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와 심리상담 센터를 동시에 예약했다
*해당 글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주의해 주세요
재작년 겨울, 밖을 나섰는데 땅이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보도 블록을 걷는데 땅이 흔들려서 꺼지고, 어디선가 불안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상이 끊임없이 들었다.
곧 죽을 거라고, 혹은 불길한 일이 일이 일어날 거라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날 덮쳤다.
도저히 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신경정신과와 심리상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속으로는 너무나 다급하게 말했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날에 예약해 주세요.”
그렇게 3일 뒤, 누군가 취소한 시간대에 처음으로 정신과에 갈 수 있었다.
그날 내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눈물이 조금 난다. 자기 연민이 가득한 글이 싫다고 해도,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다. 얼마나 죽을 것 같았으면 다짜고짜 정신과와 상담센터를 예약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살려달라고 다급하게 외치고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 가장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원래라면 3개월이 지나야 예약을 겨우 할 수 있는 정신과 초진을, 누군가 취소한 덕분에 3일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내가 정신과에 갈 수 있게 예약 취소를 해준 사람이 제일 고맙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정신병 부스터라는 제목이 조금 웃기지만, 이것만큼 잘 설명해 주는 단어가 없는 것 같아 고민하다가 이 제목을 선택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내 정신병은 조금씩 심해지더니, 재작년 겨울날에는 부스터를 달고 나를 덮쳤다.
매일 밤 죽을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지만 그렇다. 안 그러면 이상한 사고나 재해가 생겨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처음에는 밖에 나갔을 때만 그러고,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만 그렇다가, 나중에는 집에 가만히 누워있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결국에는 하루종일 어느 상황에 있어도 그랬다. 하루종일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로 있었다. 잠을 자지도 못했고, 긴장이 되어서 입맛도 없었다. 그냥 하루종일 누워서 불안해하기만 했다. 처음에 인지하고 난 뒤부터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당시 퇴사를 하고 집에 있으면서 공부를 하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집안일도 하지 못하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러다가 말겠지 싶어서 정신과에 갈 상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그 정도로 심한 거 같지도 않았다. 결국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다음에야 정신과에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조금 후회된다. 처음에 증상이 나타날 때, 진작에 방문했더라면 조금이라 덜 괴로웠을 거 같다. 근데 웃기게도 정신과 예약을 하고 난 뒤에, 그전 날까지 고민했다. 내가 정신과 다닐 정도인가?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취소할까? 매일 밤 죽을 생각을 했는데도 고민했다. 생각해 보면 웃기다. 보통 사람은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방문하기 전까지는 조금 긴장됐다. 내 증상을 착실하게 메모장에 적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정신과는 친절했고 사람이 많았다. 문을 열고 마주한 선생님은 되게 침착했다. 생각한 것처럼 보자마자 눈물이 나오고 그러지는 않았다. 선생님이 처음으로 물어본 말은 이랬다.
“어떤 게 힘들어서 오셨을까요?”
긴장해서 다 말을 못 할까 봐, 메모장에 적어둔 증상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3페이지가 족히 넘는 메모였다. 그걸 하나하나 다 읽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거 같았는데 꾹 참았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선생님은 아무 말하지 않고 내 말을 차분히 들어줬다. 그게 내 첫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글을 써보니 참 어색합니다. 이번에는 제 정신병과 심리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