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7. 허우령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허우령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는데요. 저희 집 화장실이 바깥에 있고 상태가 안 좋은 화장실이어서 가기 싫고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서 늘 이사를 가면 좋은 화장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열네 살에 눈이 나빠졌는데요. 지금보다 그때가 더 안 보였어요. 아예 하얗게 보였어요. 그때 병원을 가기 위해 아빠랑 같이 고속터미널을 통해서 전라도에서 경기도까지 오고 가곤 했는데요. 터미널 휴게소 같은 곳에서 제가 혼자 여자 화장실을 못 찾아가는 거예요. 안에 이용도 어려웠고요. 아빠가 그걸 봐주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좀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그때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걸 몰랐죠.
요즘에는 대학 기숙사에서 사는데요. 화장실이 샤워실 쪽에 있어요. 그래서 화장실은 씻으러 가는 곳 정도로 다가와요. 그리고 화장실을 밖에서 이용할 때마다 정말 깨끗하고 편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집에서 이용할 때는 딱히 불편한 건 없는데요. 밖에 나갔을 때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남자친구를 초반에 만났을 때 서로 어색한데, 화장실 같이 가달라는 말을 하기 어렵더라고요. 동성이 아닌 사람한테 부탁하기 꺼림칙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밖에서 화장실은 최대한 안 갈 거야. 참아야지, 좀 이런 마음을 먹기도 했어요. 그래서 고속 버스를 타거나 차로 이동할 때 너무 진짜 힘들었어요. 공공기관 같은 곳도 그래요. 지하철 같은 곳에서도 제가 있는 어떤 특정 공간에서 화장실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점자유도블록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큰 백화점이나 도서관 같은 곳도 그렇고요. 그래서 화장실 안 가려고 일부러 음료수나 커피를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기도 해요.
제가 아는 남성 시각장애인 분은 화장실이 급한데, 남자 여자 화장실을 구분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주변 사람을 따라서 들어갔어요. 그분이 실루엣 정도는 볼 수 있어서 ‘머리가 짧은 것 같은데...’ 하면서 따라간 거예요. 근데 그 분이 여자분이셨던 거예요. 그래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온 걸로 신고감이 된 거죠.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시각장애인의 눈은 이상하게 생겼을 거다. 눈을 감고 있을 거다. 선글라스를 쓴다. 그분이 ‘제가 시각장애인입니다’라고 말을 해도 믿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곤란했던 적이 있어요. 화장실 입구에 점자나 음성 안내가 있었다면 그렇게 될 일이 없을 텐데요. 괜히 오해 받은 거잖아요. 분명 여자분도 놀라셨겠지만... 애초에 시스템 자체가 장애인들이 혼자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잖아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고 요. 그런 것들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흰지팡이를 사용하면서 보행할 때는 화장실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요. 지금은 안내견인 하얀이랑 같이 있다 보니까 장애인 화장실을 쓰는 게 정말 편해요. 공간이 넓으니까요. 근데 일반 여자 화장실은 칸이 좁잖아요. 하얀이랑 같이 못 들어가니까 문 앞에다가 두고 가야 된다거나 지인한테 잠깐 데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해야하죠. 그리고 안내견들은 소변이랑 대변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그렇게 교육을 해요. 근데 밖에 나오면 안내견이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없잖아요. 그래서 늘 풀을 찾아야 하죠.
그렇죠. 밖에 나오면 하얀이 대소변 보는 것 때문에 이리저리 공원 찾으러 다녀요. 이게 진짜 혼자서는 못 해요. 풀 찾는 건 옆에서 누군가 ‘어 저기 공간이 있다’ 라고 말하면서 도와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장애인 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냥 짐칸으로 쓰는 것도 너무 많이 봤어요. 이용을 안 하는 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근데 분명히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보수, 관리를 해주시고 짐도 절대 안 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진짜 사소한 건데. 그게 안 돼서 힘든 것 같아요. 저희가 학교에서도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건의를 많이 했어요. 어떤 화장실은 휠체어 이용하는 친구들이 쓰기에 문이 무거워서 열기가 힘들어요. 점자 표기도 없고요. 그리고 화장실이면 손을 씻어야 될 텐데 세면대가 너무 더럽더라고요. 도어락이 설치 잘 안 된 곳도 있고, 고장 났는데 안 고쳐주는 곳도 있고... 문제들이 많아요.
