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6. 이연수
저는 올해 30살이고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이연수라고 합니다.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화장실은 그 건물의 얼굴인 것 같아요. 어느 건물을 가든 화장실을 의식하게 돼요.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잘 돼 있는지를 보게 돼요. 왜냐하면 건물에 오래 머물수록 화장실을 이용할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건물이 깨끗해도 화장실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건물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정체화를 하면서 화장실 이용에 대해서 여러 불편함을 겪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화장실에 대해 민감해졌어요. 그리고 화장실은 건물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면서 정치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사적인 곳이잖아요. 칸막이가 쳐져 있기도 하고요. 그렇게 혼자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성은 안전 문제에 대해서 예민할 수밖에 없고 장애 휠체어 이용하는 사람들은 또 장애 접근성에 대해서 생각 할 수밖에 없고 트랜스젠더들은 남녀분립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화장실은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곳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나 진짜 어렸을 때는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 똥쟁이라고 놀리잖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화장실을 잘 못 썼던 것 같아요. 소변볼 때만 가끔 갔어요. 그리고 일을 할 때는 화장실은 쉬는 공간이기도 해요.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다닐 때 화장실에서 잠깐 쉴 수 있잖아요. 문을 닫은 채 변기에 앉아 있으면 되게 마음이 편한 거예요. 그 순간만큼은 아무도 신경 안 써도 되는 나만의 시간이잖아요.
예전에는 화장실 이용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 자신에 대해서 고민을 하면서 내가 남자로 인식되는 게 불편해졌고, 남자 화장실을 쓰는 것도 불편해졌죠. 트랜지션을 앞두고 있었을 때 저는 남성으로 패싱이 되는 상태였는데요. 치마를 입고 싶은 거예요. 근데 치마를 입고 남자 화장실에 갈 수가 없잖아요. 일단 밖에 다닐 수가 없고요. 언젠가 원피스를 입고 화장실에 간 적이 있는데요. 머리가 짧았을 때인데요. 그때의 정체성은 남자가 아니었지만 호르몬을 한 것도 아니라서 그냥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근데 어떤 아저씨가 저 보고 여자분 아니냐고 막 물어 보는 거예요. 그럼 해명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근데 저 여자에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저 남자예요’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끄덕끄덕하면서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기분이 되게 안 좋았어요. 왜 내가 나를 남자라고 해명을 해야지 여기 있을 수 있는 걸까. 나는 남자가 아닌데. 스스로에게 상처였어요. 내가 나를 부정하는 경험이었죠. 그래서 완전히 여성 패싱이 되기 전까지는 치마를 입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었어요. 이 이후로는 그냥 불편하게 남자 화장실 썼어요. 근데 이와 반대로 여자분 아니냐고 했던 아저씨도 있어요. 제가 패싱이 안 될까 봐 쫄려서 남자 화장실을 쓸 때 저한테 왜 아가씨가 여기 들어와 있냐고 하니까 제가 놀라서 도망 나왔었는데요. 그 때는 기분이 되게 이상했어요. 나는 패싱이 안 될까 봐 쫄려서 남자 화장실에 간 건데 막상 거기에 안에 있는 남자는 저를 여자라고 한 거죠. 나는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아직 패싱이 안 될 것 같은데 누군가의 눈에 여자로 보이는 거예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계속 조마조마했죠.
트랜지션을 진행하면서 고치기도 했고, 머리도 기르면서 여성 패싱이 됐어요. 근데 저도 계속 쫄렸어요. 내가 언제 패싱이 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 모르잖아요. 판단 기준이 다 다르니까. 누구는 남자로 볼 수도 있는데 누구는 여자로 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으면 화장실을 안 썼어요. 왜냐하면 괜히 들어갔다가 남자가 들어왔다고 신고당하는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내가 확실히 자신이 있을 때, 누가 봐도 내가 여자라고 할 수 있을 때부터 화장실을 썼죠.
