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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다양성연구소 Nov 04. 2022

아직 없는 공간을 상상하다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8. 홀릭

안녕하세요, 홀릭님.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라는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홀릭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홀릭님에게 화장실이란 어떤 공간인가요? 그리고 화장실에 대해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있나요?


화장실은 모두에게 안전한 곳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에게 한국 사회에서의 화장실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요. 며칠 전에 기사를 보다가 화장실에 몰카를 찍는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좌절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화장실에 관심이 많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여성들이 화장실을 가는 게 위험해졌던 순간, 그 사건부터 화장실이 모두에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사건’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지칭하는 걸까요?


네. 그게 화장실 관련해서 한국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자 화장실 들어가 보면 굉장히 많은 구멍이 있잖아요. 지금 이 사무실의 화장실을 가보면 하나의 칸이 나뉘는 곳에 구멍들이 있고, 그 구멍에 다 경찰서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또 다른 공중화장실이나 여자 화장실 가보면 다 휴지로 막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여성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을 해요.

한편으로, 안전하다는 모두의 인식이 있는 상황, 누군가 화장실에 침범하는 일이나 폭행같은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우리가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현재의 한계 속에서 화장실을 상상하잖아요. 그러니 누구를 배제하고 무슨 범죄가 일어나면 어떡하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그냥 집에서 가족들이 사용하는 게 모두 화장실이잖아요. 성별 구분도 없고요. 가족이고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 화장실 공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공공적으로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었을 때는 불편해질 거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화장실이 이런 안전 같은 것들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된다면 많은 사람이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다시 말하는 거지만 혼자든 아니든 안전하다는 전제가 제일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맞아요. 안전한 공간인 게 보장이 된다면, 말씀해 주신 것처럼 현재의 상상력을 더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네. 그리고 화장실에 대한 기억은 나이대별로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너무 오래된 이야기 같긴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귀신이 화장실에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라고 물어본다는 괴담이 있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 재래식 공동화장실인데,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쓰는 시골 화장실이라 무서워서 잘 안 갔죠. 이 공포심은 이건 지금 화장실에 가지고 있는 공포심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의 여자 화장실에 대한 기억도 있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화장실 칸에 같이 들어가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래서 왜 그런지 모르는데, 저도 그랬던 거죠. ‘너 뒤돌아보고 있어’ 그러고 둘이 같이 들어가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게 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때 겪는 불편함이 있나요?


많은 것 같아요. 우선적으로 굉장히 의심을 받는 일들이 많아요. 제가 머리가 짧고 그러니까 계속 이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하거나 왜 남자인데 줄 서 있냐는 눈치를 너무 많이 받아요. 특히 지역에 내려가는 일이 있을 때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이 여자가 맞는지 더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지역에서 강의를 하고 서울에 올라올 때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어떤 아줌마가 갑자기 뒤에서 때리는 거예요. 왜 때리는지 알고 봤더니 남자인 줄 알고 때렸던 거라더군요. 그런 일들이 일어나니까 남자로 패싱되는 건 정말 쉽구나, 남녀의 젠더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불안감이 있을까,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을 때 이렇게 줄 서서 화장실을 이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그냥 이런 복장으로 이런 모습이기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굉장히 불편해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들었죠. 그래서 화장실을 거의 안 가요. 그냥 가능한 화장실 참거나 내가 아는 화장실을 가는 것 같아요. 애인이 있거나 친구가 있으면 일부로 화장실 앞까지 같이 가자고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뭐 그런 생각은 한 적도 있죠. 여자 화장실 줄이 그게 굉장히 긴데 남자 화장실 줄이 없을 때, ‘난 분명히 남성으로 패싱될 테니까, 저쪽으로 가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어쨌든 외모로서 성별을 판단하는 사회가 정상 사회라고 딱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남자 혹은 여자로 인식이 명확하게 안 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 같고요. 예전에는 그냥 그런 생각 안 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남자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있잖아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기도 했고, 범죄율에 대한 통계나 실제 범죄에 대한 뉴스같은 정보들이 많아지니까 여자들이 경각심을 많이 가지기도 하고요.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냥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해주신 ‘내가 아는 화장실’에는 어떤 화장실들이 있나요?


