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대한 실망감
얼마 전 ‘집안이나 인맥도 본인의 능력에 포함된다’며 평등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았다. 두 귀를 의심했지만 당황한 티는 내지 않았다. 다만 내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실망감에 힘이 빠졌다. 몇십 억을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등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남을 도울 필요는 없다’라고 열변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못나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범죄자를 미워하고 욕한다. 강력범죄에 대한 기사에는 꼭 ‘사형시켜라’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그러나 나는 범죄자보다 저렇게 차가운 인성을 갖춘 이들에게 훨씬 더 화가 난다. 충격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정신이 심하게 병든 사람이구나. 아마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했겠구나’라는 생각이 앞선다. 불행한 사람이 저지른 불행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잣집에 태어나 우월감을 즐기며 타인을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는 이들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아니 너무 실망스럽고 좌절감이 들어 눈물이 난다. 그럼 신체적 이유로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죽게 내버려 두잔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남의 고통을 비웃는 차가운 인간에게 ‘살아갈 가치’ 따위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과 앞으로도 같은 세상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침통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보이는 안경이라도 쓰고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