그렇죠. 큰 차이가 있죠.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편하게 들어가지만 누가 있으면 일단 한 번 눈치를 봐야 해요. 보통 입구 쪽에 세면대가 있잖아요. 세면대를 누가 쓰고 있을 때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세면대 있는 사람 눈치를 살짝 봐요. 이 사람이 나를 쳐다보다 안 쳐다보는 건지 확인하는거죠. 최근에는 혼자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 화장실에 들어갈 때 식당 주인이 저보고 ‘거기 남자 화장실이에요’라고 했다가 말을 바꿔서 ‘거기 여자 화장실이에요’라고 하는 거예요. 이후에 그 말뜻이 뭐였을지 계속 고민했죠. 나한테 왜 그 말을 했을까. 나를 남자로 봤을까. 여자로 봤을까.
그래서 처음에 들어갈 때는 여자인 친구랑 같이 들어왔어요.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쫄렸어요. 친구랑 같이 가니 좀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부터는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으니까 내가 여성으로 패싱이 되는 거 같아서 계속 편하게 썼죠. 소위 여자 옷 쇼핑도 처음 그때 해 본 것 같아요. 제가 그때 집에 여자 옷이 없었어요. 남자로 살았으니까 남자 옷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 옷을 사고 싶은데 혼자 가기 좀 그러니까 친구한테 같이 가서 골라달라고 한 거죠. 근데 쇼핑을 할 때부터 패싱에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남자 옷을 입고 여자 옷을 사러 간 사람이잖아요. 직원 눈빛이 약간 이상한 거예요. ‘이 사람 뭐지? 왜 남자가 여자 옷을 사지?’ 같은 시선이었죠. 이제 그걸 견디고 얼른 여자 옷을 산 다음에 갈아입었죠. 친구랑 같이 화장실 가서 얼른 갈아입고 나왔어요. 그렇게 되니까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저를 언니라고 부르는 거예요. 여자 옷을 입고 있으니까. 이상했어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까 여자가 된 거예요. 언니, 언니, 이러더라고요. 역시 옷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로는 그냥 신경 눈치 안 보고 잘 쓰고 있어요.
머리 길이가 남자들이 장발을 하더라도 좀처럼 하지 않는 길이가 됐을 때. 어깨를 넘는 길이가 됐을 때쯤에야 확신이 들었어요. 지금은 좀 자유롭긴 하지만, 한동안은 하의를 치마만 입었어요. 누가 봐도 내가 여자라고 확실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사회적으로 치마를 입으면 여자잖아요. 그래서 바지를 입을 때는 화장실 안 썼고 화장실을 쓸 일이 있으면 무조건 치마를 입었어요.
본격적으로 정체화를 하게 된 건 얼마 안 됐어요. 20대 후반쯤? 제 페이스북 친구 중에 남자 모델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어느 날 크로스 드레싱을 하고 사진을 올리신 거예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계셨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원래 남자들의 여장은 희화화의 맥락에서 많이 이루어지잖아요. 근데 그분은 웃기거나 이상하게 하지 않고 진짜 멋있게 했거든요. 저는 남자에게 강요되는 이미지들이 되게 답답하고 싫었어요. ‘남자는 왜 무조건 머리가 짧아야 되고 바지만 입어야 하지? 왜 투박해야만 하는 거 좀 남자도 부드럽고 좀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 그런 답답함이 있었는데 그분을 보고 영감을 얻은 거죠. 나도 해보고 싶다.
고민을 시작한 건 그 이전이긴 했어요. 성별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건 대학교 때가 처음이었어요. 연애를 여성과 했는데 뭐랄까, 남성으로서 성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는 거죠. 그때부터 내가 남자로서 사는 거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는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서서 소변 노는 게 불편했어요. 좀 더 내 신체 구조를 의식하게 되는 행위잖아요. 디스포리아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불일치감?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별과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나의 성별이 다른 데서 오는 불편감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바디 디스포리아보다도 사회적 디스포리아가 더 심해요. 제 몸에 대한 불편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저를 남자로 보는 게 특히 힘들었어요.