평소에 다니는 지역 반경에 있는 화장실이죠. 그리고 체인점 커피숍 화장실이나 그냥 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래도 뭔가 보호해 줄 것 같은 화장실을 사용해요. 근데 이제 지하철 화장실이라든가 아니면 그냥 공공 화장실은 잘 안 가게 되는 거죠.


아이러니하네요. ‘공공’ 시설인데 가장 믿을 수 없다는 게.


그렇죠. 계속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화장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이 그래도 많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백화점이나 스타필드 같은 큰 쇼핑몰도 그렇고요. 이런 곳들은 남녀로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는 다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 가족화장실이 있잖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남성 공간에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걸 설치를 한 화장실을 봤어요. 보통은 기저귀를 가는 사람은 여자 쪽이라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 식의 변화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조금 더 확장을 하면 모두가 편한 화장실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남녀로 구분되는 화장실이 아니라 카페 화장실처럼 손 씻을 공간과 변기가 함께 있는 공간을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런 식의 공간을 만들려면 정말 많은 땅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죠. 회전력 같은 문제들도 있고요.


한국의 화장실에 어떤 변화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나요?


제가 외국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갈 때 놀랐던 건 교회에도 성중립 화장실이 있는 거였어요. 중국, 대만, 캐나다 이 셋 중에 하나였을 거예요. 교회라는 공간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합의를 하고 이걸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웬만한 공공기관이나 시가 운영하는 곳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늘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인식이 어떤지, 제 눈에만 그렇게 많이 보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우리나라는 공적 공간 안에서 성중립 화장실이 없잖아요. 그냥 딱 남녀로 구별된 게 맞는 것처럼 여겨지죠. 그리고 남녀 공용을 이제는 되게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반면 외국은 공공기관 안에 성중립 화장실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우선 공공기관에서 먼저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다른 곳도 화장실이 어떤 사람한테 불편하기 때문에 모두가 편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잖아요. 여기 마포에도 무지개로 표시된 화장실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 공간이 더 늘어나야겠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말씀해 주셨는데, 화장실 이용에 관해서 다녀오신 나라들과 한국과의 차이나 비슷한 점이 있나요?


독일에서 온 친구가 단편적인 이야기를 해줬어요. 한국에 들어왔는데 누군가가 툭 쳤는데 미안하단 말도 안 하고 그냥 가버렸데요. 그 순간 이곳이 한국이라는 걸 느꼈대요. 저도 독일에 간 적이 있는데요.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머리가 짧든 노란색이든 여잔지 남자인지 상관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 같은 것들도 없었어요. 해외에서는 그런 기억이 많았는데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성별에 대해 의심하는 눈총이 많이 느껴지거든요. 특히 저 같은 경우는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봐요. 가슴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 궁금해하는 거예요. 물론 해외에서는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하죠. 한편 우리나라는 누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거나 나이를 가늠할 수 없거나 두 사람 관계를 유추할 수 없을 때, 이 세 가지를 제일 궁금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머리 짧으니까. 이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제 옆에 누가 걸어도 쟤네 둘은 무슨 사이인지 너무 궁금해 하는 거예요. 남자가 있든 여자가 있든 나이 많은 사람이 있든.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는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이런 점들은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나의 프라이버시, 사적 공간이라는 것이 원래 지금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없었던 곳이 한국 사회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물리적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서로 너무 부딪치기도 하고 서로에게 신경 쓰는 것들도 많잖아요. 저는 아파트에서 사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유대 관계를 맺고 살아요. 몇 층에 누구 있는지 알고, 매번 인사하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저는 관계를 맺지도 않고, 이제 아까 말한 세 가지 궁금증이 다 있는 사람이니까 희한하게 생각을 하거나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었어요. 제가 있는 임대 아파트는 장애인, 노인분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제가 좀 젊어 보이니까 ‘쟤는 여기 어떻게 들어왔지?’ 같은 궁금증도 있는 거겠죠. 그래서 시선에 대한 불편함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이 화장실까지 사실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게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공공장소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맞아요. 한 번은 같이 일하는 활동가가 집에 찾아온 적이 있는데, 옆옆 집의 할머니가 저를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예요. 집 안까지 막 들여다보고... 이 관심은 뭘까. 그냥 평범한, 페미닌한 모습의 여성이어도 혼자 사는 여성이니까 관심을 가지긴 하겠지만, 정말 나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까. 온갖 생각들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무지개 스티커를 문에 붙이고 싶어도 못해요.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때는 커밍아웃을 하기 힘든 것 같아요.


