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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r 21. 2024

별점 5개로 바꿔 주세요

  인터넷으로 쇼핑할 때 후기를 확인하는 건 필수다. 나는 가끔 상세 설명보다 후기를 먼저 훑는 경우도 있다. 판매 측에서 아르바이트생이나 체험단을 동원하여 좋게 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이중에 내돈내산 한 사람들의 '찐후기'를 가려내려 한다. 이 과정은 참 쉽지 않다.


 식탁이 필요했다.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후에는 어디를 가도 식탁만 보였다. 식당에 가도, 친구집에 가도 말이다. 심지어 핸드폰 매장에서도 테이블 먼저 보였다. 

 한샘, 일룸 매장에 들렀다. 다음에는 드라마 협찬을 한다는 가구 매장에서 현란한 식탁들도 보았다. 이쯤 되니 뭘 사야 할지 헷갈렸다.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식탁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정신 차리자!

집에서 밥그릇 국그릇 놓은 곳을 찾는 것이다.

넓은 판때기에 네 개의 다리가 있으면 식탁이 된다는 말이다!


  매장 방문을 멈추니 인터넷 바다를 헤매게 되었다. 

후기가 꽤나 좋은 업체를 찾았다. 사이트 안에서도 한 모델의 평점이 그야말로 칭. 찬. 일. 색. 별이 다섯개였다!

높은 점수의 후기를 읽고 나니 물건도 더 좋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난 절대 현혹된 것이 아니며 냉철한 판단으로 결정을 했다'며 주문을 완료했다. 클릭클릭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송일이 되었다. 배송기사님도 친절했고 설치까지 좋았다. 

"이래서 후기가 좋았구나. 역시~."

 며칠이 지나고 의자에 앉을 때마다 뭔가 엉덩이를 쿡쿡 찔렀다. 의자 밑에 있는 고정 나사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내 엉덩이를 찌르는 건 쿠션 안에 있는 뾰족한 물체인 것 같았다. 발견한 것만 2개였다.

 동영상을 찍어 업체에 보냈다. 잠시 후,  내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2일 뒤인가?) 새로운 의자가 배송되었다. 

그렇게 식탁 사건은 상황 종료

.

.

..인지 알았다.


    후기를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네이버에서는 포인트 적립을 위해 꼭 쓴다. (난 포인트의 노예^^)

 5점 만점 중에 4점을 체크했다. 배송이 좋았으나 불량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1점을 뺏다.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이쁜 언니였다.

"고객님, 교환한 제품은 이상이 없으신지 전화드렸습니다."

"네 잘 쓰고 있습니다."

사용 중 불편한 부분이 생기면  언제는 전화해하셔도 된다. 의자 방석도 따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불량제품을 받긴 했지만 직원들 모두 친절하여 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 말이 이어졌다.

"혹시 지금 별점 4개를 주셨는데 5개로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

 처음 받는 제안에 당황했고 황당했다.

"아.... 저..."

"감사의 표시로 스타벅스 커피쿠폰을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커피는 안 마시는 나인데 커피쿠폰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미 올린 후기의 별점을 바꿀 수 있나요?"

 친절하게 별점 변경 경로를 알려주었다. 나의 후기는 등록이 보류되어 사이트에 등록이 안된 상태였다.

모든 후기가 작성과 동시에 등록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

 

별다방 쿠폰을 받기로 하고 (쿠폰의 노예^^) 별점을 5개로 바꾸었다.

다시 식탁 사이트를 방문하여 후기들을 찬찬히 보았다. 모든 후기가 별이 5개였다. 100%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이제 후기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머릿속이 혼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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