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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A Oct 30. 2022

내가 처음으로 퇴사한 뒤에 한 생각들

MZ 세대의 사회생활 부적응기 -7



나의 작고 소중한 첫번째 퇴사

마지막 출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일 먼저 나는 카톡방을 정리헸다. 어느덧 친구와 하던 카톡은 저 밑으로 내려가버린지 오래고, 업무로만 가득 찬 카톡방을 하나하나 나가며 정리했다. 퇴사를 선언하고 난 뒤에, 디데이를 받고 출근할 때면 회사만 관두고 나면 후련한 기분이 들 줄 알았다. 다니고 싶지 않은 회사.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업무량. 그리고 나를 부품으로 아는 상사. 그런 것들을 벗어버리고 퇴사해버리면 후련하고 시원하고 자유롭게 느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퇴근길을 위해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으니, 후련한 감정보다는 무서움이 앞섰다. 다시 사회에 던져지게 된다는 두려움. 사회에서 소속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그 막막함.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다를 덮쳐왔다. 불안했다. 어렵게 얻은 회사를 내 손으로 그만두게 되다니.

나는 그렇게 작고 소중한 나의 첫 퇴사 이후, 백수가 되었다.


내가 다시 갈 곳이 있을까?

작디 작은 월급 탓일까. 일 년도 채 다니지 못한 회사가 끝이 나자 수중에 남은 돈은 많지 않았다. 생활비가 떨어지는 게 무서웠던 나는 최대한 빠르게 취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것이 나의 불찰이라는 것을 잘 알고 후회한다. 첫번째 회사를 고를 때도 그랬다만, 나는 단지 조급함으로 회사를 골랐다. 만약 조금의 여유가 있었으면, 나를 좀 더 가다듬으면서 내가 진정 원하는 일과 회사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을텐데. 나는 단지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나랑은 잘 맞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 그런 걸 고민하고 알아갈 생각이 부족했다. 단지 돈과 조급함에 쫓겨서, 이력서를 뿌리고 붙여주는 회사를 찾았다. 사실은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도 압박하지 않았는데 혼자만의 조급함에 쫓겨, 단지 빠르게 다시 회사를 구해야한다는 생각만을 했다.

내가 몇 번 퇴사를 거듭하게 된 이유도, 가는 회사마다 잘 맞지 않게 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모두 퇴사한 뒤에 시간을 잘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퇴사를 하는 것보다, 퇴사를 하고 난 뒤에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이제야 생각하며 후회해본다.



조급함으로 회사를 고르게 된다면

나는 또 어리석게도, 하루종일 취업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최대한 빨리 일할 곳을 찾았다. 그러다가 결국 한달도 지나지 않아 한 방송사에 조연출로 들어가게 된다.

방송국. 어떤 사람은 꼭 한번 일해보고 싶은 곳일지도 모른다.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면 한번 쯤 꿈꿔보는 곳이니. 하지만 나는 화려한 연예인과 촬영현장 뒤에 어떤 모습이 감춰져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송국으로 향한 이유는. '방송국은 항상 사람이 필요하다' 는 이유도 있었다. 그곳에서 항상 사람이 필요했고, 항상 사람을 뽑았다. 나는 그리고 전공을 했으니, 사실상 막내로 시작하는 건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 방송국에서 버티고 버텨서 좋은 경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나도 사실은 방송국에 나오는 멋진 메인 PD가 될지도. 혹시 모르는 그런 생각 속에서 막내 조연출로 방송계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는 정글같은 방송국 생활을 쉽게 앞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열정이 미약한 마음가짐으로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앞서기는 했다. 방송국은 말그대로, 열정으로 굴러가는 공간이었으니.


      

가끔은 일하다가 눕기도 했더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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