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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다양성연구소 Nov 04. 2022

화장실을 바라보기, 나를 바라보기

"나의 오줌권에 대하여" 인터뷰 04. 해랑

안녕하세요, 해랑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는데요. 잘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인권과 관련해서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요. 해랑이라고 합니다.


인권 활동은 어떤 것들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하나 예를 들자면,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자원 활동가로 후원 홍보팀과 장애인 접근권 팀에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후원 홍보팀에선 나왔고 장애인 접근권 활동만 내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화장실은 말하기 망설여지는 주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 말고도 사람들 사이에서도요. 왜냐하면 소변을 본다던가, 대변을 본다던가, 그러한 것들을 부끄러워하고 잘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공동주택의 지하 1층에 살았었어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차서 침수될 때가 있었는데요. 그것 빼고는 화장실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네요. 현재의 경험을 위주로 화장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하철 화장실이라든가 터미널 안의 화장실,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 그런 이미지들로 화장실을 기억하고 있어요.


화장실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때 겪는 불편함이 있으신가요?


양변기를 이용할 때 뚜껑이 닫혀 있으면 뚜껑을 열어도 되는지 늘 고민해요. 저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소변을 보고 뚜껑을 닫는데요. 물이 내려갈 때 그 위로 변기 안에 있는 것들이 튀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서 뚜껑을 닫아두고 물을 내려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뚜껑을 닫아두는지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뚜껑을 열 때 항상 무서워요. 뭔가 막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을 안 내리고 갔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공공 화장실은 변기가 있는 칸에서 나온 후 세면대에서 손을 씻게 되잖아요. 그게 좀 불편해요. 제가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걸 교체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물을 떠와서 생리컵을 바꾼 뒤에 헹구고 버리는 식으로 쓰고 있어요. 그래서 가끔 공공 화장실 말고 카페 화장실 가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거기에는 변기랑 세면대랑 같이 있는 곳도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겉으로 볼 때는 여성으로 패싱이 되잖아요. 근데 여자 화장실의 칸막이를 보면 구멍 같은 게 많이 있어요. 카메라 같은 것들이 불법으로 설치가 되어 있어서 그런 건지, 구멍을 휴지로 막아놓은 모습을 많이 보는데요. 항상 그거를 볼 때마다 되게 불안해지는 거예요. 공공 화장실을 내가 언제 편하게 써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하지만 급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 화장실을 쓰긴 쓰지만 갈까 말까 늘 망설이는 것 같아요. 주변 여성분들도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시고요. 예전에 친구 중에 이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가 있었는데요. 호르몬을 마친 뒤에 자연스럽게 남자 화장실을 가더라고요. 되게 자연스럽게. 그런데 그걸 보면서 남자 화장실 안에는 그런 구멍이 없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화장실 안에 스티커 같은 것들이 붙어 있잖아요. 성매매 등 스티커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티커 이야기를 하니까 저도 갑자기 생각이 나는 게, 스티커들의 종류 같은 건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다를지가 좀 궁금해지네요.


남자 화장실에 안에도 스티커가 붙어 있나요?


저는 자주 본 것 같아요. 대출과 성매매, 비아그라, 이렇게 3가지 스티커가 가장 많이 보여서 그런지 기억에 남네요. 기억에 남는 스티커나 전단지가 있나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페미니즘 관련해서 '불법 촬영하지 말아라' 스티커를 본 적이 있어요. 또 이불 관련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도 봤고요. 왜 있는지 모르겠는데 화장실에 이불, 솜이불 스티커가 붙어있었어요.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저는 키가 작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볼 때 그러니까 뭔가 여자답게 본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주변에서 말하기를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는 화장실에 가면 남자로 착각을 받는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근데 저는 짧은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여자로 보더라고요. 근데 가끔 남자로 보이길 원하는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키가 작으니까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그런 게 아쉽더라고요. 여자 화장실을 들어갈 때 남자로 오해받아본 적이 없다, 갑자기 그런 얘기가 하고 싶네요.


남자로 보이길 바랄 때는 어떤 때인가요?


아마 무시 받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것으로부터 위험할 때 내가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런 힘이 필요할 때, 그런 때 남자로 보이길 원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엄마만 아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지, 왜 데려가는지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항상 볼 때마다 불편했었어요. 아이라서 불편하기보다는 ‘왜 엄마만 그럴까?’라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사회적으로 엄마가 아이를 봐야한다는 고정적인 성역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걸까요?


해랑님께서 화장실을 만드신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할 것 같나요?


