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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영 Mar 29. 2023

왜 눈물이 나지...

몇 주 전, 아이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여자아이들 다섯이 모인 수업이었다.

(아, 참고로 나는 수 년째 독서논술교습소를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조용해지고 여럿이 뭉치면 시끄러워진다.

혼자 있을 땐 하지 못할 말을, 여럿이 있을 땐 아무렇지 않게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그러니 조금 시끄러운 건, 말 안 듣는 건 그냥 그러려니 한다.


아이들은 늘 시간에 민감하다. 수업에 들어오면서부터 "선생님, 저 몇 시에 가요?" 하고 묻는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이었다면 일부러 묻지는 않았을 거다. 당연하지 않은가. 해서 어떤 날은 그러려니 하면서도 또 어떤 날은 마음이 상한다. 나랑 수업하는 게 싫은가, 하고 지레 상처를 받는 것이다. 별 의미 없이 시간만 확인하려고 묻는 것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날도 그런 '어떤 날'이었다. 수업에 들어온 아이들 모두가 하나 같이 같은 질문을 했고, 유독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다.(자꾸 딴소리, 자기들끼리 수다, 주의를 주어도 시큰둥, 선생님이 하라는 것 안 한다고 버티기 등등) 그대로 두면 수업 전체가 망가질 것 같아 점잖게 얘기를 시작했다. 평소 수업 시간에도 내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는데, '서로 예의를 지키자.'이다. 학생은 학생들끼리, 선생님께, 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예의를 지켜서 우리가 만나는 시간을 잘 가꾸어보자는 뜻이다. 평소처럼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이렇게 하자, 말을 시작했는데 말하는 중에 내가 그만 울컥했다. 자기 말에 자기가 울컥하다니... 으어어... 이게 무슨 꼴이람...


아이들이 적잖이 당황한 눈빛을 쏘아댔다. 그래, 알아. 선생님 지금 너희 눈에 좀 이상해 보일 거야... 그런데 어쩌겠니. 나 지금 너무 슬퍼졌는걸? 너네는 그렇게 떠들고 말을 안 듣더니 왜 그리 초롱초롱 예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니... 몹시 부끄럽잖니... 어휴, 콧물도 나와. 정말 왜 이런다니... 나이가 들어 그런가 봐...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의 콜라보 속에 어찌어찌 수업은 끝이 났다. 그런데 내 마음은 끝나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 또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그제야 알았다. 아... 내가 조금 지쳤구나...

서러움이 따라붙었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또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려야겠지. 나는 작가라서 글도 써야 하고, 선생님이라서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고, 엄마라서 아들을 돌보아야 하고, 아내니까 남편도 챙겨야 하잖아. 하는 게 너무 많잖아? 그럼 뭘 하나 줄여. 그런데 뭘 줄일 수 있지? 지금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제일 빠르고 쉬운 건 작가지만, 난 그게 참 좋은데? 어휴... 답이 없네, 답이 없어.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퇴근길에 올랐다. 슬픈 감은 틀린 적이 없듯이, 난 내가 상상했던 그 엇비슷한 저녁을 보내고 잠을 잤다. 다음날은 또 다음날의 태양이 떠올랐다.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흘렀다.

문득 내가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자기 연민'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개념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한 걸 어떻게 외면할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자기 연민'에 대해 좀 찾아봤다. 오호, 자존감 보다 자기 연민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자존감 아닌 '자기연민'이 성공의 비결인 이유 - BBC News 코리아


그래, 지쳐서 힘들다면 불쌍한 게 맞지. 그럼 조금 덜 불쌍하도록, 내가 조금 덜 힘들 방법을 내가 찾아주어야지 싶었다. 아직은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럼 또 어떠한가. 이렇게 나를 알아가고 스스로를 돕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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