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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다양성연구소 Nov 04. 2022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논의한다는 것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9. 정지원

안녕하세요, 정지원님.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정지원입니다. 대학 미디어센터 방송국과 하자 센터의 문제없는 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 방송국과 하자센터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성공회대학교에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이슈가 떠오르면서 온, 오프라인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에브리타임이라는 어플에 같은 캠퍼스의 학생들끼리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이 있는데, 거기서 많은 글이 쏟아지기도 했어요. 근데 이런 과정에서 기존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조명되지 못하고 찬반 논란에만 매몰된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방송국에서는 모두의 화장실과 관련하여, 기존 우리 학교 화장실이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 그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누가 어려움을 겪는지를 취재를 했었어요. 그래서 젠더퀴어, 트랜스젠더, 장애인, 월경컵 이용 학우분들을 인터뷰하고 기존 화장실이 어떤 면에서 불편한지를 조사했었습니다.

하자센터는 아동 청소년을 위한 센터고요. 서울시립 미래진로센터라는 공식 명칭이 있지만 대부분 하자센터나 하자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제가 활동하는 문제없는 스튜디오는 학교폭력, 교내 성별 이분법 등 학교에 관한 이야기부터 비건 청소년들이 겪는 일, 청소년이 가정에서 겪는 문제나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차별과 구조적인 어려움 같은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어요.

저는 청소년의 공간에 대한 영상을 보고 문제없는 스튜디오에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길고양이와 청소년의 공통점이 밤에 갈 곳이 없다. 사람의 눈에 띄면 안 된다. 떠돌아다닌다. 이런 내용의 영상이었어요. 청소년의 공간에 대해 저도 앞으로 더 많이 다루고 싶어요. 저는 청소년으로서의 정체성도 되게 강했거든요.


지원님께 화장실이란?


저한테 화장실은 원래 스쳐 가는 공간이었어요.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요. 근데 모두를 위한 화장실 이슈를 접하고 난 뒤에는 화장실이 되게 사회 문화적인 공간으로 보이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이게 자신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모두의 화장실을 만든다는 게 굉장히 어떤 큰 변화, 큰 이슈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화장실이기도 하잖아요.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바꾸는 것뿐이죠.


화장실에 어떤 기억이 있나요?


초중학교 때까지 친구들이랑 같이 화장실에 가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때는 익숙했지만, 졸업 후에 생각해보니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어떤 공간 속에서 누군가와 거리를 조절할 수 없이 늘 함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평소에 화장실에 접근하거나 이용하실 때 겪는 불편함이 있나요?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친구가 월경컵을 사용하는데, 월경 컵은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하잖아요. 근데 대부분의 화장실이 세면대가 공용으로 쓰이는 구조여서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시작으로 좀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사촌 동생이랑 같이 어딘가에 갈 일이 많은데요. 사촌 동생을 주로 삼촌이 돌봄을 하세요. 근데 사촌 동생들이 여성이다 보니까 성별이분법적인 화장실 이용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화장실은 어린이가 사용하기에 굉장히 불편해요.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제가 작년까지는 머리가 짧았는데, 짧은 머리를 하고 가면 놀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데 저는 키가 작은 편이어서 이런 오해를 덜 받는데 키가 크고 머리가 투블럭인 제 친구는 이런 오해를 정말 자주 받더라고요. 성별 중립적인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화장실뿐만 아니라 탈의실, 휴게실 이런 공간도 성별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잖아요. 젠더퀴어, 트랜스젠더 구성원을 배제하고 있는 건데요. 저는 누군가가 배제되는 공간에서는 결국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배제되는 사람이 있을 때, 이 공간에서 누가 배제되는지에 이야기하지 않을 때 내가 겪는 어려움이나 이 공간의 문화와 공동체에 대해서 다 같이 성찰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지금 성공회대에서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논의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어떻게 시작되었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17학년도에 모두의 화장실이 총학생회 공약으로 나왔었지만 설치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리고 21학년도에 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로 선거를 할때에 주 공약이 인권적인 친화적인 대학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학교였어요. 그 사업 중 하나가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었어요. 그 외에 화장실들에 있는 불법 촬영기기 점검도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요. 투표수가 부족해 선거는 무산되었고, 그때의 후보자분이 총학생회장으로 비상대책대위원회를 꾸리고 계세요. 그 과정에서 올해 초부터 다시 모두를 위한 화장실 논의가 시작되었어요. 이 논의 과정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가 저희 학교의 슬로건인 ‘인권과 평화의 대학’인데요. 그 슬로건에 대해서 학우분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의미를 두고 계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계시고, 어떤 분들은 그냥 단순한 슬로건 정도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설치 계획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이전에 한 번 설치 계획이 나왔었는데 그대로 추진되지는 않고 있어요. 저희가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건물이 새천년관인데 원래 설치 계획은 새천년관 1층 화장실을 목표로 했어요. 그 이유는 가장 유동 인구가 많고 휠체어 등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었고요.