일단 입구에서 어떤 화장실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남자, 여자, 장애인 화장실 중 어디에 들어가야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장애인 화장실 같은 경우에 버튼으로 눌러서 이제 문을 열고 닫고 하는 곳이 있는데요. 그럴 때 이 버튼에 점자가 안 써져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닫는 버튼이 뭐고 여는 버튼이 뭔지 몰라서 못 나갈 때가 있기도 했고요. 애초에 버튼 위치가 다 다양하더라고요. 문에 있는 것도 있고 벽쪽에 있는 것도 있고요. 그 위치를 모르니까 버튼이 어디있는지도 물어봐야 하고요. 그래서 버튼에 점자가 필요해요. ‘문이 열렸습니다. 닫혔습니다’ 같은 음성 안내가 있어도 좋고... 이 정도만 있어도 될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말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가장 중요한 것만.
여자 화장실에 생리용품을 자판기로 파는 곳이 있다고 해요. 저도 정말 급할 때 자판기로 사야 하는데요. 저는 자판기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잖아요. 만약에 있는 걸 알아도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디에 카드를 넣어야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거기에도 점자는 필요할 것 같아요.
방금 말씀드렸던 부분에 점자와 음성 안내를 넣고 싶어요. 그리고 안내견 화장실을 정말 만들고 싶어요. 너무 편할 것 같아요. 안내견이 대소변을 볼 곳을 찾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그리고 안내견용 화장실이라 해봤자 애들이 쓰는 그 대소변 패드만 깔아서 쓰면 돼요. 그게 있고, 옆에 샤워기라도 있으면 물만 뿌려주면 되잖아요. 그 정도는 충분히 장애인 화장실에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화장실 마크도 바꾸고 싶어요. 장애인 마크는 늘 휠체어 모양이잖아요. 근데 장애인은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 마크 때문에 ‘장애인은 휠체어를 탈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생기기도 하고요.
식당 화장실 같은 곳이 안 좋아요. 좁고, 불편하고 그리고 구석에 있거나 숨겨진 화장실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저희 동아리에 휠체어 이용하는 친구들도 많은데요. 외식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럴 때 고려 대상 중 하나가 화장실이거든요. 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너무 중요하고요. 근데 식당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거의 없어서 화장실 가려고 지하철역까지 갔다 오기도 했어요. 그런 게 너무 불편했죠.
제가 가는 큰 병원이 있는데, 거기는 설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일본의 화장실에서는 음성을 통한 안내가 아니어도, 신호같은 소리를 통해서 위치를 알려주는 곳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정도 음성 지원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거의 없으니까요. 애초에 화장실을 밖에서 찾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요. 한국은 음향신호기도 잘 안 달아주거든요. 음향 신호기는 이제 시각장애인 분들이 신호등 소리를 듣고 바뀌면 건널 수 있게 신호등에서 소리도 나고요. 아직은 빨간 불입니다. 초록불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걸 알려주는 건데요. 이걸 듣고 건너는 게 너무너무 커요. 그래서 제가 도로 공단 같은데 계속 건의를 했거든요. 여기 내가 다니는 길인데 설치가 안 돼 있다, 고장 났으니 바꿔달라고 해도 한 1년을 안 바꿔준 적이 있어요. 다시 연락해서 1년을 안 바꿔줬다, 이제는 바꿔달라고 했더니 그때 바꿔주시긴 했어요. 그때 하시는 말이, 신호기 소리 때문에 주변 주택에서 민원이 들어온다는 거예요. 근데 횡단보도는 당연히 써야하는 거잖아요. 너무 답답해요.
학생 개인의 의견은 안 받아들여진다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여기에서 가날지기라는 장애인권 동아리를 하고 있는데요. 물론 저희 동아리가 말을 해도 안 들어주긴 해요(웃음). 초반에 정말 안 들어주고 늘 거부할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경우 담당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너무 달라져요. 담당자가 잘 들어주고 잘해주신다면 그 해는 좋은 해인 거고요. 담당자분이 겸임을 하시는데요. 원래 겸임이 아니라 딱 센터 담당자가 있어야 되는 건데 그게 아니어서요. 다른 일에 신경 쓰거나 소홀하신 분들이 걸렸다면 그 해는 고생 좀 하는 거죠. 그래도 요즘에는 계속 진짜 한 몇 년씩 이야기하니까 점자유도블록도 조금씩 생기고 경사로도 조금씩 생기고 있긴 해요.
요즘에는 학생회랑 소통을 많이 해서 나아졌어요. 학생회에서 장애 학생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을 땄다고 연락이 와요. 예를 들어 천만 원을 땄으면, 어디에 쓰면 좋을지 물어봐주세요. 화장실 같은 학교 측 시설은 학교가 관리하고, 학생회와 저희는 보조기구 구매를 주로 했어요. 보조기구는 진짜 비싸거든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 점자정보 단말기도 거의 한 대에 500만 원 정도 해요. 시각장애인용 노트북 같은 느낌이에요. 거기에 한글 파일이나 워드 파일을 usb에 넣어서 인식을 하면 그거를 제가 점자로 볼 수 있거나 소리로 듣을 수 있고, 저도 타이핑할 수도 있는 기구에요. 장애학생 지원센터에 있는 급할 때 쓸 수 있는 휠체어가 너무 낙후되서 새로운 걸로 구비하기도 했고 요. 아니면 화면 읽어주는 프로그램, 저시력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돋보기, 확대 독서경을 구매하기도 해요.
