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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퀴터 Oct 01. 2023

교권 하락에 대한 심경

에어팟 노이즈캔슬링 최대로 켜 놓는 아이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그렇게 먼 옛날은 아닌데, 현재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내가 학생 때 가졌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고등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거의 모두가 아이패드를 갖고 있으며, 수업 중에 주로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는다고 한다. 그러니 그 아이패드 화면에 각자가 뭘 띄워 놓고 있는지 알 수도 없지만, 알았다고 한들 한 명의 교사가 이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수업 중에 에어팟을 귀에 끼고 있거나 무단으로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다. 내 아버지도 교사였으며, 내 가장 친한 친구도 교사다. 그리고 나는 학원 강사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유학시험을 준비하느라 국내 입시과목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지만, 학교 수업 중에 내 유학시험 책을 꺼내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건 선생님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뭐 아주 시험이 임박했고 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괜찮을 수 있겠지만(근데 꼭 공부 안 하는 애들이 시간 아낀답시고 딴짓한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저렇게 없는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가르침’을 행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어떤 심정으로 수업을 진행할까? 교사를 그냥 시간만 때우다 나가는 사람으로 여기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 모양인데, 그러면 교사 입장에서도 도무지 가르칠 의욕이 날 것 같지 않다.


학교 수업에서 에어팟 프로를 끼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최대로 켜 놓고 앉아 있을 거라면 그냥 자퇴하는 편이 낫다. 학교 졸업장을 받는다는 것은 알고 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왜 내가 원치도 않는 수업에 억지로 앉아서 교사를 존중해야 하느냐’는 마음이 든다면, 너무나 그러기 싫다면, 하루빨리 자퇴하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여 사업이라도 시작하는 게 좋겠다(남 밑에서 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므로). 자신만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만약 그럴 각오가 안 돼 있다면 교사와 수업을 존중했으면 한다. 그것이 졸업장의 무게다. 오랜 세월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그 무게가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왜 그리 무겁고 버거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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