가족 사랑 화장실이라고 부르는, 성별 구분이 안 돼 있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거기가 좀 편했어요. 제가 밖에서 옷을 갈아입고 싶을 때, 남자 옷에서 여자 옷으로 갈아입거나 여자 옷에서 남자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 남자 화장실을 쓸 수가 없잖아요. 그때 이 가족 화장실을 이용했어요. 그러면 내가 남자로 보이든 여자로 보이든 신경 안 쓸 수 있으니까.
저도 거의 못 봤어요. 가끔 백화점에 가족 화장실이 있고, 제가 다니는 병원에도 있어요. 트랜스젠더들이 많이 다니는 살림의원이라는 병원이 있어요. 그리고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되어 있더라도 화장실 마크가 편안했던 적이 있었어요. 원래 남자는 그냥 사람, 여자는 치마를 입은 사람을 그려놓잖아요. 근데 그렇게 하지 않고 둘 다 사람인데 색깔을 조금 다르게 해놨어요. 빨간색, 파란색도 아니고 주황색, 연두색 같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색깔이 아닌 색,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립적인 색이었죠.
터프들이 하는 말들이 말 중에 하나가 그거잖아요. 치마 입는다고 여자냐. 그냥 치마 입은 남자하면 안 되냐. 이런 식으로 말을 하잖아요. 저는 되게 모순적이라고 느껴요. 화장실부터가 여자 화장실 마크가 치마를 입고 있잖아요. 나보고 어떡하라고. 어쩌라는 거야. 사회가 그렇게 돼 있는데. 개인이 그런 걸 다 바꿀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성중립 화장실은 트랜스젠더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다양한 약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예를 들면, 여성 활동지원사가 남성 장애인을 이렇게 보조하는 경우가 많단 말이에요. 활동 지원사 인구가 여성이 훨씬 많거든요. 제가 일하는 곳의 화장실에서 어떤 남자 장애인분이 쓰러진 적이 있어요. 안전바를 잡았는데 부서진 거예요. 그분이 지체 장애가 있으셔서 혼자 일어날 수가 없는데 그분의 활동지원사님이 여자 분이니까 화장실에 못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남자분들이 들어가셔서 해결을 했어요. 그렇게 나눠놓으니까 다른 사람을 불러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아이와 다른 성별의 부모가 케어를 할 때도 있잖아요. 기저귀를 간다던가 하는 것들에 있어서도 성별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더 편하지 않을까요. 아빠가 어린 딸을 화장실에 데려가려고 할 때를 생각해봐요. 아빠가 여자 화장실에 못 들어가니 화장실을 갈 수가 없잖아요.
일단 저는 성별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웃기잖아요. 사람들이 성별을 판단하는 게 유전자 검색 같은 걸 통해서 판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머리 길이나 치마, 바지, 이런 걸로 판단하잖아요. 너무 웃긴 거예요. 그걸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달라진다는 게. 제가 몸소 겪으면서 느낀 건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머리가 길어졌고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으로 패싱이 된다는 거예요. 이상하지 않나요? 어쨌든, 성별 구분이 없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성중립 화장실에 소변기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해요. 로테이션이 빨리 되려면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서서 볼 수 있게끔 해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들어갔을 때 소변기만 있는 곳을 따로 분리를 해놓고 다른 한쪽에는 양변기만 있는 식으로 해놓으면 좋지 않을까요.