오프라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나요?


오프라인에서는 총학생회가 진행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 공론장, 수다회가 있었는데요.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찬성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주로 나눈 이야기는 우리가 화장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그리고 이게 어떤 필요가 있을까. 혹은 없을까. 이런 얘기를 열어놓고 했어요.

제가 참여했던 수다회에서는 공론장, 논의의 장이라는 게 누군가에게 열려 있고 누군가에게는 열려 있지 못한다는 점, 우리가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논의하는 이 장도 누군가에게는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예를 들어 에브리타임은 커뮤니티고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술인 걸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혐오 발언이 이루어질 때 그 혐오 발언이 겨냥하는 사람들은 그 공간에 접근하기가 쉬운가? 혐오 발언에 대한 두려움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그 공론장을 이용할 수 없지는 않은가? 어떻게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나눴는데요. 저도 평소 공론장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했기에 그게 특히 기억에 남네요.


에브리타임, SNS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나요?


합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총투표를 발휘 해야 한다는 연서명이 나와서 300명 넘는 분들이 거기에 동의를 하시기도 했는데요. 학번이 나와 있어야 하고 본인이 자필 서명을 해야 되는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학교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반려 처리를 했습니다.

저희 학교가 큰 학교가 아니다 보니 재정적으로 설치가 어렵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아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 의심을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예를 들어, 화장실은 그냥 금방 사용하고 나오는 건데 그렇게 꼭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전에 에브리타임에서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들도 보였어요. 그런 혐오 발언에 대한 신고를 진행하려고 하셨던 분도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이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혐오 발언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어요.

그 외에도 저희 학교 재정과 관련해서 모두 화장실에 대해서 아직 반대하시는 학우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까 말씀드린 오프라인 공론장이나 온라인 공간을 통해 모두의 화장실과 민주주의에 대한 소통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 같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는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있는 것일 텐데요. ‘민주주의’나 ‘사회적 합의’ 같은 키워드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이슈가 쏟아져 나왔을 때도 그랬고요. 에브리타임의 경우, 누군가 신고하면 혐오 발언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나요?


최근의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요. 에브리타임 신고가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뭔가 법적 절차로 찾거나 하지 않은 폭력들도 그 커뮤니티 내에서 정화 작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에브리타임에서 제재를 가하는 경우는 어떤 걸 너무 자주 홍보했을 때나 정치적인 글을 썼을 때 정도인 걸로 알고 있어요. 혐오 발언이나 폭력적인 말들에 대한 조치는 거의 없고요. 에브리타임이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 아쉽더라고요.


학교 내에 구성원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같은 임직원 분들, 시설을 관리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환영하는 입장문을 써주신 분들도 계시고 이슈와 관련된 인터뷰를 해주신 교수님들도 계세요. 근데 교내 청소 노동자 같은 분들의 의견이 많이 아직 드러나지 못했어요. 많은 사업이 노동자분들까지를 포함해서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아쉬워요. 화장실은 다 같이 이용하는 거니까요.


아까 재정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었는데요. 화장실을 실제로 설치하는 데 예산이 어느 정도 드나요?


저희 학비가 인당 3천만 원 정도고, 학교 1년 예산은 300억인데요. 화장실 설치 비용은 총학 참여예산 1500만과 학교 본부 3500만을 합쳐서 총 5000만 원으로, 집행 가능한 수준의 금액이에요. 그리고 액수를 떠나서, 학교 내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한 학우분이 많이 있을 거잖아요. 재정적으로 안 된다는 주장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모두를 위한 화장실 사업이 왜 우선순위여야 하냐는 질문이 재정에 대한 논의에서 많이 나오는데요. 이 대학에서 모두의 기본권이 지켜지는 게 제일 기본적인 거잖아요. 화장실은 그 기본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고요.

역차별이라는 말도 있었어요. 우리 학교의 수업이 얼마나 부족한데 화장실을 만드냐는 식의 말이었는데요. 근데 화장실은 진짜 기본권인 거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때까지 화장실에 대해 정말 큰 생각이 없었는데요. 그거 자체가 정말 권력이 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비장애인, 시스젠더의 특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때까지 화장실은 나에게 폭력적이지 않았구나. 그래서 다른 학우들의 교육권이 중요하지 않아서, 혹은 다른 학우들의 교육권이 후순위어서가 아니라 모두의 교육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니까, 우리 모두가 좀 더 안전한 공간에서 교육받기 위한 화장실 설치인 것 같아요.

