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어딨어요. 일단 이 추천 목록 좀 받아보세요
예전에 케이크를 싫어하는 어떤 사람을 보았다. 내가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 사람은 자신은 케이크라면 전부 다 싫다며 진저리를 쳤는데, 나는 마치 자신이 부정당하는 듯한 요상한 기분을 느꼈더랬다. 최근 책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일이 많다. 요새 주변에 책을 싫어하고 강하게 거부하는 사람이 유독 많아졌는데, ‘책’을 싫어하는 감정이 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 책을 싫어한다면 말이 되지만, 어떻게 책 전반을 모두 싫어할 수가 있나? 그건 불가능하다. 그런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나는 책을 모른다’, 혹은 ‘내가 지금껏 읽은 책은 다 마음에 안 들었다’라면 모를까.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우월감을 느낄 일도 아니지만, 몇 권 안 읽어 보고선 모든 책을 부정하는 것도 떳떳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요새 웹툰 안 읽는 사람 없던데, 웹툰도 단행본으로 읽으면 책이다. 부디 책 혐오를 멈춰 주세요.
너무 좋은 게 있으면 남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뜨거운 열기, 그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래에 혼자 읽기 아까워 남들도 꼭 읽게 하고 싶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일부는 너무나 고전이라 추천한답시고 소개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적는다. 어린 학생들은 고전 작가들을 잘 모르길래…
데이비드 세다리스 -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헤르만 헤세 -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 크눌프
로맹 가리 - 자기 앞의 생
미하일 조셴코 - 감상소설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루이제 린저 - 삶의 한가운데
상황별로 추천하자면, 삶의 다양한 우울감에 짓눌릴 때 읽기 좋은 책은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이다. 이 책은 에세이로, 저자가 겪은 삶의 여러 혹독한 순간들이 위트 있게 표현돼 있다. 넓은 시야를 얻게 해주는 책이다.
자기가 원해서가 아니라 부모님 뜻에 따라, 사회적으로 강요받은 가치에 따라 입시지옥을 겪느라 고통받는(혹은 고통받은) 한국 수험생이라면 <수레바퀴 아래서>에 뜨겁게 공감할 것이다. <크눌프>도 비슷한 맥락인데, 자유를 중시하는 자신의 성향이 사회적 가치와 상충하여 갈등해 본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원래 따뜻함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여러 이유로 인류애를 상실하여 힘들다,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앞의 생>을 추천한다.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노골적이며 지적인 재치와 인간적인 따뜻함,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감상소설>을 추천한다.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짓밟히고 싶다면 <죄와 벌>을 읽으면 된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패기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책이다.
자기 주관이 이보다 뚜렷할 순 없다! 주관 있는 사람의 매력이 뭔지 알아보고 싶다면 <삶의 한가운데>를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