‘내가 왜 미리 공포심을 가져야 되고 두려워해야 되나’라는 식의 생각이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화장실 불법촬영, ‘몰카’죠. ‘몰카’는 애초에 눈에 안 보인다고 찾기가 어렵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정말 모르니까. 이게 정말 설치가 돼 있는지 안 돼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거에 대한 위험 노출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있어요. 공중화장실 안 쓰는 이유 중 하나죠.
너무 많은데요. 저는 지하철을 굉장히 어려워해요. 지하철 안에서도 공익요원님들한테 부탁을 하는 것도 늘 전화번호를 찾아야 되니까 너무 번거롭죠.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요. 가끔씩 너무 이게 덜컥덜컥 소리가 시끄러우면 다음 역이 어딘지, 지금 무슨 역인지 잘 안 들려요. 잘못 내린 적도 많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역이냐고 늘 물어봐야 해요. 그리고 역 사이에 틈이 있잖아요. 스크린도어랑 이 틈을 제가 무서워해요. 서울은 틈이 안 넓다고 하지만, 발이 빠질 만큼 넓은 틈이 있는 곳도 있잖아요. 지하철은 사람도 너무 많고요. 버스는 더 어려워서 안 타요.
집이 가장 편해요. 제 몸에 맞춰져 있는, 제가 편한 대로 구성돼 있는 공간이거든요. 집에서는 물건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바로 알 수 있고요. 누군가한테 늘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도 없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자취를 너무 하고 싶습니다. 근데 또 고민이 있죠. 주변의 길을 다시 외워야 하니까요. 집을 구할 때 주변에 점자유도블록이 잘 돼 있는가, 음양 신호기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고요. 어렵겠네요. 비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집을 구할 때 점자유도블록이나 음양 신호기 이런 걸 딱히 보지는 않잖아요. 저희 입장에서 그게 편리해야지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보장이 되니까 그런 부분도 크게 신경을 써야 하죠.
요즘에는 자취하면 여러 물건들이 옵션으로 있잖아요. 근데 가스레인지가 대부분 터치로 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있고요. 제가 어떤 친구들이 놀러 갔는데 그 친구 집에는 호실마다 다 점자가 있는 거예요. 몇 호인지 찾을 수 있잖아요.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엘리베이터에도 점자랑 음성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버튼을 눌러도 음성 안내가 없으면 언제 내려야하는지를 모르니까요. 볼 게 너무 많네요.
그러게요. 여기는 저한테 진짜 익숙한 공간이에요. 다 열심히 외워놨는데... 저는 요즘에 안내견이랑 같이 살잖아요. 안내견은 모든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법적으로 돼 있어요. 그런데, 저도 새롭게 알게 된 게, 공공시설은 법적으로 보장이 되지만 거주지, 사적으로 갖고 있는 건물은 보장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안내견 학교 같은 곳에서 이거를 법으로 마련하려고 하고 있대요. 근데 아직까지는 강아지는 안 된다, 안내견이어도 안된다고 하는 건물이 많아요. 안내견 파트너들이 집 찾을 때 고생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책에서 본 건데요. 청각장애인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해요. 청각장애인들만 사는 마을은 아니지만, 그 마을에서는 소통을 수어로 하는 거예요. 그러면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쓰는 게 당연한 게 되고, 모두랑 소통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시각장애인이 새로운 공간에 가서 길을 잃어버려야 한다거나 화장실을 못 찾고 있는 일들이 없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정말 환경만 저희한테 맞게 바꿔주면 될텐데... 키오스크도 음성만 있어도 시각장애인들도 쓸 수 있을 텐데, 지금 못 쓰고 있잖아요. ‘장애가 있어서 이건 못 해’ 이런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배리어 프리한 도시가 너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거든요. 이번에 화났던 게 어떤 정치인 분께서 대중교통을 개선할 생각이 아직 없다는 말을 했어요.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장애인들이 쓰는 비율이 낮다고, 안 쓴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개선을 아직 안 할 거래요. 이게 너무 웃기고 멍청해요.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요. 사람들이 왜 이걸 안 쓰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같이 개선해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어차피 안 쓰니까 개선도 안한다는 식의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는 않잖아요.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고 있으니까요. 이런 이야기들을 많은 분들이 들으셨으면 너무 좋겠어요. 정말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바뀔 때까지 꾸준히 이야기할게요. 근데 혼자서 떠드는 건 지치니까, 함께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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