저도 최근에 집 앞에 굿즈 붙일까 생각하다가...


아니야. 아직 아니야(웃음).


그럼 이제 홀릭님의 활동에 관련된 질문을 해볼게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곳에도 모두의 화장실이 있는데요. 평소에 사무실을 고를 때 위치나 화장실 내부 조성 같은 점들에 대해 고려하시는 점이 있나요?


전에 사무실을 구할 때 고려했던 건 고양이었어요. 장애를 가진 고양이를 저희 센터에서 공동으로 양육을 하게 됐었어요. 지금 걔가 아홉 살이 됐으니 한 8년 전쯤인 것 같아요. 뒷다리를 못 쓰니까 배뇨를 사람이 해야 해서 제가 같이 고양이랑 출퇴근을 했죠. 그리고 걔도 같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장판이 있는 가정집을 구했어요. 주택의 맨 꼭대기 층의 넓은 공간에 주거 형태를 갖춘, 주방이나 방이 있는 곳을 구해서 사무실로 썼어요. 그렇게 장애를 가진 고양이 위주로 이제 집을 구한 거고, 그 이후에 이제 사무실 구할 때는 형편에 맞게 구했죠. 월세의 부담이나 이런 거. 그리고 보통 성소수자 관련한 단체의 부동산 계약 시에 굉장히 눈치를 보게 되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잖아요. 또 괜히 싫어할 수도 있고요. 건물주가 교회 장로님이거나 그 교회 쪽에 또 일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눈치를 많이 보는데 이번에 계약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부분에 굉장히 열려 있는 집주인이었어요. 우편물을 갖다 주기도 하고 계약할 때도 단체 이름으로 계약을 해가지고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밖에 없거든요. 5개 단체가 예전부터 같이 공간을 썼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고려했던 점은 단독 화장실이나 아니면 단독 주차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축제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물품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 이런 편의를 중심으로 고르긴 했고요. 사실 돈이 많으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시 하는 게 화장실 문제이긴 해요. 왜냐면 건물의 모든 사람들이 다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은 저희가 너무 불편하거든요. 사무실에 방문자도 많이 오고요. 화장실이 들어갈 때 사람들한테 의심이나 눈초리를 받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서 화장실을 가장 고려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다른 곳과 같이 써야 되면 이 화장실 누가 쓰는지, 몇 층 사람이 써는지 물어봐서 다른 층의 사람이 쓴다고 하면 거의 안 가는 쪽으로 처리를 많이 했었던 것 같죠.


2006년도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여러 프로젝트 중 신촌공원 거리 상담 프로젝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10대 레즈비언 청소년들이 머물렀던 공간인 신촌공원과 그곳의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려요.