먼저 화장실을 갈 때 계단이 없어져야겠죠. 왜냐하면 제가 걷는 게 불편할 때도 있으니까요. 주변에 휠체어를 쓰는 분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좀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심리적으로도 조금 위축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변기는 무조건 양변기여야 하고 앉아서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남성과 여성 모두요. 왜냐하면, 열려 있는 구조가 싫어요. 제가 친오빠가 있는데 항상 화장실을 쓰고 변기를 열어두고 가거든요. 제가 늘 잔소리를 하는데도 계속 열어두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구멍들이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불법촬영에 대해 지정성별여성으로서, 그리고 청각장애인이라는 복합적인 소수자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이나 불안이 있을까요?


주변 농인 지정성별여성과 그와 관련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어서 다른 분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저의 경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정성별여성으로서 받는 불안함이 있어요. 화장실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불법촬영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농인으로서 받는 불편함도 있는데, 불법촬영을 할 시에 무음인 경우도 있지만, 간혹 촬영음이 들려서 불법촬영을 포착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청인의 경우에는 소리로 캐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농인의 경우 어떠한 낌새도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가 없잖아요. 요즘은 불법촬영이 더 교묘해져서 안경, 볼펜, 액자 등에 카메라가 숨어져 있는데,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감이 느껴져요.


화장실을 만든다면 변기는 무조건 양변기여야 하고 앉아서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잖아요. 연구소에서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 문제는 위생교육도 꼭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어떤 성별이든 모두 앉아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위생문제와 연결해서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성별을 떠나서 양변기에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것은 위생 문제와 결부 되어 있어요. 소변이 튀면 세균 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공용화장실은 개인 화장실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잖아요. 세균에 취약한 질병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해요. 용변을 본 후 손씻기가 기본으로 생각되는 것처럼 용변을 볼때도 앉아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할 때 상대적으로 편했거나 불편했던 화장실은 어떤 곳이었나요?


제가 상담을 다니고 있는데요. 그곳의 화장실이 저한테 되게 편해요. 실제로 깔끔하기도 하고, 상담받는 곳이니까 편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화장실뿐 아니라 어둡거나 음침한 곳이라면 불편함을 느껴요. 카페 안에 화장실이 있을 때는 직원들이 직접 관리를 하고 내부의 밝은 곳에 위치하니까 대부분 깔끔하잖아요. 근데 화장실이 카페 밖에 따로 있는 경우는 외지고 어둡거나 관리가 안 되어 있는 곳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는 되게 불안하고 불편하더라고요.


화장실에 관련된 질문들은 여기까지인데요. 이제 다른 공간이나 해랑님의 활동에 대해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그 전에 화장실에 관련해 못 다한 말이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화장실에 대한 건 특별히 없네요. 제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에 대한 개인적인, 예를 들면 농인, 청각장애, 구화, 이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이 아직 있는데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정체성에 대해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있나요?


제가 다섯 살 때 농인 유치원을 다녔는데요. 거기서 1년을 다녔고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졌어요. 농인 유치원은 농인으로서 청각장애인 아동을 키우는 게 아니라 언어 치료를 하려는 목적이 크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 있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쭉 청인 사회에서 자랐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중고등 시절에 나는 누구인가 이런 거에 대해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요. 저한테는 그 고민을 말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안에 쌓아두고 쌓아두다가 2017년에 장애인권영화제에 가서 구경하다가 처음으로 농인을 만난 거죠. 대학교에 입학을 했을 때 동기 중에 청각장애인이 있긴 했는데, 수어를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진짜 농인을 만난 거죠. 진짜 농인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만났어요. 거기서 그분이 대화하는 걸 보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수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어를 1년 동안 열심히 배웠습니다. 2017년도 맨 처음 수업을 배우기 시작해서 이제 지금까지 이제 몇 명의 농인을 만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근데 여전히 농인을 만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아요. 왜냐면 스스로를 농인이라고 정체화를 했지만 다른 농인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나한테 넌 농인 아니야, 라고 하면 어떡하지, 같은 불안이 있어요. 또 저의 수어 능력에 대해서도 스스로 농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커뮤니티에 진입할 때 다른 농인이 해랑님께 농인이 아니라고 할까 봐 걱정된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왜인가요?


우선, 욕을 먹기가 싫어요. 말을 잘한다던가. 들을 수 있다던가, 수어를 못 한다던가 등 사람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저한테 그럴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살아왔던 방식, 저의 활동 방식은 농인과 청인의 중간에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스스로를 농인이라고 정체화를 했어요. 특정한 활동을 할 때는 중간에 있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은 농인이라고 정했어요. 이렇게 나 스스로 농인이라고 정했는데 계속해서 ‘너는 아니야’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해랑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농인이란 무엇인가요?


어렵네요. 음...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시각 중심으로, 시각 문화를 가진 사람.


