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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Nov 18. 2022

하늘과 노을을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은 특별한 감성

몽글 013

베리와 페리가 있었다. 여느 때처럼 그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베리와 페리는 학창 시절을 함께 지내온 친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푸른색의 일종인 베리페리라는 색을 보고 이름을 나눠 가졌다고 한다. 푸른 보랏빛의 이 색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시각각 변하는 일몰 때의 하늘색 중 하나가 떠오른다. 석양이 질 때의 하늘은 사진 찍는 것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색이 계속 변한다.


푸르렀다가 노래졌다가 분홍 빛이 되었다가 보랏빛이 되었다가 새파래지면서 어두워지고 이내 캄캄해진다. 해가 지기 전부터 해가 지고 나서 까지,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몇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설레는 일을 만들어준다.


함께 노을을 본다는 것은 조금은 특별하다.

하늘과 노을을 좋아한다는 것은 조금은 특별한 감성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감성을 가진 사람과 서로가 좋아하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혼자서 좋아던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내니, 그 시간은 더욱 특별해졌다. 사진으로 남겨진 추억은 더욱 진해졌고, 한 번씩 잔잔히 떠오르는 기억이 되었다.


얼마 전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초반에 나오는 글이 생각이 난다.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아니라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한다. 해 질 녘 하늘의 색이 변할 때, 우리는 황홀하지만, 어둠이 올수록 아쉽고 쓸쓸해진다. 그러다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밤의 하늘에게는 더 이상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 더 이상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당신이 어디에 있건, 나는 여기에 있으니, 그저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그러다 내 마음의 하늘에 별 하나, 달 하나를 띄웠다. '좋아한다.' '많이 좋아했다.' 반짝이는 마음을 띄웠다. 


여전히 나는 밤의 하늘처럼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여전히 별 하나, 달 하나를 띄워 당신이 한 번 만이라도 다시 나를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가 함께 보았던 노을처럼. 


여전히 전하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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