그때 10대들이 지금은 이제 30대 정도 됐을 거 같아요. 신촌공원, 그때는 신공이라고 불렀죠. 띵이라는 용어를 썼던 때였어요. 띵이라는 건 이제 10대들이 자신의 레즈비언을 말하는 용어였고 그래서 지나가다가 이렇게 비슷한 애 보면 띵동. 그러면 맞으면 띵동. 서로 이렇게 알아보는 표시로 띵동을 썼어요. 지금의 이제 띵동도 여기서 따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식의 띵이나 띵동같은 용어를 썼던 그때에 저희가 사업을 했어요. 그때 일했던 활동가가 신촌공원에 우연히 가서 봤는데 굉장히 머리카락이 짧고 부치인 것 같은 10대 레즈비언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는 거예요. 평일엔 100명, 주말에는 그 이상이었어요. 공원 뒤쪽에 화장실 있는 쪽을 중심으로 굉장히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레즈비언인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서 계속 관찰을 했죠. 그러다 실질적으로 그 친구들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가출한 청소년들이 많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으니 그 공원에 모여서 나름의 문화들을 만들어서 놀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거기로 매주 심리상담을 나갔었죠. 그러면서 고민했던 것이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에 얘기했었는데요. 화장실에서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거예요. 거기가 공용 화장실인데요. 거기서 꾸미기, 거주, 흡연부터 시작해서 안전하지 않은 섹스나 심한 폭력이 일어나기도 하고 술 취한 사람이 와서 때리기도 하는 등 각양각색의 상황을 목도했어요. 저희가 제일 걱정했던 것은 안전하지 않은 성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거였는데요. 그때부터 안전한 섹스는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을 같이 했던 것 같고요. 그 공간에 대해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조사나 그곳의 10대들의 실태를 조사한 게 첫해에 저희가 프로젝트로 했던 거예요. 그 이후에는 한 6년 동안 청소년 기관 단체랑 같이 신공 축제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식의 사업들을 몇 년 동안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공간 자체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곳이 그래도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어떤 이미지는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신촌 주변의 카페 같은 오프라인 공간이 다 없어졌잖아요.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성소수자들이 있는 공간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 흐름에 따라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는 시작하는 시점에 프로젝트도 끝났던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안전하지 않은 섹스나 외부에서 가해지는 폭력 같은 여러 문제들을 당시 활동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풀어내셨나요?


섹스를 한다는 것의 의미, 콘돔을 써야 한다,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안전한 공간에서 해야 한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교육이 먼저 이루어졌던 것 같고요. 그리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술 취한 사람들 같은 사람들이 일으키는 폭력이 주로 새벽에 일어났는데요. 아이들이 용기를 내줘서 근처 경찰서에 같이 갔어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출동할 수 있게 시스템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했죠. 그리고 이 사업을 중점적으로 했었을 때 10대들이 잘 찾아올 수 있는 곳,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망원동에 사무실을 구했어요. 6층에 사무실이 있었고 위로 또 올라가면 옥상이랑 연결된 작은 다락방 같은 곳이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원은 요즘 같은 여름 때면 계속 있기에는 덥잖아요. 쉼터 같은 게 아예 없기도 했고요. 그렇게 사무실을 활용해서 10대들을 만났는데요. 망원동하고 신촌의 거리가 조금 있으니까 물리적인 한계는 느꼈죠.


공원의 화장실은 어떤 형태였고, 보통 몇 명 정도가 화장실을 이용했던 건가요?


되게 작았어요. 그냥 공원 공공 화장실 같은 모습? 지저분하고 화장실 칸도 몇 개 되지도 않았죠. 성수기 때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몰려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머리 짧은 아이들과 담배를 많이 피는 아이들이 몰려 있어서 사람들은 잘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랄까요. 공원의 한쪽은 일반 시민들, 연인들이 같이 있는 공원이었다면 다른 한쪽은 애들이 노는 공원, 이런 식으로 인식이 됐던 거 같아요. 주말에는 정말 많이 모이면 80명, 100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갈 데가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그 상황에서 화장실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면서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 이 두 가지의 의미가 다 있는 것 같았어요.


꽤 많은 인원의 가출 청소년들이 공원과 화장실에 머물고 있던 상태였을 텐데 민원이나 주변 경찰들의 개입 같은 조치가 활동하시기 이전에는 없었던 건가요?


잦은 싸움은 있었지만 어떤 명확한 법적 제재 같은 걸 가하지는 않았어요. 말씀드렸든 술을 많이 먹었던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서 싸움이 일어난다거나 일방적인 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서울퀴어영화제에서도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축제나 영화제를 기획하실 때 화장실에 대해 고려하시는 점이 있나요?


