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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Jul 28. 2023

미하일 조셴코 애독자의 평행이론

나만의 아이돌…


미하일 조셴코는 내 영혼의 단짝이다. 비록 우리가 서로 동시대를 공유하지 못해 그가 동의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나보다 약 100년 앞서 살다 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나와 어찌나 닮았는지 놀라울 정도다. 즉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 간의 따뜻함과 동정심이며, 관료주의와 거만함은 혐오의 대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한 그는 공감능력이 강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일체의 정서적, 신체적 폭력을 바라보는 데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이러한 가치관이 투명하게 비쳐 보인다.


예를 들면, 단편 ‘즐거운 게임’에서는 어떤 잔인한 양반이 술집에서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내기 당구를 신청해 여러 판 내리 이기며 굴욕적인 벌칙을 강요한다. 불쌍한 운전기사는 원치 않는 내기에 의해 콧수염을 잘리기까지 한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화자는 자신이 신문기자라며, 잔인한 고용주 양반에게 당신이 한 짓을 신문기사로 써서 세상에 까발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못된 사람에 대한 복수로서 그를 흠씬 두들겨패는 게 아니라 신문기사를 이용해 명예를 깎아내린다는 고고한 방법을 택한 것도 마음에 든다.


약력을 보면 그는 뻬쩨르부르그 대학 법학과를 중퇴하고 군에 자원입대했다가, 부상을 당해 제대한 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여러 도시를 전전했다고 나와 있다. 삶의 역사마저 나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보고, 역시 그는 나의 영혼의 단짝이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얼굴마저 잘생긴 그에게 강한 팬심을 느낀다. 만약 살아 있다면 메일이라도 보냈을텐데.


미하일 조셴코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많아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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