서울인권영화제의 자원 활동가 장애인 접근권 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제가 처음 참여했을 때의 활동 목표는 영화제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기 때문에 휠체어 등의 장애 접근권에 대한 것이었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이제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장애 접근권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을 고민해요. 모든 영화에 수어 통역과 문자를 삽입하고요.

한국 영화 중에 몇 편은 음성,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도 들어가고요. 그리고 온라인의 경우는 화면에 이제 저시력인 사람들도 이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그래서 자막이나 글씨도 크게 해야 하고 색깔 배치 같은 것들도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하려면,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의 접근성에 대해서 평소 생각하셨던 것에는 어떤 점들이 있나요?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에는 라이브 때 자막이 없잖아요. 너무 당연하게 음성을 사용하면서 라이브가 되고 있죠. 전에 슬릭과 이랑, 이렇게 이 두 사람이 이제 책을 소개하는 북토크를 했었는데요. 제가 문자 통역이 되는지 물어봤는데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준비해 보겠다고 하셨고 결국에는 통역이 준비됐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는데요. 가끔 라이브를 해요.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하더라고요. 근데 항상 화면을 어둡게 까맣게 해놓고 목소리로만 소통을 하는 거예요. 원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슨 내용일지너무 궁금해요. 그걸 알고 싶다는 마음을 늘 한 편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 같은 경우도 음성 중심이잖아요. 근데 얼마 전에 듣똑라라고 해서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게 해놨더라고요. 먼저 팟캐스트로 음성을 공개하고 나중에 그거를 유튜브에 영상으로 공개하는 식이에요. 자막에 대해서는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가끔이지만, 수어 통역도 제공을 해 주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농인이 참여하거나 누군가 요청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자막과 수어 통역이 제공이 당연히 돼야 할 것 같아요.


농인이 참여하거나 누군가 요청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자막과 수어 통역이 제공이 당연히 돼야 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건 다른 공간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비상상황에 청각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 또한 제공이 되어야 될 텐데요. 이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어요.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청각정보가 우선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농인에게는 시각정보가 필요해요. 다만 시각정보를 제시할 때는 무학농인도 알아볼 수 있도록 직관적이어야 해요.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생각보다 농인들 중에 무학농인이 많기 때문에 자막이나 수어통역을 주기보다는 빨간 불빛 등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신호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 비상상황 발생 시 청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내나 시각경보기, 노크를 불빛으로 표시되게 해놓은 시설 등 청각장애인을 포함하는 장치들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하철에서 지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청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각장치는 없어요. 지하철 안내소 안에도 영상전화기를 설치한 것 외에 따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치를 둔 것은 없고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빨간 불빛, 사이렌(소리 없이 불빛만)으로 표시를 해주는 장치는 농아인 복지관 안에서는 존재 하나, 그 외의 공간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농인 개인이 가정에서 초인종을 시각장치로 변환해주는 장치나, 비상상황 발생 시 불빛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따로 구매하여 설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아하거나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 있나요?


그 비슷한 질문을 얼마 전에 친구한테도 받았는데요. 제 친구는 산을 좋아해서 산을 오르는 게 취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아침 산을 간대요. 근데 그 친구가 저한테 ‘해랑 너는 편한 곳이 있냐.’ 라고 물어봤을 때 되게 당황했어요. 저는 뭐랄까...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왜냐하면 나한테 편한 곳이 어디지 잘 모르겠어요. 내 방이 편한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저희 집에는 가족이 같이 살고 있는데요. 줌으로 대화를 하거나 그럴 때도 제 이야기가 가족들한테도 들릴까 봐 걱정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방도 그렇게 편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저한테 제일 편한 곳은 상담소이지 않을까요. 이제 지금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변하고 있는데요. 전에 상담할 때는 거기서 말을 할지 말지를 고민할 때가 많았어요. 제가 그냥 감정 표현이 서툴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은 상담소에 가면 제 마음을 그냥 툭, 하고 편하게 얘기해 보는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뭐든지 다 얘기해도 받아주시고 들어주시니까 편한 것 같아요.


해랑님께서 꿈꾸는 공간은 어떤 형태인가요?


    나이도 묻지 않고 성별 정체성이라던가 그런 것도 물어보지 않고 그러니까 장애 차별이 없는 곳. 어디까지 꿈꾸는 것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일터를 예로 들자면, 모든 사람이 수어가 가능한 일터를 원하고 만약에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할 때는 꼭 속기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뭐, 일하는 시간이 정확한 곳이어야겠죠. 제일 중요하죠(웃음).


(인터뷰 수어통역 : 보석, 농인LGBT)


키워드 : #농인 #위생 #시각 #불법촬영 #정체성 #수어 #접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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