서울시청에서 퍼레이드를 했을 때는 당연히 성중립 화장실을 중심을 두고 장애인분들 또한 잘 이용할 수 있는 편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대신 이용하시는 분이 1만 명이 넘으니까 지하철 화장실로 안내하거나 별도의 화장실을 더 만들긴 했어요. 영화제가 열릴 때, 극장이라는 공간을 대여를 할 때 제일 중요하게 봤던 것 중에 하나가 화장실을 우리끼리 쓸 수 있고, 우리끼리 쓸 수 없어도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얘기하기는 해요. 근데 몇 관을 대여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몇 관은 다른 관으로도 연결이 돼서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그걸 붙이는 거는 다른 사람이 불편해할 수 있다면서 거절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몇몇 층을 통째로 빌렸을 때는 편하게 화장실 안에 표지판을 걸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이제 어떤 행사 공간을 대여할 때 화장실을 먼저 합의를 하고요. 그 다음에 장애 접근성이나 음식, 음식을 주문할 곳 같은 것들을 협의해요. 여러 것들을 고려하면서 행사를 준비하죠. 그런 게 안 될 경우에는 안내를 미리 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고요.


퀴어 문화 축제 때 트럭 형태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있었잖아요. 이것은 어떻게 운영이 되었던 건가요?


그 화장실은 내부는 저희가 디자인할 수 없고 이미 설비가 다 갖춰진 이동형 화장실인데요. 사용할 수 있는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더라고요. 몇 명이 며칠 동안 쓸 건지, 몇 리터를 쓸 건지 등의 여러 가지에 따라서요. 내부는 들어가 보면 양변기만 있는 형태고요. 비용이 상당히 비싸요. 그래서 가동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죠. 축제가 시작했는데 반나절도 안 되는데. 화장실이 다 꽉 차 버리면 큰일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을 정해서 개방을 하는 식으로 운영을 했죠.


홀릭님께서 불편함을 느끼는 또 다른 시공간이 있다면 어디일까요?


너무 많아요. 우선 저희 집 주변이죠. 저희 집은 제일 편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문 밖을 나가는 순간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요. 저희 집이 문을 열면 맞바람이 쳐서 굉장히 시원한 구조라서 다른 집은 다 문을 열고 있거든요. 근데 저는 문을 못 여는 거예요. 동네와 어떤 접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아니기 때문에 소외되는 느낌도 받고요. 그게 퀴어라서 그런 건지 저라서 그런 건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집에 애가 몇 명이 있는지 등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은평구에 살고 있는데요. 은평구에 살림 의원이라는 의료 협동조합이 있어요. 많은 주민들이나 조합원들이 여러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이 병원 모델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살림 의원은 성소수자분들이 많이 이용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성소수자는 의료 기관에 가는 것도 많이 불편하고 여성, 특히 레즈비언 같은 경우는 산부인과 같은 곳에 가기 너무 힘든데요. 이용자에게 수치심을 일으키는 의료 환경들이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살림 의원 같은 공간이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퀴어를 이상한 존재나 불편한 존재로 인식을 많이 하는데, 사실 퀴어들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은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퀴어들에게 편한 공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기는 걸 바라기도 하고요.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좋아하는 공간이나 꿈꾸는 공간이 있나요?


저는 극장이 좋아요.


왜요?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온라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늘어났는데요. 저는 극장이 주는 안도감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오랫동안 퀴어 영화제를 담당하기도 했잖아요. 퀴어들이 같이 모여서 퀴어 영화를 보는 분위기는 다른 것 같아요. 같은 퀴어 영화라도 부산 영화제에서 일반 시민들이 [윤희에게]를 보는 경우와 퀴어들이 모여서 [윤희에게]를 보는 분위기는 너무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퀴어들이 모여 있는 극장 같은 공간이 너무 좋아요. 만약 제가 건물이 있거나 어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거기에 꼭 극장을 설치하고 싶어요. 극장이라는 공간이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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