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문에 동해에 비 온다잖아. Ktx도 다 예약했는데 그 말 들으니 김 빠지더라.
취소할까 말까 고민을 백번쯤 했어! 그러다가 못 먹어도 고! 그냥 가자며 눈 딱 감고 출발했지~
-그래서 머 하고 놀았어? 방안에만 있었어?
-야야 괜히 고민했어. 안 왔으면 후회할뻔했네. 비가 오락 가락 하긴 했어도 하고 싶었던 거 거의 다 했어.
-잘했네~다음엔 나도 같이 가자. 넌 참 운이 좋아~
-어어 그래.
친구에게 말한 나의 여행이야기다.
태풍의 영향으로 동해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다. 출발 2일 전 아니 전날까지도 기차를 취소할까 말까 엄청난 고민을 했다.
첫날은 대형미끄럼틀을 타고, 다음날 루지와 하늘 나는 것도 탈 계획이었다. 다 야외에 있는 거라 비가 오면 운영을 안 할 것임이 분명했다. 불안이 엄습했다.
괜히 가서 고생하느니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가지 말까?
어라? 서쪽은 해가 쨍 뜬다네. 동쪽 말고 서쪽으로 갈까?
그렇게 몇 시간을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고!"를 외쳤다.
도착한 동쪽은 예보와 다르게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대형 미끄럼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신나서 걷는 내 얼굴에 뭔가 떨어졌다.
똑
-이거 머야?
똑
똑.. 똑.. 똑. 또옥.. 옥.. 뚜... 욱 뚝뚝뚝
-아냐. 이 정도는 괜찮겠지~
현실 부정을 했지만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숨이 점점 차 올랐다. 뛰며 걸으며 도착한 곳에서 마주한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비가 와서 운행중단합니다]
소나기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운행은 멈췄있었다.
직원에게 물었다.
-오늘 안 해요?
-해가 계속 나면 다시 운행할 수도 있어요.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와서 다른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탈 수 있어요?
-30분 동안 비가 안 오면 아마 다시 할 거예요.
햇빛을 받으며 초조한 산책을 했다. 기다리다가 이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표소에서 또 물었다.
-지금 막 시작하려 했어요. 딱 맞춰오셨네요.
-진짜요?너무 좋아요.
그렇게 대형 미끄럼틀을 탔다.
다음날도 비는 오락가락했다.
무릉별유천지 입구에서 표를 끊고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로 뛰어갔다. 다행히 바로 탑승에 성공했다.
글라이더를 타는 동안 직원의 무전이 들렸다.
치치익-비가 와서 체험시설 모두 중단합니다.
글라이더에서 내리며 비를 피해 우산을 폈다. 실내로 뛰어들어가 창가 의자에 앉아 하늘만 바라보았다.
-루지는 포기해야겠다. 글라이더 탄 것만으로도 선방했지~
말하는 입과 달리,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또 다른 머리가 있었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루지를 탔다!
심지어 운행 시작하고 우리 일행이 탑승하는 동안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리의 탑승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나의 노력은 지우고 결과만 이야기했다. 친구에게 나는 매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오션월드에 갔을 때도 비가 왔다. 제주도에 갔을 때는 태풍을 만났다. 이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비는 나에게 기회다!
비는 언제나 내편이다.
비가 기회가 될 수 있게 내가 만든다.
행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미끄럼틀을, 루지를, 글라이더를 못 타더라도 내가 하고 싶다면 기다려보는 거다.
아쉬움이 남지 않게. 그게 나에게는 최선이니까.
비가 오락가락한 덕분에 무지개를 3번이나 본 건 뽀너스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