음에,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기보다 관계를 끊어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상처받기 싫어서 또 끝을 내뱉었다. 내가 낸 상처에 상처받아 또 병이 났다.


사랑받을 수 없었고, 사랑할 수 없었다.

쉬울 것 같았던 아무나 사랑하기. 역시 쉽지 않았다.


사실은,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았나 보다.

나에게 상처 주지 않을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나 보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으로 가득 찬 나를 보여줄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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