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일자로 걷자."
둘째와 길을 걸을 때면 몇 번씩 하는 말이다.
이 말에 아이는 장난스럽게 (만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팔자걸음이 되도록 최대한 발을 바깥으로 돌려 걸었다.
그렇다. 평소 둘째는 발을 안쪽으로 하고 발가락이 거의 맞닿게 걷는다.
안짱다리인지 안짱걸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왼발은 일자로 걷는데 오른발은 눈에 띄게 안쪽으로 걸었다.
소아과에서 다른 진료를 보다 안짱걸음에 대해 물으니
'아직 어려서 그럴 수 있다. 크면서 근육이 자리 잡으며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크면서 나아진다는 말을 믿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안짱걸음이었다. 둘째와 똑같이 왼발은 일자로 잘 걸었고 오른발만 안으로 휘어 걸었다.
기억에는 초등학교(아니 사실은 국민학교ㅋㅋ) 다닐 때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안짱걸음이 고쳐졌다.
내 기억을 믿었고 아이의 걸음걸이가 자연스럽게 고쳐지리라는 것도 믿었다.
그렇게 둘째는 벌써 5학년이 되었다. 아직 안짱걸음은 그대로다ㅠ.ㅠ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10살이 넘도록 걸음이 고쳐지지 않으면 수술, 교정장치 착용, 교정용 신발깔창, 척추측만층에 걸린다는 등등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왜 그대로일까? 왜?"
나에게 받은 안짱다리의 유전자는 고학년 때 마법처럼 사라져야 하는데 왜 아직도 그대로냔 말이다.
사실 나는 나와 내 아이의 결정적인 차이를... 알 것 같았다.
찰싹
어릴 때 엄마와 길을 걸을 때면 "발 똑바로"라는 말과 함께 엄마의 손은 내 오른 종아리를 찰지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걸음을 걸을 때 온 신경을 발에 다리에 집중했다. 내가 어느 정도 발을 돌려야 일자 모양이 되는지 신경 썼다. 자연스럽게 없어진 게 아닌 노력의 결과였다.
세월이 지나니 이런 날카로웠던 기억이 다 없어지고 '안짱이 있었는데 없어졌어요'라는 기억만 남았다.
얼마 전, 둘째 아이는 S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도 찍고 의사 선생님의 앞에서 아이는 진료실을 걷고 또 걸었다.
다리도 휙휙 돌리며 70도, 85도 이런 말도 했다.
안짱으로 걸을 때는 발목이 돌아간 경우와 무릎이 돌아간 경우가 있는데 내 아이의 경우에는 고관절이 돌아간 경우 란다.
수술이나 교정 치료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을 듣고 '휴~진짜 다행이다'하고 걱정 하나를 날렸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텐데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면 다시 오라고 했다.
집에서 할 일!
1. M자로 앉지 말 것
2. 다리를 쭉 펴고 누워, 바깥쪽으로 마사지해 줄 것
나도 태어나길 고관절이 바깥으로 돌아가있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때찌때찌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선천적인 것도 고칠 수 있게 만드니 말이다.
크~~ 으~~ 대단해!
'왼손잡이도 때찌때찌로 고치는 시대였으니 말 다한거지~' 그때는 다 그렇게 고쳤다는 거 인정한다.
둘째야 안짱다리 물려줘서 엄마가 미안해~~~
매일 마사지해줄게 이겨보자 유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