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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y 31. 2024

내 글에게 소원해질 때

사람 많은 아침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몇 주 전, 출판사 몇 곳에 투고를 보내 놓은 터라 나도 모르게 자꾸 메일함을 열어보게 된다.


지난해 투고했을 때도 지금과 똑같은 한 달을 보냈었다. 메일함을 들락날락.

거절 메일을 보내준 곳은 아주 감사한 곳이고 대부분 답이 없고 심지어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정리했었다.


가끔 연예 기사에 '00커플 서로에게 소원해져 자연스럽게 이별'이라는 머리글을 보게 된다.

나와 나의 글도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둘 사이가 소원해져서 폴더에서 꺼내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지하철 안에서 열어본 메일 함에는 출판사 중 한곳에서 회신이 와있었다.  1초의 틈도 없이 손가락이 메일을 열었다.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투고해 주신 원고를 검토하였으나 저희의 방향과 맞지 않아.................


'그렇지 그렇지 뭐 한두 번도 아닌데 뭐~'

말은 이렇게 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거절이라는 게 당해당해도 군살이 안 생긴다.

그냥 맞을 때마다 매번 아프다.

맞은데 또 맞으니 더 아프다.


딴생각 말고 책이나 읽자며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를 펼쳤다.

[내 글이 안 팔려도 버티려면]

제목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떻게 지금 상황과 이렇게까지 딱 맞을 수 있을까!


나는 책 한 권 제대로 내지 못하고 항상 어디에 또 글을 실을까 싶어 허덕이는데, 멋진 책을 내고 멋지게 상을 받은 뒤 마감 때문에 힘들었으니 잠시 쉬겠노라며 어느 멋진 나라의 해변가 같은 곳에서 여행을 떠났다는 다른 작가의 SNS 사진을 보면 부러웠다.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 곽재식 작가-


이 정도면  내 머릿속을 열어 생각을 끄집어 낸 거라고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글을 왜 쓰는지...라는 원초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또 내 글과 소원해질까 봐 두렵고 겁이 난다.

 

이런 온갖 상상은 지하철을 내리며 다 사라졌다.

왜냐하면.... 뛰어야 제시간에 도착하니까!

RUN~~~ nnnn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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