옷을 살 때인 것 같아요. 남성 패싱일 때 모자를 사려고 한 적이 있어요. 모자를 집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뛰쳐나와서 ‘그거 여자 용이에요’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모자에 여자 남자가 어딨어. 그냥 쓰면 되는데... 옷이라는 게 많이 성별화가 돼 있는 물건인 것 같아요. 남자용 여자용 이렇게도 나누고요. 치마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티셔츠나 일반 상의도 남자랑 여자의 디자인 자체가 다르잖아요. 남자들이 좀 더 제약이 많은 것 같아요. 남자는 치마도 못 입고 오프숄더도 못 입잖아요. 남자는 자신의 몸이나 신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거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외모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성별 이분법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목소리랑 외모랑 좀 매치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 같은 외모를 하고 있는데 목소리는 좀 굵고 낮으니까 혼란을 느끼는 거죠. 여자분 아니었냐고, 여자인 줄 알았다고 말하더라고요. 여자인 줄 알았다는 건 남자라는 거잖아요. 높은 목소리는 여자고 낮은 목소리가 남자다 이런 게 딱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어요.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저한테 중요한 의미로 다가와요. 저는 크로스 드레싱을 하면서 정체화를 하게 됐거든요. 제가 남자라고 생각할 때 여자 옷을 입고 사진 찍어보고 싶었고 실제로 여자 옷을 입어보니 이게 더 내 모습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거든요. 옷을 통해서 정체화를 한 거다 보니까 옷이 저한테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페이스앱이라는 성별 전환 어플이 있어요. 셀카를 찍어 올리면 성별을 바꾼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있어요. 여자는 긴 머리, 쌍꺼풀, 남자는 수염 등, 성별을 상징하는 몇 개의 기호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사진에 덧입혀가지고 성별을 바꿔서 보여주는 거예요. 주로 시스젠더들이 그걸 이용하는데요. 나는 이게 생존의 문제인데 그걸 가지고 단순한 놀이처럼 한다는 게 좀 불편했어요. 단순하게 머리 길이나 수염이나 이런 거 가지고 성별을 바꿨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오히려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는 것 같기도 해요.
크로스 드레싱이 큰 계기였어요. 호르몬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의료적인 조치잖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폴댄스를 배우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안무나 춤선같은 것들이 아름답잖아요. 그래서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거기는 여성 전용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여자로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단순히 폴댄스를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 내가 추구하는 어떤 성향 같은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으로 통용이 되는구나. 그러니 나는 여성으로 살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일단은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화장대가 있을 때가 있어요. 세면대 이외에 따로 거울이 있고 약간 화장품 넣을 수 있게 된 곳도 있었어요. 거기서 화장을 고치더라고요. 아기를 위한 조그마한 소변기도 봤어요. 남자 화장실에서는 못 봤던 건데, 엄마가 아기 데리고 왔을 때 오줌을 눌 수 있게 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칸막이 안에 있는 비상벨도 여자 화장실에서만 본 것 같아요. 불법 촬영 금지 스티커도 그렇고요. 안전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그런 차이가 있고... 이 정도네요.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서 성별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 남자용 여자용 이렇게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화장실도 그렇고요. 목욕탕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목욕탕은 좀 무리인 것 같네요. 제가 목욕탕도 지금은 못 가거든요. 아무튼 성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n개의 성별이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있으면 좋겠고요. 모든 공간이 좀 넓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장애인인권단체에서 일을 하니 휠체어 이용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분명히 화장실 표지판에 휠체어 그림이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못 들어갈 때가 많아요. 휠체어가 걸려서 막 긁히는 거예요. 되게 아이러니한 거죠.
아무래도 휠체어 접근성을 많이 고려했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냐 없냐, 휠체어가 이렇게 들어가서 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러려먼 우선 공간 확보가 많이 돼야 해요. 공간이 좁으면 들어갔다가 후진으로 나와야 되는데, 후진으로 나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도 운전을 해봤는데 휠체어 타고 후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저희 사무실에 원래는 벽이 하나 있었어요. 작은 방이랑 큰 방을 나누는 벽이었는데 작은 방에는 휠체어가 들어가기가 힘드니 아예 벽을 허물었거든요. 그리고 책상 배치 또한 휠체어 이용이 편하게 해놓고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퀴퍼죠. 코로나가 뺏어갔지만...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은 퀴퍼가 제일 좋아요. 그 외에는 퀴어 프랜들리한 술집? 대놓고 퀴어 관련된 굿즈같은 걸 걸어놓는 데 있잖아요.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 공간이랑 상관없이 그냥 내 주위에 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나에 대해 알거나 이해하고 있을 때라고 해야 할까요.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 때 편하죠.
저는 어떻게 보면 화장실이 제일 원초적인 곳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원초적인, 1차원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거잖아요. 사회적 지위 같은 걸 떠나서 누구나 가야 되는 곳이잖아요. 그러니 화장실이 여성, 장애인, 아동, 퀴어 등 모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다른 공간이 평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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