저는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통해 그 공간이 누구를 고려하고 있고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공간이 불편한 데에는 물리적인 구조, 시설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공간을 이용하는 공동체도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래서 이 대학이라는 공동체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거를 물리적인 구조에서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불편함을 느끼는 또 다른 공간이 있나요? 아까 하자센터 이야기를 할 때 학교내 학교폭력이나 성별 이분법, 탈학교에 대한 것 등 여러 주제 중에서 지원님께서는 청소년의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저는 청소년의 공간이라는 주제가 이야기가 덜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공간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과 관계 맺을지 어떤 활동을 할지를 선택하는 것과도 되게 큰 연관성을 가지는데요. 청소년은 정치적인 활동을 할 수 없고, 교칙으로 정치적인 활동이 금지된 곳도 많아요. 저희 학교도 그랬고요. 그리고 정당법상으로도 청소년은 정당 가입이 어려워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는 정당을 지지하거나 거기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 없고요. 그리고 또 청소년들이 가정에서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가정 바깥에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탈가정 시설 같은 데 가면 되지 않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거기에 가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어느 날 갑자기 공동생활을 해야 하고 나의 생활을 보고하고 또 허락받아야 하고, 거기에서 맞춰져 있는 루틴에 따라서 생활해야 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리고 청소년은 주거 계약을 혼자 할 수도 없어요. 경제적인 자원도 청소년이 아니라 친권자에게 많이 위임되어 있고요. 그러다 보니 청소년은 자기가 주로 머물 공간, 자기가 원하는 공간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공동체가 있나요?


공동체에 대한 감각이 저는 17살 때 생겼어요. 그때 제가 속해 있던 공동체가 누군가는 굉장히 안전한, 대안적이고 이상향적인 공동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계속해서 불화함을 느끼고 안전하지 못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나 예를 들면, 그 공동체에서는 혐오가 포함된 단어를 인지하지 않고 사용하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같은 가치를 지향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충분히 마음 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근데 또 그 공간에서 하는 활동들은 정말 좋기는 했어요. 정말 좋고 나의 지향과 맞았고, 그리고 그 공간을 주로 지키고 가꾸고 관리하는 분들도 굉장히 인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앞서 말했던 문제들이 있던 거죠. 그때부터 내가 공동체에서 안전하려면 어떠한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공동체 문화가 단면적이지 않다는 것, 공동체가 나쁘면 모두에게 폭력적이고 좋으면 모두에게 좋을 거라는 식의 접근이 아닌 그 공동체의 개개인의 구성원이 공동체 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고민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페미니즘 교사가 필요하다’라는 프로젝트가 많이 붐이었는데요. 교사가 페미니스트면 이 교실은 성평등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근데 공동체 문화라는 거는 모두가 만들어 가는 거고 개개인의 구성원에게 굉장히 많이 영향을 받잖아요. 단순히 한 부분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여기서 좋은 활동을 하더라도, 공간의 구성원들이 인권을 지향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공간이 누군가를 배제할 수 있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필요해요. 그리고 어떤 공간에 구성원들이 모이면 공동체는 원치 않아도 생겨나잖아요. 문화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그냥 이 공간을 같이 쓴다는 생각에서 멈추면 안될 것 같아요.


오늘 공간과 공동체,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공동체,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저는 공간이 공동체와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로 들면, 학교 공간을 보면 이 학교가 누구를 학생으로 상정하고 운영하는지, 누구를 우리 학교의 구성원으로 환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으면 사실 학교도 이용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화장실이 구성원을 환대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화장실에서 안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 같아요. 불법 촬영도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논의되지 않았었고 이야기가 나와도 금방 시들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요. 공간의 안전에 대한 감각을 같이 구성원들이 고민을 하게 됐잖아요. 저희 대학의 경우 화장실은 안전이나 대학 구성원, 학내 가치에 대한 합의를 하기 위한 주된 주제이기도 하고요.

하자 센터도 공론장을 열어서 모두의 화장실에 대해 논의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하자센터의 화장실에는 남성 여성 표지판에 분홍 파랑으로 하지 않고 남성이 분홍, 여성이 파랑으로 되어있어요. 성별 이분법이라는 고정관념을 조금이라도 없애고자 그렇게 한 거예요. 그리고 화장실에 월경 용품이 비치되어 있어요. 저는 이것도 굉장히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교사분들이 파우치를 쓰라고 하셨어요. 월경 용품을 보이지 않게 들고 다니라는 거죠. 근데 하자센터는 카페에도 바구니 안에 월경용 탐폰과 생리대 일회용이 담겨 있고, 화장실에 생리대가 비치되어 있거든요. 사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월경 용품도 비상용으로 배치가 되어있어야 하는 건데... 저는 이런 것도 문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하자센터는 월경에 대해서 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기도 하고요. 월경에 대해 공적으로 말할 수 있는, 월경을 개인적인 일로 여기지 않는 하자센터의 문화와 화장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인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질문까지 많이 가져온 것 같아요. 공론장은 무엇인지, 우리가 화장실을 포함한 다양한 공간들에서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지 등... 그래서 저는 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좋아요. 화장실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워드 : #성공회대 #공동체 #공론장 #모두를위한화장실설치 #하자센터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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